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NGO 콘퍼런스 후 기자회견서 "대권출마 추측 자제해달라"
[뉴스핌=이영태 기자] 지난 25일 방한 이후 대선주자급 광폭행보를 보여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0일 출국에 앞서 대선출마를 놓고 다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 총장은 이날 오후 경주화백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6차 유엔 NGO(비정부기구) 컨퍼런스'에 참석, 기조연설을 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방한 이후 자신의 발언과 행보를 '대선출마용'으로 받아들이는 정치적 해석과 관련해 "국내에서 행동에 대해 과대해석하거나 추측하거나 이런 것은 좀 삼가, 자제해 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0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6차 유엔 NGO(비정부기구) 컨퍼런스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
반 총장은 "관훈클럽 비공개 간담회를 했는데 그런 내용이 좀 과대확대 증폭이 된 면이 없잖아 있어, 저도 좀 당혹스럽게 생각하는 면이 많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25일 대선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낸 관훈클럽 토론회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방한한 기회에 제주포럼과 같은 시기에 개최돼 참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한국에는) 정치적 행보와 전혀 무관하게 오직 국제적인,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행사에 참여하고 주관하기 위해 온 것"이라며 "이번 방한 목적은 그야말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회원국을 방문하는 공식 일정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하면 오늘부터 (임기가) 정확하게 7개월 남았는데 임기를 잘 마치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사무총장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도록 많이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부탁했다.
나아가 "제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는 데 대해 많이 추측하고 보도하는데, 제가 무슨 일을 할 것인지는 제가 잘 알고, 제가 결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서 최선을 다해왔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2030 지속가능 개발목표는 70억명 전 세계인과 지구가 지속가능한 길을 가기 위한 이정표로, 야심 차고 폭넓은 비전이 채택됐다"며 "모든 회원국이 합의하는 데 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고 자평했다.
또한 "모든 사람이 바로 제가 사무총장으로서 기후변화를 매우 중대한 전 세계적 의제로 만들었다는 데 동의할 것"이라며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유엔에서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성 지위 향상에도 큰 기여를 했다"고 역설했다.
이어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유엔 회원국의 의무를 달성하는 데 쏟아부었다"며 "모든 것은 역사가들이 해설하게 될 것이고, 그래서 모든 평가는 역사의 몫으로 남기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반 총장은 방한 첫날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내년 1월1일이면 한국사람이 된다"며 "(임기종료 후)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가서 고민, 결심하고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을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지만, 자생적으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 "미국 대선 후보들도 70세·76세다. 한국 같은 선진사회에서는 체력 같은 것은 별문제가 안 된다"는 등의 민감한 발언을 쏟아내 여야 정치권의 격렬한 반응을 야기시켰다.
관훈클럽 토론회와 제주포럼을 마친 후 잠시 일본을 다녀온 반 총장은 지난 28일 김종필 전 총리와 정치 원로들을 잇달아 만난 데 이어 전날 경북 안동 하회마을의 서애 류성룡 선생 고택 충효당(忠孝堂·보물 414호)을 방문하고 기념식수를 했다.
반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끝으로 5박6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오후 7시30분 인천공항에서 뉴욕으로 떠난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