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인터뷰] 1세대 조선CEO "소통없는 구조조정..다 죽는다"

기사입력 : 2016년06월22일 08:48

최종수정 : 2016년06월22일 08:55

유관홍 전 회장, '혈세투입' 대우조선에 직격탄
현대중공업, 6년 전 군산조선소 접었어야

[편집자] 이 기사는 06월 22일 오전 05시30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울산=조인영 기자] "지속가능한 청사진 없는 구조조정만 강행하다 보니 갈등만 일어난다." 

유관홍 전 성동조선해양 회장은 만나자 마자 그동안 드러내지 못했던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세계1위 한국조선이 막 태동하던 1973년 조선업계에 발을 들여 놓은 유 전 회장은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중공업, 성동조선해양 등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국내 대표 조선CEO다. 이런 그에게 현재 조선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낯설고 눈물겨운 광경이다. 

유례없는 불황으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빅3' 조선사들은 수 십조원 규모의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마련, 인력감축 등 대대적인 몸집줄이기에 나섰다. 반면, 수십만 근로자를 대표하는 노조들은 회사의 구조조정에 강력 반발하며 노사간 충돌이 일촉즉발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유 전 회장은 시작부터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모두가 공감할만한 대안이 없는 상태서는 뭘 해도 안된다는 거다.

전운이 감돌고 있는 조선업계에 유 전 회장은 전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미래상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방글 기자>

유 전 회장은 지난 20일 뉴스핌과 가진 인터뷰에서 "조선이나 해운산업이 앞으로 어떻게 갈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 나도 힘을 보태면 회사를 살릴 수 있다는 안건이 나와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인원만 줄이겠다고 하니 쟁의만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라고 꼬집었다. 

유 전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 조선사들이 공급과잉 상태임을 지적했던 인물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블록 공장으로 전락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부터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그 당시에도 조선과 해운에 대한 구조조정 목소리가 있었지만 '지금 잘되고 있는데 무슨 구조조정이냐'는 반응이었다. 특히 CEO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못했다"며 "현정은 현대상선 전 사장이나 최은영 한진해운 전 사장 모두 전문가가 아니다. 유능한 CEO를 두던지, 아니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최대주주로만 있던지 하는 형태로 가야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조선소도 마찬가지다. 주인이 없는 곳엔 CEO 모럴해저드가 생긴다. 주인이 없으면 종업원이라도 제대로 일해줘야 한다. 전부 국가 돈이, 우리 세금이 들어가는 데 여태 적자를 숨기고 있다가 이제서야 분식회계 얘기가 나온다. 이게 뭔가”라고 비판했다. 

이는 조선업계의 대표적인 방만경영 사례로, 수 조원의 혈세가 투입될 예정인 대우조선해양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노사간 구조조정 갈등에는 협력업체와 대형사간 동반자적 인식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유 전 회장은 "유동성 위기에 대기업은 견딜 체력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부도로 이어지기 쉽다. 중소기업이 어려워지면 책임의식은 고사하고 '내가 언제 공장 지으라고 했느냐'고 반문한다"며 "일본은 협력사에 대한 개념이 다르다. 적정한 이윤을 계산해 얼마의 이익을 줘야 같이 갈 수 있을 것인가를 고려한다. 한국은 그런 개념 없이 가격에만 끌려다닌다. 여기저기서 진정서를 넣어서 장기적인 파트너십이 생길 수가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군산조선소를 예로 들면, 그 때 CEO들은 배 몇 척 만들어 군산조선소 만들었던 원가 본전을 다 찾았다고 얘기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조선소가 문을 닫으면 그 몇 배의 자금이 투입된다. 군산 인근에 부도난 협력사들도 파다하다. 그런데도 현대중공업 누구 하나 책임을 운운하는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위기에 대한 해법은 있을까? 유 전 회장은 현대중공업 먼저 몸집을 줄이면서 중소형사와 같이 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시한다. 

