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승환 기자] 중국이 올해 처음 도입한 은행 거시건전성평가(MPA) 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면서 중국 자금시장에 유동성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 경제매체 시나재경은 중국 은행간 시장의 자금 조달 금리가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이는 올 초 도입된 MPA에 대비하기 위해 시중 은행들이 자금 공급을 줄인 탓”이라고 1일 전했다.
중국 인민은행 <자료=블룸버그통신> |
신문에 따르면 31일 중국 은행간 시장의 주요 환매조건부채권(RP) 금리가 치솟았다. 특히 7일물, 14일물, 1개월물의 금리가 지난 9개월래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중국 중투증권은 “분기말 유동성 경색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밖에도 인민은행이 새롭게 요구하고 있는 MPA 심사로 인한 시스템적 요인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말 중국 인민은행은 유동성 공급 및 회수 수단으로 사용해 온 시중은행에 대한 예금준비율(지준율) 조치를 금융 안정화 수단으로 승격하는 MPA 시스템 도입을 결정했다.
이는 향후 개별 은행에 적용하는 지준율을 산출할 때 주식과 채권 시장 노출도, 융자 신장세, 대출금리, 자기자본 등을 고려, 지준율을 리스크 억제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신용대출 점검 범위에 주식 투자, 기관간 자금 거래 등이 새롭게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말 시중은행에 대한 첫 MPA 심사가 진행된 가운데, 지난 1월 신용대출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급증하면 일부 은행들의 대출 규모가 당국의 제한선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은행들이 MPA 심사를 앞두고 증시투자와 은행간 자금 거래 규모를 조정에 나서면서 시장에 대한 자금 공급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둥더즈 국신증권 수석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MPA 심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은행의 대(對) 증권, 보험, 펀드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자금 공급규모가 뚜렷하게 줄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신문은 증권사의 한 관계자를 인용 “(31일) 오전까지 은행이 자금 공급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가격을 묻지도 않고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렸었다”고 토로했다.
반면 은행 측 관계자는 “이날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자신의 잠재 리스크 규모를 추산하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고 밝히는 등 서로 엇갈린 모습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민생증권은 “금융업계 디레버리징 작업은 자금 디레버리징에서부터 출발한다” 며 “이과정에서 자금조달을 통해 부채 비율을 높여온 비은행 금융기관들의 디레버리징이 촉진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생증권은 분기말이 지나면서 MPA의 영향이 수그러들면서 자금 사정이 다시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