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엔 장중 107엔으로 밀려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엔화가 파죽지세로 오르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부양책과 마이너스 금리에도 엔화 강세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상황이다.
7일(현지시각) 달러/엔은 장중 107.6950엔까지 밀리며 52주 최저치를 갈아치운 뒤 108엔 선으로 복귀했다. 이날 고점을 기준으로 엔화는 약 17개월래 최고치 기록을 새롭게 세웠다.
엔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이번주에만 3% 이상 뛰었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1%에 달했고, 지난해 6월 저점에 비해서는 17% 가까이 치솟은 상황.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엔화를 밀어올리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트레이더들은 일본은행(BOJ)의 개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추가 상승에 적극 베팅하는 움직임이다.
마크 챈들러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만 전략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일본 금융당국의 개입 장벽이 높다”며 “관료들이 구두 개입을 시도했지만 이는 오히려 투자자들 사이에 대응책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면서 환율 움직임에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JP모간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2016 회계연도가 시작되면서 일본 수출 기업들이 자금을 송환한 데 따라 엔화의 상승 탄력이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시장 전문가들의 관심은 BOJ의 개입 지점이 어디인가에 쏠리고 있다. 엔화의 걷잡을 수 없는 랠리가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브라이언 제이콥슨 웰스 파고 펀드 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일본을 필두로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다음 행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엔/달러 하락이 지속될 경우 105엔 선이 일본 당국의 개입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힘이 실리고 있다.
바클레이즈의 니콜라오스 구루폴루스 외환 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달러/엔 환율의 추가 하락 여지가 높아지고 있다”며 “105엔 선까지는 별다른 지지선과 일본 측의 개입 없이 미끄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나다의 CIBC 역시 달러/엔이 105엔 선까지 떨어지기 전에 일본은행(BOJ)이 개입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에서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를 경계하기로 한 합의가 일본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미즈호 리서치 연구소의 아리타 겐타로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G20 회의에서 환시 개입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오간 데다 일본이 올해 선진 7개국(G7) 회의를 주최할 예정인 만큼 환율 움직임에 손을 쓰기가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 당국의 엔화 매도가 환율 하락을 차단하는 데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앞서 ‘미스터 엔’으로 통하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 가쿠인대학 교수 역시 “적어도 달러/엔 환율이 100엔 아래로 떨어질 때까지 구두 개입이 소용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엔화의 랠리가 달러 강세론자들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