“조선사 대표로 현대중공업이 청사진을 내놔야 한다. 경쟁력이 왜 떨어지나? 평균연봉이 8000만원이다. 중소조선소에서 똑같이 지으면 연봉 3000~4000만원이면 해결된다. 현대중공업이 꼭 할 수밖에 없는 걸 제외하곤, 나머지는 전부 협력사에 내줘야 한다. 8000만원에서 하던 일을 3000~4000만원에서 할 수 있는 구조조정이다.”

남는 인력에 대한 효율화 방안도 제안했다. 유 전 회장은 "고임금을 받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업무는 하청을 줘도 된다. 단순한 업무를 맡는 사람은 적정 임금을 받으면서 일할 수 있도록 이동할 필요가 있고, 직종별로 임금 상한선을 정해 능력에 따라 일을 하면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의 쟁점으로 떠오른 사업분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어떤 아이템을 분사하겠다는 소리만 들리지, 어떤 일을 어떻게 해서 경쟁력을 갖게 하겠다는 건지 말이 없다. 이런 청사진 없이는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사들의 적자주범인 해양플랜트에 대해선 "조선사들이 기본설계를 하지 않으니 기술 향상이 될 수 없고, 물량 산출도 안됐다. 만들면 만들수록 적자니 일본은 애시당초 해양플랜트에 뛰어들지 않았다"며 "우리 조선사들은 기본설계를 한국에 맡기지 않으면 해양플랜트를 만들지 않겠다는 공동선언이 필요하다. 그런 자세 없인 절대로 이익이 창출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간 합병설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지금은 (대우조선을) 공짜로 줘도 가져갈 곳이 없다. 정부가 대우조선을 하나의 모델로 삼아 구조조정할 수 있는 찬스다. 단순히 M&A를 해서 골치 아픈 대우조선을 떨쳐버리겠다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 개발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조선산업을 하지 않는 나라가 없고,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서 선가(배값)는 하락한 상황"이라며 "우리는 조선사들간 기술 공유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업그레이드 된 기술을 공유하면서 더 나은 기술을 다같이 발굴하는 셈이다. 기술 성장 없이는 세계 시장에서 이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정부가 구원투수로서 조선사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실직한 근로자에게 임금 일부를 보전해준다는 것은 진정한 역할이 될 수 없다"며 "해운사들이 자국 기업에 발주할 수 있도록 방안이 필요하다. 독일처럼 국민 누구나 선박 펀드에 투자해 조선사는 배를 만들고 해운사는 이윤을 남길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렇듯 제대로 된 구조조정 처방에도 조선 시장은 금방 회복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유 전 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2003년부터 시작된 호황기는 죽었다 깨어나도 다시 오지 않는다. 전 세계 배들이 남아돈다. 그러니까 현대가 앞장서 대우와 삼성에 '우리가 30척 줄일께 너네도 케파 줄여라'라고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이런 역할을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CEO도, 오너도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유관홍 전 회장은 1945년 부산에서 출생했다. 동래고, 성균관대를 나와 1973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현대중공업 생산총괄, 중장비사업본부장, 건설장비본부장 등을 거쳐 현대미포조선 사장, 현대중공업 사장, 성동그룹 회장을 역임하는 등 유일무이한 조선 3사 CEO 이력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조선 1세대 인물로 손꼽힌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

