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4조원 이상 물붓기에도 수주난 못당해
'샐러리맨 신화' 강덕수 STX그룹 전 회장은 2심서 풀려나
[뉴스핌=조인영 기자] 자율협약에도 버티지 못한 STX조선이 끝내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됐다. 지속되는 수주난에 STX조선을 필두로 국내 조선사들이 차례로 문을 닫을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 등 채권단은 "STX조선이 이달 말 부도를 피할 수 없어 5월 말까지 채권단 협의회 논의를 거쳐 법정관리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법정관리 전환은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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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진해조선소)은 올해 4월 말 수주잔고(100만9000CGT, 45척) 기준으로 글로벌 시장 23위, 국내 조선소 7위인 중견조선사다.
2000년대 중후반 호황기 STX조선은 대규모 투자와 저가수주로 유동성이 악화되자 지난 2013년 4월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채권단은 자율협약 당시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웃돈다고 판단, 4조5000억원 가량을 투입하며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작년 12월엔 오는 2017년부터 안정적인 영업익 시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며 추가로 4000억원을 지원했다.
이어 진해조선소 선대를 5개에서 2개로 축소하고, 선종도 탱커선에 특화·운영하는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다.
인력도 지난해 500명 가량을 감축한 데 이어 올해 임금 10% 삭감 및 추가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2013년 3월 말 기준 3500명 수준이던 직원 수는 올해 3월 말 2121명으로 1400명 가량 줄었다.
그러나 지속된 수주난으로 STX조선은 자본잠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영업손실을 거듭했다. 2014년 3137억원, 2015년 2108억원의 적자를 봤고 올 1분기엔 43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신규수주 물량 마저 중국이 싹쓸이 하면서 STX조선의 유동성 악화를 더욱 앞당겼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결국 돈이 돌지 않았던 문제가 크다. 수주가 돼야 선수금이 들어오고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데, 수주가 전혀 안되면서 유동성이 악화됐다"며 "특히 STX는 중소형탱커 등 선종면에서 중국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수주 경쟁에서 밀렸던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STX조선이 결국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자수성가로 조명을 받았던 강덕수 전 회장의 신화도 물거품이됐다.
강 전 회장은 1970년대 초반 쌍용양회 평사원으로 시작해 2001년 STX그룹을 창업한 뒤 대동조선(STX조선), 쌍용중공업(STX중공업), 산단에너지(STX에너지), 범양상선(STX팬오션)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한 때 재계 14위 그룹으로 키워낸 장본인이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자 그룹 전체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강 전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2014년 구속기소됐고 1심서 6월 실형을 선고 받았으나 지난해 10월 2심에선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경영진들의 방만 경영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미 10년 전부터 STX조선을 비롯해 조선업계 전반에 대한 위기론이 나왔지만 당시 경영진들은 호황에 취해 무리하게 사이즈를 키우고 저가수주에만 열을 올리면서 결국 이 같은 사태를 불러일으켰다"고 비판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