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왼쪽부터), 김민희, 박찬욱 감독, 김태리, 하정우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아가씨’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뉴스핌=장주연 기자] ‘아가씨’가 제작보고회를 통해 첫 베일을 벗었다.
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는 영화 ‘아가씨’(제작 모호필름·용필름,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제작보고회에는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민희, 하정우, 김태리, 조진웅이 참석, 영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가장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박찬욱 감독은 현장을 가득채운 취재진의 모습에 놀라며 “제가 어렸을 때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굉장히 조용하고 지루한 인생을 살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야단법석의 한 복판에 있게 됐는지 모르겠다. 뒤에서 지켜보면서 팔자가 희한하게 풀렸구나 생각했다”고 너스레를 떨며 기분 좋게 웃었다.
박찬욱 감독이 7년 만에 국내에 내놓은 ‘아가씨’는 1930년대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와 아가씨의 후견인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국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했다.
박찬욱 감독은 “원작 소설을 읽고 완전히 반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캐릭터들이 진짜 생생하고 놀랍고 충격적인 반전이 있다. 그런 여러 가지 면에서 이걸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지는 꽤 오래됐다”며 ‘핑거스미스’를 선택, 각색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박찬욱 감독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아가씨’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이어 박찬욱 감독은 “원작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가 배경이다. 이걸 옮길 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신분제도가 남아있으면서 정신병원이 등장해야 했다. 그래서 1930년대가 배경이 됐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조화로우면서도 갈등을 일으키는, 이질적인 게 묘사되기에 적합한 시대였고 시각적인 면도 그걸 두드러지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찬욱 감독은 또 “원작자에게 보여줬는데 잘 썼다고 하더라. 각색을 잘했는데 원작과는 꽤 다르다는 말이 특히 좋았다”고 뿌듯한 마음을 드러내는 동시에 “제가 만든 영화 중에 제일 대사가 많다. 영화 시간도 긴 편이고 굉장히 아기자기하다. 깨알 같은 잔재미가 가득하다. 제 영화 중에 제일 이채로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전작과의 차별점도 언급했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은 바로 이 지점 때문에 영화의 칸진출이 의아하다고 했다. (‘아가씨’는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박찬욱 감독은 “솔직히 경쟁에 초대하지는 않을 거로 생각했다. 예술 영화들이 모인 영화제에 어울릴까 싶을 만큼 명쾌하고 모호한 구석이 없다. 그런 영화제들은 찜찜한 걸 좋아하지 않느냐. 어떻게 봐줄지 궁금하다”며 설레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반면 박찬욱 감독과 함께 칸의 레드카펫을 밟는 배우들은 뜻깊은 소감을 전했다. 처음 칸을 방문하는 신인 김태리도 다섯 번째 초청인 하정우도 떨리기는 매한가지. 특히 1500:1의 경쟁률의 뚫고 박찬욱의 여자가 된 김태리는 “모든 게 첫 경험이라 잘 몰랐는데 알아보고 주변에서 말씀해주시고 하니까 너무나 행복하고 벅차다”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배우 김태리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아가씨’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김태리의 경우 첫 영화인만큼 이날 많은 취재진의 집중을 받기도 했다. 그는 시종일관 떨리는 목소리와 수줍은 미소로 대답을 이어갔고 선배 배우들은 그런 후배를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김태리는 “굉장히 벅차고 설레고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보다는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작품”이라며 자신의 데뷔작에 무한 애정을 보였다.
물론 김태리만큼이나 다른 배우들도 ‘아가씨’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김민희는 처음으로 시대극에, 조진웅은 노인분장에 도전했다. 하정우의 경우 체중감량을 감행했다. 특히 하정우는 “저희 영화에서 두 여배우는 사실 체중 감량이나 외적인 거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도리어 남자 배우 둘이서 살을 더 빼야 하는 거 아니냐, 얼굴에 주름이 더 펴져야 되는 거 아니냐 등의 대화를 했다. 그래서 감독님이 저희 둘이 아가씨 같다고 했다”며 유쾌한 에피소드를 공개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모습을 뿌듯하게 지켜보던 박찬욱 감독은 이런 배우들과 함께 하는 게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늘 비슷비슷한 배우들과 오랫동안 해왔는데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라 긴장됐다”면서도 차근차근 그들만의 매력과 장점을 털어놨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도 “심사위원들의 입맛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있는 모든 배우가 칸에서 상을 받고도 남을 연기를 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 높였다.
한편 ‘아가씨’는 오는 6월 개봉한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