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아나운서들 중 활약이 돋보이는 전현무, 김성주, 오정연(왼쪽부터) <사진=뉴스핌DB> |
[뉴스핌=황수정 기자] 한동안 프리 아나운서 붐이 일었던 것과 달리 최근 행보는 조심스러운 모양새다. 지난해만 해도 MBC 김주하, 박혜진, 최현정, 박소현, 방현주, KBS 황수경, 오정연 등 많은 아나운서들이 회사를 떠났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KBS 황정민 아나운서는 사측의 설득으로 프리 선언을 철회했고, 조우종은 프리 의혹이 일자 직접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 '조우종의 뮤직쇼'에서 "제의가 온 것은 사실이지만 본격적으로 논할 단계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현재 방송가는 후발대로 나선 프리 아나운서들의 성공이 쉽지 않은 환경이다. 과거와 달리 경쟁이 훨씬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진입장벽도 높다. 이미 프리 활동을 시작한 전현무와 김성주는 그 위치가 독보적이고, 최근 오정연도 눈에 띈다. 세 사람은 각각 예능과 진행, 연기 분야에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현무 <사진=KBS 2TV '해피투게더', JTBC '비정상회담', MBC '나 혼자 산다', tvN '문제적 남자' 캡처> |
KBS 32기로 입사했던 전현무는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 '개나운서'(개그맨+아나운서) 등으로 불리며 각종 예능을 섭렵했다. 전현무는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루시퍼' 춤을 추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당시 KBS 소속이던 전현무는 "춤을 품격있게 추겠다는 내용으로 5장의 경위서를 썼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 춤은 아직까지 회자될 정도로 지금의 전현무를 만든 초석이 됐다.
전현무는 지난달 29일 목 건강 악화로 3년간 꾸준히 진행해왔던 MBC FM4U '굿모닝FM, 전현무입니다'를 하차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다작 중. KBS 2TV '해피투게더3', MBC '나 혼자 산다', SBS '판타스틱 듀오', JTBC '비정상회담' '헌집 줄게 새집 다오', tvN 수요미식회'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프리한19' 등에 출연하고 있다. 특유의 깐족거림과 셀프디스, 능글맞은 태도가 예능에 최적화 됐다는 평가. 이에 다른 이들보다 예능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다.
깔끔한 진행으로 호평받고 있는 김성주 < 사진=Mnet '슈퍼스타K', MBC '아빠 어디가', JTBC '냉장고를 부탁해', MBC '복면가왕' 캡처> |
김성주는 1999년 MBC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 각종 스포츠 중계로 인지도를 쌓았다. 그러나 2007년 갑작스럽게 프리를 선언했고, 이때 '배신의 아이콘'으로 낙인찍혀 진행하던 모든 MBC 프로그램에서 하차해야 했다. 방송활동 정지처분까지 당하며 녹록치 않은 상황에 놓였던 김성주는 Mnet '슈퍼스타K' 진행을 맡으며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이미 기본기가 탄탄한 진행 실력으로 호평받았고 "60초 후에 공개됩니다"란 유행어도 탄생했다. 이후 김성주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캐스터 합류를 계기로 MBC에 돌아왔고 '일밤-아빠 어디가'로 절정을 맞이했다.
현재 김성주는 MBC 주말을 책임지는 '일밤-복면가왕'의 MC를 맡고 있다. 복면가수와 연예인 판정단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재치있는 진행을 선보이고 있다. 이와 동시에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셰프원정대-쿡가대표', tvN '명단공개2016'도 맡고 있다. 리얼버라이어티 예능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긴 했지만 여전히 그의 장점은 깔끔한 진행 실력. 특히 김성주의 진행은 단조롭지 않고 긴장과 이완을 잘 살리며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하고 시청자들을 몰입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연기로 호평받고 있는 오정연 <사진=MBC '워킹맘 육아대디' 캡처> |
2015년 프리를 선언한 오정연은 지난달 9일 첫 방송한 MBC 일일드라마 '워킹맘 육아대디'에서 첫 연기 도전에 나서 호응을 받고 있다. 오정연은 일과 가정, 자녀교육을 다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하는 얄미운 캐릭터 주예은 역을 맡았다. 오정연은 아나운서 출신답게 안정적인 발성과 발음으로 정극 연기를 훌륭히 소화해냈다. 도도하고 이기적이지만 밉지 않은 현실적인 연기로 어색함 없이 공감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오정연은 "예전에 K본부에서 소처럼 뼈를 묻을 정도로 열심히 일한 경험이 실제 연기에 많은 도움과 공감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연기에 도전한 프리 아나운서들이 그다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오정연의 활약은 눈에 띈다. 2014년 화제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출연했던 오상진은 드라마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연기력 논란으로 그늘에 가려졌다. tvN '로맨스가 필요해' '감자별2013QR3', MBC '그대없인 못살아' '마마' 등과 각종 영화에 출연했던 최송현은 대표작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연기로서는 2%가 부족하다.
이제는 많은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들이 생겨났고 그만큼 대중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만 매체가 많아졌음에도 프리 아나운서들의 활용도는 여전히 낮고, 이미 확고히 자리를 잡은 이들만 더욱 바빠지고 있는 것이 현실. 지난해 프리를 선언한 김일중은 한 방송에서 "나의 강점은 깐족거림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왔더니 이미 윤종신, 전현무가 있더라"며 그 치열한 환경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김현욱이 조우종에게 "프리 선언을 하려면 2년만 더 기다렸다 해라"고 건넨 조언을 곰곰히 생각해봐야할 때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