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시대 달라진 경영환경, 친화력·영업력·창의력 뛰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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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한기진 기자] #지난 19일 KB국민은행 신입행원이 실무에 첫 배치됐다. 신입행원 대부분 이 일선 영업점에 배치됐지만 140명은 부서를 배정받지 못했다. 대신 ‘기업금융 예비인력양성 연수’를 시작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업금융에 필요한 전문성과 고객 응대 방법을 향상시키기 위해 추가 교육하는 것으로 그만큼 영업에 필요한 지식과 인성이 중요해졌다”라며 “예전처럼 공인회계사(CPA)나 MBA 출신을 특별 선발해 활용하는 경우가 줄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채용한 신입행원 230명중 세무사, 감정평가사 등 전문자격증 소지자를 단 3명만 채용했다. 대부분 영업현장에 바로 투입 가능한 인재를 채용했다. 실제로 이들 중 95%를 영업점에 배치했다.
◆ 당장 현장 투입가능한 '영업'자질 평가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영업자질’을 신입행원 선발기준으로 강조하고 있다. 학벌, 학점, 자격증, 토익 점수 등 소위 스펙의 중요도는 이전보다 덜 중시하는 편이다.
국민은행은 신입행원 자격 요건부터 현장 맞춤형 인재로 한정했다. 채용담당자가 직접 지방을 내려가 지방대학 우수인력을 면접했다. 국민은행 앞선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영업대상을 수도권과 지방을 5대5라고 한다면, 지방 출신들이 해당 지역의 인적 네트워크나 거주 적응력에서 우수하기 때문에, 이런 점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3월경 실시예정인 특성화고 채용에서도 현장 맞춤형 인재를 채용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6일 마감한 상반기 정규직 신입행원 입사지원서에 ‘지역전문가’로만 지원받았다. 한때 볼 수 있었던 외환, IB, 세무 등의 항목은 사라졌다. 서울, 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대전·충정·호남·대구·부산 등 지방을 이원화해 지원토록 했다. 조건도 해당 지역 소재 고등학교나 대학졸업(예정)자로 하고, 근무지도 지역연고로 정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에서 개인고객을 담당하는 개인금융서비스직군으로 전원 선발하고, 경쟁률도 수도권과 지방이 각각 50대1 정도 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경기도 소재 기흥연수원에서 지난해 11월에 실시한 신입행원 1차 면접에서 돌발면접과 1대10토론을 진행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공, 학점, 어학 점수 등 정량적 측면보다 면접자세, 팀워크, 창의성, 논리적 사고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신한은행이 신입행원 채용에서 스펙을 우선 따져 6%를 선발하기는 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제외한 특수언어(미얀마, 베트남, 아랍어, 인도어 등) 전공자다. 이들도 국내 거주 외국인영업을 위해 국내 영업점에 배치됐다.
기업은행은 입사지원서에 어학점수와 자격증 기재란을 없앴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행한 탈(脫)스펙 채용방식이다. 대신 국가직무능력표준(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기반 채용을 통해 직무역량을 평가한다. NCS는 국가가 각 산업별 직무에 필요한 지식 기술 소약 등의 내용을 체계화한 것.
NCS 필기시험에는 총 90분 동안 90문항을 푸는데 의사소통, 수리, 문제 해결, 자기계발, 대인관계, 정보, 조직이해, 직업윤리 등 총 8개 직업기초능력 영역에서 출제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자기소개서부터 은행원이 필요로 하는 대면 상담능력, 협상능력, 정보 활용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3월경에 특성화고 졸업생 채용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진행된다.
◆ 저성장 시대, 영업력 갖춘 행원 인력 각광
예년과 달라진 입사 전형은 국내 은행이 뽑고 싶어하는 인재상이 변했음을 의미한다. 고학력, 전문자격증처럼 스펙이 영업현장에서는 가치가 발휘되지 않기 때문이다. 친화력을 갖춰야 직원수가 1만~2만명이나 되는 조직에서 잘 적응하고 고객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또 빠른 금융시장 변화에는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인재가 필요해졌다. ‘시장 선도자(First Mover)’로 변신해야 은행이 처한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체육학과, 공대 졸업생을 은행원으로 선발하는 것은 다양성이 영업현장에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은행 모 임원은 “은행은 업력이 100년이 넘어 인재 선발 노하우가 타 업종보다 숙성돼 있어 경영진들이 갖는 시각이 비슷하다”면서 “최근 성장이 둔화되면서 결국 영업을 잘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해진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