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일치 동결에서 만장일치 인하로..."그날이 오늘일 줄이야"
[뉴스핌=허정인 기자] 9일 서울 채권시장이 강세로 장을 마쳤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해 온 채권시장은 이날 레벨부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내리는 바람에 장 막판까지 강세로 끌고 갈 수 있었다.
1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장 대비 6.2bp 내린 1.352%, 3년물은 3.3bp 내린 1.345%, 5년물은 4.4bp 떨어진 1.425%, 10년물은 3.7bp 떨어진 1.660%로 각각 마감했다.
선물시장에서 3년만기 국채선물은 전일 보다 10틱 오른 110.66, 10년선물은 45틱 오른 130.95로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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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국고채 금리 <자료=금융투자협회> |
시장은 생각보다 금리 인하를 무덤덤하게 받아들였지만 속내는 내심 놀랍다는 반응이다. 구조조정 이슈가 계속해서 불거지고 5월 금통위 의사록도 도비시하게 나와 언젠간 기준금리가 내릴 것으로 봤지만 그날이 오늘이 될 줄은 몰랐다는 대답이 주를 이뤘다.
한발 더 나아가 지난 달 금통위원 전원이 만장일치 금리 동결을 결정했는데, 그 위원들이 이번 달 모두 인하로 돌아섰다는 점이 시장을 더 탄력 있게 이끌었다고 답했다.
증권사 채권 딜러는 "조만간 할거다 생각했지만 이번 달에 바로 할 줄은 몰랐다"면서 "정부 쪽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이나 구조조정 구체적으로 나온 다음 하지 않겠나 싶었는데 예상 외의 인하였다"고 전했다.
외국계 은행 채권 딜러는 "만장일치여서 시장 예상과 어긋난 결과가 나왔고 장 초반 좀 세게 달리지 않았나 싶다"면서 "다만 시장에 인하 베팅 포지션이 쌓여있었기 때문에 의결 이후 차익실현 매물 나오면서 강세폭 좀 눌렸던 듯 하다"고 전했다.
사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이틀 전만해도 80%에 가까운 이들이 동결을 전망했었다. 7일 금융투자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채권 전문가의 79.4%가 외자유출 우려, 가계부채 부담 등으로 금리를 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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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그만큼 시장에 시그널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는 "시장과 충분히 소통했나"는 기자의 질문에 "판단의 차이가 있겠지만 4월과 5월 암시를 했었다"고 답했다. 총재는 이 자리에서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말을 반복하기도 했다.
"금리 정책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재정과 구조 개혁을 같이 가야 되기 때문에 타이밍을 엿보고 있다", "과거 금리 내릴 때는 충분히 완화적이라고 했어도 이후 내린 적 있다"는 발언이 나름의 소통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다르다. 증권사 채권딜러는 "인하를 해도 놀랍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하긴 했으나 지난달 총재의 시그널을 만장일치까지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6월 아니더라도 조만간 인하하겠구나 정도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다른 증권사 딜러는 "지난 총재의 말씀들이 딱히 시그널로 받아들여지진 않았다"면서 "오히려 KDI나 다른 기관에서 푸쉬한게 컸지, 총재한테서 그런 신호는 못 받았다"고 잘라 말했다.
시장은 총재의 긴 설명에서 그 마음을 읽은 듯하다. 소통 부족에 대해 장대한 설명으로 그 답을 대신한 게 아니냐는 의미다.
어쨌든 채권시장은 강세로 끝이 났다. 당분간은 지금의 랠리를 이을 전망이다. 한은이 지금껏 금리를 내릴 때 한 차례에 그치지 않았다는 경험적 근거, 만장일치 동결이 나왔다는 점에서 추가 인하 여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번째 인하 시기는 약 9~10월 정도가 될 것 같고 다소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금리 하단에서 제한적 등락을 이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