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인수 실패하자, "잉여자본으로 비은행 강화" 강력히 주문
[뉴스핌=한기진 노희준 기자] 윤종규(사진) KB금융지주 회장이 현대증권을 가져갔다. 윤 회장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다. 입찰가격을 1조원대나 써냈고 퇴임 임원을 인수전 전면에 나서라고 그룹 사장으로 영입하는 결단이 결실을 맺었다.
31일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공시했다. 입찰가격은 순유입액 기준으로 약 1조원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증권 최대주주인 현대그룹과 최종 가격 협상을 마치고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승인을 받으면 모든 인수작업이 마무리된다. 대략 석 달 정도 걸릴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이 KDB대우증권을 작년 말에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고 이달에 금융당국으로부터 인수 승인을 받았다.
윤종규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전에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과 맞붙어 패했다. 이러자 KB금융그룹의 M&A잔혹사에 윤 회장이 한 페이지를 추가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2006년 외환은행 인수 실패부터, 우리금융그룹, ING생명,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대우증권 등 굵직한 금융권 M&A에는 KB금융은 들러리로만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로, KB금융 분위기는 달라졌다. 작년 12월말 윤 회장은 “잉여 자본을 활용할 방안 검토를 하라”는 주문을 경영진에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잉여 자본을 활용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는 그룹 방향이 나왔고, 최근에는 외국인 주주 이탈로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한 부분이 있어 주주가치 제고 필요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KB금융은 업계 최고의 보통주자본비율(CET1, 위험자산/보통주자본) 13.5%로 두 번째로 높은 신한금융(11.9%)보다 훨씬 우량하다. 언제든 꺼내 사용할 수 있는 돈이 많다.
이번에도 1조원대 입찰 가격은 파격적인 도전이었다. 현대증권은 매각 입찰이 시작된 2월달에 주당 5600원대에 거래되며 지분가치 3000억원대로 경영권 프리미엄(웃돈)을 감안할 대 4000억원대로 추정됐다. 작년 일본계 금융그룹 오릭스에 매각을 추진할 당시에는 주당 1만220원에 총 6510억원이었다.
윤 회장은 또 SGI서울보증보험 사장으로 임명된 지 한달 밖에 안된,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을 KB금융지주의 사장직을 부활시키며 데려왔다. 증권, 방카슈랑스 등을 책임진 그의 경험을 사, 비은행 부문 강화 책임을 맡기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강성' 사외이사로 알려진 KB금융 사외이사도 KB금융 경영진의 운식의 폭을 넓게 준 것으로 관측된다. 한 KB금융 사외이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수가격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최선을 다 해서 좋은 결과를 내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이번 현대증권 인수로 비은행 강화라는 오랜 숙원 해결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 순익 기준으로 KB금융의 비은행부문 비중은 33%에 불과하다. 같은기간 리딩뱅크 신한금융지주의 비은행부문 손익 비중 42%보다 10%포인트 가량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KB금융의 또다른 관계자는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지난해 현대증권 당기순익에다 지분법을 감안하면 630억원의 비은행 이익이 불어나 비은행 비중이 3.5%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일정기간 2개의 증권사로 유지하다 KB투자증권과의 합병에 나설 방침이다. 앞의 관계자는 “빠른 시일내에 통합해 가는 게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KB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이 6220억원이다. 이에 따라 3조2200억(작년 9월말기준)인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통합하면 자산 3조8500억원대로 몸집이 불어나 3위로 도약한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WM(자산관리)에서 강한 현대증권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국민은행의 CIB(기업투자금융)와 현대증권의 IB가 접목되면 폭발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