CES 2025 참관단 모집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농기계 임대'로 지원한다더니…정부, 내년 예산 17% 싹뚝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농기계 구입이 어려운 농가에 농기계를 임대해 구입 부담을 경감해주는 '농기계 임대 지원사업' 예산이 17%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 농기계임대 지원사업 예산은 올해(327억4000만원) 대비 17% 줄어든 271억200만원으로 편성됐다. 농기계임대 지원사업은 농가가 쉽게 구입하기 어려운 고성능·고가격 농기계를 정부가 임대함으로써 농작업 효율화와 농업경영비를 절감하기 위해 지난 2003년 도입됐다. 특히 농식품부는 농촌이 고령화되면서 일손 부족 현상이 심해지자 농기계를 활용해 농사를 수월하게 지을 수 있도록 노후농기계 교체, 여성친화형 농기계 지원 등을 지속 추진해 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141개 시군에서 농기계임대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외 6개 시군에서는 농기계임대 수요가 많아 지자체 재원을 통해 자체적으로 농기계임대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2022년 기준 농기계임대사업소가 보유하고 있는 농기계(부속기 포함)는 총 9만3765대로 임대사업소 당 평균 647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개년간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농기계 임대사업 평가 및 컨설팅' 용역보고서에 "신규 농기계가 폐기 농기계보다 많아 연평균 5.6%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며 "임대농기계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번 예산 삭감으로 농기계에 대한 수요 대비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농식품부는 농기계임대 지원사업 예산이 삭감된 이유가 평가 타당성에서 미흡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2022년 기준 농기계 대당 임대일수가 평균 11.3일로 조사되면서 이용률이 저조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농촌경제연구원은 임대일수 5일 이하의 농기계 비율이 24.6%로 높은 비율을 보여 임대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봤다. 또 임대실적이 저조한 이유를 조사한 결과 '신형 농기계 대체' 응답이 전체의 29.4%로 나와 사업의 평가성과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준병 의원은 <뉴스핌>과 통화에서 "농촌의 경우 고령화, 여성화 현상으로 힘이 드는 노동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농업기계의 기계화를 적극적으로 하되 농가가 농기계를 장만하는 데 부담이 들지 않도록 임대 사업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기계임대 지원사업 예산이 줄어들면서 농촌 일손 부족을 해결하는 데 걱정이 된다"며 "농기계임대 지원사업의 예산 뒷받침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점검·보완하겠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국회의원 [사진=윤준병 의원실] 2024.09.02 plum@newspim.com plum@newspim.com 2024-09-25 06:00
사진
이스라엘, 헤즈볼라 사령관 잇따라 제거…이번엔 미사일 고위급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이스라엘이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대대적 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헤즈볼라의 최고위급 지휘관들이 잇따라 폭사하고 있다. 부대를 지휘하고 전투를 이끌어야 할 수뇌부가 계속 제거되면서 헤즈볼라의 전투 역량도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24일(현지시간) 레바논의 보안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 공습 때 헤즈볼라의 한 지휘관이 사망했다"며 "그는 헤즈볼라의 미사일 부대 사령관인 이브라힘 쿠바이시"라고 말했다.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공습을 받은 레바논 남부 접경지 두로 지역. [사진=로이터 뉴스핌] 이스라엘방위군(IDF)도 성명을 통해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 지역에 대한 공습으로 6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다쳤다"면서 "사망자 중에는 이브라힘 쿠바이시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IDF는 쿠바이시와 함께 헤즈볼라 미사일 부대의 고위 장교 여러 명도 폭사시켰다고 말했다. IDF는 이어 "지난 하루 동안 레바논 내 1500여 곳의 헤즈볼라 목표물에 약 2000개의 미사일·폭탄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 20일 헤즈볼라의 정예부대인 라드완 부대 지휘관 이브라힘 아킬을 족집게 공습으로 죽였다.  아킬은 지난 7월 사망한 푸아드 슈크르에 이어 헤즈볼라의 2인자급 지휘관이었다. 이스라엘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번 작전을 '북쪽의 화살'로 명명하면서 "우리는 헤즈볼라에 대한 작전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휴식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 레바논 지역의 인명 피해도 빠르게 늘고 있다. 피라스 아비아드 레바논 보건부 장관은 "월요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어린이 50명을 포함해 사망자가 총 558명에 달하고 부상자는 1835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한편 유엔(UN)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CNN과 인터뷰에서 "서방 지원을 받으며 첨단 무기로 무장한 이스라엘을 헤즈볼라 혼자서 상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레바논이 제2의 가자지구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면서 "이슬람 국가들이 모여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권 수호를 자처하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공격 행위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ihjang67@newspim.com   2024-09-25 00:3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