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과 함께2 최고의 사랑'에서 PPL로 나온 에어컨, 청소기, 예약어플. <사진=JTBC '님과 함께2 최고의 사랑' 캡처> |
[뉴스핌=황수정 기자] "에어컨을 왜 남의 카드로 할부로 사야하나"(kyn****)
"사람들이 눈치챌 거 알면서도 내보낸 걸까요?"(msh***)
"솔직하게 협찬 받았다고 자랑하는게 낫지 않나?"(21d*****)
지난 1일 JTBC '님과 함께2 최고의 사랑' 44회가 방송된 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었다. 바로 지나친 PPL(product placement, 간접광고) 때문. 이날 방송에서는 윤정수가 김숙의 카드로 에어컨을 구매하는 장면이 담겼다. 윤정수는 김숙의 카드를 사용해 24개월 할부로 에어컨을 샀고, 결제 문자를 본 김숙이 분노했다. 이때 특정 회사의 신형 에어컨이 화면에 등장했으며 윤정수가 에어컨의 다양한 기능을 선보이자 김숙이 화를 풀게 된 상황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달 23일 '님과 함께2'에서는 허경환과 오나미가 집들이를 준비하며 모 회사의 청소기를 꺼내 청소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허경환은 직접 청소기를 사용했고, 오나미를 구박하며 청소기의 기능을 감탄했다. 지난달 16일 방송에는 김숙이 윤정수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외식을 준비하며 레스토랑 할인 예약 어플을 사용하는 장면이 자세하게 담겨 시청자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님과 함께2 최고의 사랑' PPL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가득한 시청자 게시판 <사진=JTBC '님과 함께2 최고의 사랑' 홈페이지> |
유독 '님과 함께2 최고의 사랑'의 PPL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과 함께 배신감 섞인 목소리가 많다. 시청자들이 '진짜'로 믿고 몰입하는 상황을 PPL이 단숨에 깨뜨렸기 때문이다. 윤정수와 김숙 커플은 처음부터 '쇼윈도 부부'로 자청하며 두 사람의 관계를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나미 역시 수 년 전부터 허경환을 짝사랑한다고 밝혀왔고, 가상 부부가 됐음에도 허경환은 오나미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커플 모두 '부부'라는 콘셉트 외에는 모든 말과 행동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처럼 느껴졌고, 이것이 가장 큰 인기 요인이었는데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 것이다.
물론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도 PPL은 있다. tvN '삼시세끼' '꽃보다 청춘' 시리즈에는 탄산수와 생수, 커피가 눈에 띄게 등장한다. KBS 2TV '나를 돌아봐', SBS '정글의 법칙'에서는 모 업체의 짬뽕라면을, MBC '무한도전'에서는 같은 회사의 짜장라면을 직접 끓여먹으며 더욱 노골적으로 홍보했다. 식품 외에도 의류, 전자제품, 자동차, 어플 등 다양한 분야에서 PPL이 활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 상승이 목적"이라며 "기존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재인식 시켜주는 계기를 마련하고 실제 제품에 대한 이벤트 프로모션 등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로 파악할 수는 없지만 현장에서는 'TV를 보고 왔다'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등 효과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예능 프로그램 속 PPL로 등장한 탄산수, 노트북, 라면 <사진=tvN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MBC '무한도전' SBS '정글의 법칙' 캡처> |
방송가에서 PPL은 제작비 충당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만 한다. 시청자들도 이를 알고 어느정도는 묵인하고 있다. 그러나 점점 PPL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시청자들의 불만과 불편이 쌓여가고 있다. 더욱 교묘해지는 PPL 때문에 시청자들이 예민해지면서, PPL이 아님에도 PPL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룬 예능 프로그램도 생겨났다.
지난해 12월 MBC '무한도전'에서 박명수는 동생이 운영 중인 가발업체를 방문해 홍보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이에 제작진과 박명수 모두 해명해야 했다. 최근에는 MBC '일밤-진짜 사나이' 여군특집4에 참가한 전효성이 치킨 PPL 논란에 휩싸였다. 훈련소 입소 전 팬들에게 받은 치킨으로 인해 교관에게 지적당하며 방송 내내 치킨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 이에 전효성은 SNS로 "정말 저를 아껴주시는 순수한 마음에 팬들이 챙겨준 치킨"이라며 "대본도 협찬도 안티팬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잘 나가는 프로그램일수록 PPL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다. 그러나 흐름을 깨는 노골적인 PPL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PPL 역시 장단점이 있다. 제조사 뿐만 아니라 제작사 쪽에서도 함께 PPL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청자가 있기에 PPL도 가능하다. 광고주보다는 시청자를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득보다 실이 큰 PPL은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