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금리차 노렸다가 낭패, 뒤늦게 환 헤지 가입 법썩
[뉴스핌=백진규 기자] 2015년 실적보고서를 내놓고 있는 중국 부동산 기업들 상당수가 위안화 절하로 인해 대규모 환차손을 입었다고 밝혔다. 낮은 금리만 보고 달러부채를 늘렸다가 손해만 본 것이다. 기업들은 뒤늦게 환 헤지 상품에 가입했고 관련 금융사들은 예상외 실적을 올렸다.
최근 몇 년간 중국 대부분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달러를 조달해 사업을 확장해 왔다. 해외에서 달러채권을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달러 대출을 받는 방식이었다. 반면에 위안화 절하시의 환리스크 예방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비책을 마련해 두지 않았다.
중국 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위안화 대출 금리가 4%대까지 낮아졌지만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5~6%가 기본이었다”면서 “반면 달러대출 금리는 3%대까지 낮출 수 있어 2%포인트의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작년 8월 10일 달러당 6.1162위안이던 위안화 환율은 작년 말 6.4936위안까지 상승(위안화 가치하락)했다. 작년 한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4.46%나 하락했다.
중국 부동산 기업들은 위안화 절하로 전보다 더 많은 위안화를 지불해야 달러부채를 갚을 수 있게 됐고, 이로인해 커다란 환손실을 보게 됐다. 다른 기업들과 달리 위안화로만 수익을 거두는 구조 때문에 환리스크에 더욱 취약한 구조였다.
<이미지=바이두> |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시가총액이 100억위안을 웃도는 중국 70대 부동산 기업들 중 지금까지 2015년 실적을 발표한 기업은 1/3정도로, 이 기업들의 환손실 합계는 63억위안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불과 한해전인 2014년의 경우 이들 70대 부동산 기업의 전체 환손실 규모는 12억7000만위안에 그쳤다. 단순 계산으로 볼 때 1년만에 환손실 규모가 15배 가까이 커진 것이다.
유명 부동산 기업 야쥐러(雅居樂 03383.HK)는 2015년 매출액이 430억위안으로 전년비 12.2%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순이익은 13억9000만위안으로 67.6%나 줄어들었다. 야쥐러는 순이익이 급감한 주요 원인으로 환손실을 꼽았다.
다른 부동산기업 비구이위안(碧桂園 02007.HK)의 경우 2015년 환손실이 10억위안에 달한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뒤늦게 환헤지 상품에 가입하고 나섰다. 중국 중신증권 산하 KVB쿤룬국제금융(昆侖國際金融)은 기업들의 환헤지 수요 급증으로 인해 2015년 한해 순이익이 9471홍콩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3배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은행들도 환헤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기업 뤼디홍콩(綠地香港)은 이번 달 1억달러 규모의 선물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고, 중쥔즈예(中駿置業) 역시 현재 은행들과 환헤지 계약을 놓고 긴밀히 협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들의 달러 채권 상환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블룸버그는 올해 들어 중국 기업들이 20억달러 규모의 해외 채권을 상환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동기 2600만달러에 비해 77배나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달러부채를 줄여 방어적인 입장을 취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부동산 기업 비구이위안, 헝다디찬(恒大地產) 등은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채권, 어음을 발행해 외화부채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백진규 기자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