[뉴스핌=장주연 기자] (먼저 밝히건대 이건 명백한 편견이자 선입견이다)송윤아와 오윤아, 엄지원, 공효진, 소녀시대 윤아. 이들은 배우 손예진(34)의 공식 ‘절친’들이다. 이 중 가장 의외의(?) 인물을 꼽자면 단연 공효진.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단아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의 손예진과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이미지의 공효진을 함께 붙여놓기 어색할 뿐이다. 좀처럼 접점이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니까.
같은 맥락에서 이경미 감독과 손예진의 만남도 그랬다. 데뷔작 ‘미쓰 홍당무’(2008) 속 이경미 감독은 엉뚱하고 파격적이었다. 작품의 주인공 역시 기묘했고 멍청하며 사랑스럽고 의뭉스러웠다. 그러니 제아무리 도전을 즐기는 배우라 할지라도 이건 ‘잘못된’ 만남이라 생각했다. 행여라도 잘 어울린다면, 그건 이경미 감독의 색깔이 다 빠진 작품일 거라 확신했다. 그러나 기어이 한 작품으로 만난 두 사람은 이 편견과 선입견을 기분 좋게 깨부쉈다. 이경미 감독은 또 한 번 제 색깔을 고스란히 녹여낸 작품을 만들었고, 손예진은 그 안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환상의 조합, 혹은 뜻밖의 시너지였다.
손예진의 신작 ‘비밀은 없다’가 지난 23일 베일을 벗었다. 손예진의 파격 연기 변신으로 화제를 모은 이 영화는 국회 입성을 노리는 종찬과 아내 연홍에게 닥친 선거기간 15일 동안의 사건을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 극중 손예진은 딸의 실종을 추적하는 엄마 연홍을 열연했다.
“저도 영화 속 제 모습이 매 컷, 매 신 낯설더라고요(웃음). 사실 낯설다는 건 양날의 검이죠. 좋을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그건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출연을 결정할 때 전 그냥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라 좋았어요. 보지 못한 역할이었죠. 그 독특한 특별함이 제일 먼저 끌렸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꺼리지 않았냐고도 많이 묻고요. 하지만 강하고 센 표현, 혹은 낯선 모습 때문에 꺼리진 않았죠.”
실제 손예진은 요즘 ‘비밀은 없다’ 출연에 진짜 망설임이 없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열이면 열, 같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그 정도로 스크린 속 손예진의 연기는 놀랍고 또 새롭다. 이제 더는 보여줄 모습이 없을 듯한데 그는 기어이 또 새로운 모습을 찾아내 보였다.
“연홍은 우리가 흔히 보고 겪은 모성과 다르죠. 오히려 기존에 봐왔던 빤한 모성을 보여준 영화였다면 하지 않았을 거예요. 물론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은 아이에 대한 사랑이나 그 과정이 다르죠. 그래서 저 역시 스스로 매일 싸우기도 했어요. '이게 무슨 말이지, 왜 이런 행동을 하지'라고요. 스스로 어떻게 납득하고 이해해서 표현하느냐 매 순간 싸움이었죠. 하지만 역할에 빠지다 보니까 어느 순간 더 한 짓도 하겠다 싶더라고요. 점차적이고 순차적이었죠.”
손예진이 이렇게 쉽지 않은 결정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또 한 번 자신을 깨고 나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도전’은 배우로서 중요한 덕목인 듯했다. 안주하지 않고 매 작품 새로운 모습을 선사하는 것, 그것이 배우 손예진에게는 가장 중요해 보였다.
“변신의 시작은 ‘작업의 정석’이었죠. 그때 제가 했던 역할들이 쌓여서 ‘청순’이라는(웃음) 이미지가 막 완성됐을 때였어요. 근데 그걸 깨뜨렸고 그 이후로 하나씩 열리면서 지금의 제가 됐죠. 아마 그 작품을 안했으면 또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을 거예요. 사실 전 관객이 제게서 익숙한 모습을 보는 게 싫어요. 뭘 하든 계속 새로워지고, 깨고 싶어요. 그러려면 도전해야 하잖아요. 물론 위험하지만 그걸 두려워할 필요는 없겠죠. 그만큼 가치 있는 일도 없고 바로 그런 지점들이 연기가 재밌는 이유니까요.”
도전을 즐기는 배우답게 그는 당장에 오는 8월 신작 ‘덕혜옹주’를 통해 또 다른 색깔을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덕혜옹주’는 가장 귀하게 태어나 가장 외롭게 살았던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의 삶을 다룬 작품. 손예진은 덕혜옹주의 삶으로 들어가 그의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소화했다.
“어떻게 하다 보니 개봉이 좀 맞물렸어요. 다행인 건 두 작품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데 있죠(웃음). ‘덕혜옹주’는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한 내용이라 부담과 책임감이 컸어요. 동시에 또 멜로도 많은 작품이죠. 오랜만에 보여주는 멜로일 거예요. 물론 여기에도 그간의 작품과 다른 또 다른 무언가가 있죠. 같지만 또 다른 느낌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