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銀, 작가·콘텐츠 믿고 100% 신용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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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한기진 기자] 드라마 ‘태양의 후예’ 인기가 뜨겁다. 회당 25만 달러에 판권을 사 간 중국 내 최대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iqiyi)에선 방송 8회만에 10억뷰(21일 기준)를 돌파했다. 최근 일본과도 판권 계약을 맺었고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총 19개국에서 방영 예정이다. '별에서 온 그대'(2013년) 이후 한류(韓流)가 더 강력한 엔진을 달았다.
대박을 터트린 태양의 후예이지만 본래 위험한(?) 드라마였다. 영화 배급사인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가 제작한 1호 드라마였고 100% 사전제작이었다. 흥행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사전 제작에 자금을 선뜻 대겠다는 금융회사를 찾기 어려웠다.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 주인공중 하나가 한국수출입은행이다.
지난 2015년 1월 수출입은행은 ‘서비스산업금융부’라는 낯선 부서를 신설한다. “한류 브랜드를 수출로 육성하자”는 취지였다. 방송, 영화부문 전문가를 외부에서 영입했다. ‘7번방의 선물’을 제작하는 등 영화판에서 제법 알려진 정재승 부부장을 공채했다.
서수진 수출입은행 서비스산업금융부 팀장은 “수출입은행이 문화 콘텐츠와 인연이 없었기 때문에, 발로뛰며 투자 대상을 찾았다”고 했다.
곧바로 문을 두드린 곳이 NEW다. 서 팀장은 “NEW가 영화배급사이지만 한류드라마를 만들 계획이라는 정보를 입수해 먼저 접촉했다”고 했다.
NEW는 영화 '스물','변호사' 등 흥행작을 낸 국내 4대 영화배급사중 한곳이다. NEW는 작년 5월13일 이사회에서 ‘태양의 후예 문화사업전문회사’를 설립하면서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었다. NEW와 KBS의 자회사 KGCS가 각각 10억원씩 출자해 만들었다
국내에서 드라마 사전제작은 큰 모험이다. 마케팅 시점과 방송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흥행 여부를 알 수 없고 매출 발생시점도 늦는다. 모 벤처캐피탈 영화투자 심사역은 “영화나 드라마 투자는 대박을 노리는 게 아니라 투자 규모가 적고 현금회수가 빠르다는 장점으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모험투자에도 불구하고 수출입은행이 30억원을 저금리로 기업대출해주겠다고 NEW측에 제의했다.
서 팀장은 “드라마 흥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다. 김은숙 작가가 쓴 시나리오에 믿음이 있었고 KBS와 공동제작에 방송 평성도 어느 정도 확정이 됐다. 중국과 선수출 계약도 체결했고 중국에서 인기 있는 송혜교를 캐스팅해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김 작가는 파리의 연인, 신사의 품격, 시크릿 가든 등을 쓴 흥행 메이커다.
수출입은행은 지분투자가 아닌 ‘기업대출’로 NEW측을 지원했다. 사전제작이라는 점을 고려해 제작부터 방송단계까지 지원하는 1년짜리 운영자금과 프로젝트론으로 대출했다. 금리는 정책자금 대출로 최대한 낮췄다.
사실 문화콘텐츠 투자는 오랫동안 기업은행이 개척해온 영역이다. 2014년~2016년 사이 총 7500억원 투자계획이 있고, 이미 7300억원을 집행했다. 투자했던 ‘연평해전’ ‘국제시장’ ‘명량’ 등이 대박을 쳤고, ‘수상한 그녀’는 22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고정된 수익률을 올리긴 힘들지만 매년 수익률 5~10%가 목표다”라고 했다.
NEW에도 기업은행이 만든 사모투자회사인 IBK금융그룹중기상생투자조합제2호가 2014년 상장 전에 투자했다.
금융당국은 문화콘텐츠에 5조5000억원의 자금을 공급해 1만여 개 기업과 프로젝트를 지원할 계획이다.
최용호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장은 “문화콘텐츠 사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금융 인프라를 확충하고 다양한 자금조달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