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당원 발생은 번호가 아닌 당원명부 관리 문제
[뉴스핌=김나래 기자] 4·13총선을 앞둔 새누리당 경선이 '안심번호 휴대전화' 여론조사로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친박계와 비박계 사이에 책임당원 안심번호를 수록한 당원 명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유령당원·주소불일치·이중등재 등의 불일치 문제가 불거지면서 28일 예비후보자들을 상대로 안심번호 당원명부 활용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후속 대책에 돌입했다.
아울러 29일 본회의에서 선거구획정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곧바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휴대전화 안심번호 수집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최대 열흘의 준비기간을 거쳐 다음달 둘째 주부터 본격적인 경선이 가능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새누리당은 전체적인 여론조사 기간을 안심번호 수집기간을 포함해 17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유령당원 논란…'안심번호' 문제 아닌 '당원명부' 관리 문제
'안심번호' 논란은 기본적으로 안심번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안심번호는 여론조사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로 이동통신사가 임시번호(050으로 시작하는 11자리)를 생성한 후 휴대폰 이용자의 성별과 연령, 거주지 정보만 제공하고 각 정당이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경선이나 전당대회 때 제공돼 왔던 것처럼 안심번호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안심번호는 특별한 것이 아닌 핸드폰 여론조사"라며 "지금까지 전당대회, 경선 모두 안심번호로 해왔는데 현역 의원들은 완전히 새로운 제도인줄 아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까지 경선을 다 '안심번호'와 같이 특별한 번호를 부여받아 해왔는데 모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안심번호를 부여한 휴대폰 전화가 오히려 무선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높인다는 주장도 있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일반전화를 쓰는 사람들은 주로 상가에서 많이 사용해 본인이 아닌 경우가 많아 왜곡도가 훨씬 높아 휴대폰을 쓰는 것"이라며 "휴대폰을 쓰게 되면 개인정보가 누출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아예 안심번호를 부여해 번호를 일시적으로 바꾸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늘 여론조사를 통해서 했을 때에는 어느 정도의 오차가 나올 수 있다"며 "오차범위는 일반전화를 하는 것보다 휴대전화를 하는 것이 훨씬 신뢰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유령당원 의혹'과 관련 당원관리가 소홀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 27일 예비후보자 전원에게 ▲당원명부 주소 불일치 ▲비당원 주장 ▲전화번호 결번 사례를 취합해 28일 정오까지 보고할 것을 지시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 공관위가 공천을 신청한 예비후보자들에게 '안심번호 당원명부'를 활용한 현황을 보고하라고 한 것 역시 문제라는 것이다.
복수의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일반 당원은 과거 30~40년 동안 내려온 명부이기 때문에 당원 본인들이 자발적으로 당에 신고하지 않으면 수정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또 여론조사에 활용되는 책임당원의 경우에 대해서는 "책임당원은 돈을 내고 있어 일반 당원과는 차이가 있고, 불일치되는 일부 책임당원 명부는 여론조사에서 어느 정도는 걸러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유령당원 중 소재지가 불분명한 경우는 종종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한 지역에서 당원 가입을 했지만 이후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을 경우 대부분 당원들이 당에 연락을 하지 않는 다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원 명부는 그대일 수밖에 없어 수시로 시도당이나 당협위원장이 책임 당원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일반 당원은 몰라도 책임당원에 대해서는 당협위원장이 전화를 해야 하는데 관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유령 당원의 문제는 '안심번호'의 문제가 아니라 당원 관리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 '안심번호 당원명부'…계파·현역 및 신인 갈등 심화
'안심번호제' 도입은 특히 새누리당 내 친박계 대 비박계 간 공방전으로 확산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은 "안심번호로 전환된 당원명부가 부정확하다"고 비난하고 있는 반면, 비박계 의원들은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최근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여론조사 경선을 하려다 보니 여러 문제가 튀어나온다. 당원명부에 문제가 많다는 제보가 계속 들어온다"고 비난했다.
이에 김무성 대표는 "테스팅 결과 놓고 볼 때 휴대폰 여론조사는 아무 걱정없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농촌 지역과 대도시 지역을 두 개 테스팅한 결과 주소 일치율이 강원도 농촌의 경우 83.2%, 서울은 98% 일치했다"고 반박했다.
심지어 '친박계는 안심번호 여론조사 전면 재검토론'까지 들고 나오고 있는 반면, 비박계 의원들은 '상향식 공천룰'을 흔들고 있다고 반박한다. 비박계에서 '진박 신인들'에게 유리한 우선추천제나 '100% 국민여론조사'를 확대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계파 외에 현역과 신인의 형평성 차이가 있다는 점도 당내 갈등을 복잡하게 만드는 이유다. 새누리당은 애초 여론조사 경선에 참여하는 책임당원과 그렇지 않은 일반당원을 구분하지 않은 통합명부를 예비후보들에게 제공했다가 현역의원과의 형평성 논란이 일자 지난 22일 명부를 다시 배포했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현역의원과 당협위원장은 당원명부를 알기 때문에 안심번호와 당원명부를 맞춰보면 책임당원이 누군지 알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미리 확인해서 안심번호로 카톡은 안되고 문자를 보낼 수 있다"고 귀띔했다.
현역과 신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각각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 관계자는 "최근 같은 지역 안에서도 당원 명부에 대한 보고가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 소재지가 불분명한 일반당원에게 전화를 하고 보고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이런 경우는 대부분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안심번호 당원 명부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될 경우 결국은 여론조사 100%를 적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역 의원 또는 당협위원장에 도전하는 다른 예비후보들이 가장 원하는 구도가 도출된다는 분석이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