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악당보다 더 악명 높은 홍길동(이제훈)은 사건 해결율 99%를 자랑하는 사설탐정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20년간 찾지 못했던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어머니를 죽인 원수 김병덕(박근형). 오랜 노력 끝에 그를 찾아냈지만, 이미 김병덕은 누군가에게 납치된 후다. 김병덕을 찾아야만 하는 홍길동은 별수 없이 그의 집에 남아있는 손녀 동이(노정의)와 말순(김하나)와 위험한(?) 동행을 시작한다.
영화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탐정 홍길동)은 고전 소설 속 영원 홍길동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다. 메가폰을 잡은 조성희 감독은 이전 세대와의 갈등을 겪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바로 잡으려는 ‘홍길동전’ 속 반영웅을 그대로 영화 속 주인공으로 들고 왔다. 그리고 이 신선한 소스로 시작한 이야기를 전매특허인 감각적 화면으로 만들어 채웠다. 중심에는 배우 이제훈을 앉혔다.
간단히 장르를 정의하고 시작하자면 이 영화는 코믹 탐정물에 가깝다. ‘탐정 홍길동’은 웃음을 유발하는 재미와 긴장감을 자아내는 드라마를 정확하게 반으로 쪼개 나눠 가진다. 두 부분 모두 가장 눈에 띄는 건 배우들의 연기인데 전자는 말순 역의 김하나, 후자는 김병덕을 열연한 박근형의 힘이 크다. 주인공 이제훈 이상으로 강렬한 잔상을 남기는 배우들이다.
특히 김하나의 경우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역배우 에이전시에서 올린 사진을 뒤지다 우연히 김하나의 사진을 보게된 조성희 감독이 첫눈에 반해 캐스팅으로 이어졌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아역배우인데 시크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이 어마어마하다. 무심한듯 툭툭 내뱉는 그 말에 빠지지 않을 재간이 없다. 이제훈의 일에 사사건건 훼방을 놓는데(때로는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너무 귀여워서 이제훈이 아닌 관객을 안달 나게 만든다.
물론 아쉽게도(?) 이제훈과 박근형이 재회한 후부터는 김하나의 활약은 자연스레 줄어든다. 대신 이제훈과 박근형, 그리고 김성균의 폭발적인 연기가 스크린을 압도한다. 당연히 영화의 색깔도 완전히 바뀐다. 이제훈이 기억을 찾게 되면서 그의 과거가 밝혀지고 이야기가 반전을 맞기 때문. 나름대로 쫄깃하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는 아역배우들이 달궈놓고 간 자리를 풍성하게 꽉 채운다. 생각보다 꽤 흥미진진하다.
조성희 감독의 세심하고 감각적인 연출이 빛을 발하는 부분도 이쯤에서다. “1950~1960년대 미국 전통 필름 누와르에서 비주얼 적인 부분을 차용했다”는 조성희 감독은 젖어있는 거리, 안개, 빛, 그림자 등 그간 한국영화에서 잘 볼 수 없었던 고전 누와르의 요소를 사용, 영화 전체에 정통 하드보일러 탐정물의 냄새를 입혔다. 뿐만 아니라 선인에게는 브라운 계열을, 악인에게는 한색을 사용하는 등의 섬세한 연출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홍길동 역의 이제훈 연기야 흠잡을 필요도, 흠잡을 곳도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영화를 여는 묵직한 내레이션부터 시작해 무전기를 사용한다는 점, 사건을 파헤쳐가는 인물이라는 점 등 큰 설정이 그의 전작 tvN 드라마 ‘시그널’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 하지만 이제훈은 러닝타임이 끝나기 전 기어코 박해영(‘시그널’)과는 다른 색깔의 캐릭터를 만들어 보여준다. 동시에 붙는 상대에 따라 자유자재로 연기의 완급 조절을 하며 캐릭터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엔딩 크레딧은 분명 올라갔지만, 사실 홍길동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거대한 조직 광은회의 실체가 완전히 파헤쳐지지 않았고 극 말미 새로운 캐릭터 변요한이 등장, 또 다른 시작을 암시했다. 누가 봐도 후속작을 노린 결말.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연출, 연기 등 여러 이유에서 가히 속편을 기대할 만하기에. 오는 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