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부문 분리매각도 쉽지 않아
[뉴스핌=이영기 기자] 대우조선해양 인수자를 국내에서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비관론이 인수합병(M&A)업계에서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조선업 불황이 지속되고, 유력한 대기업들조차 사업재편이나 재무구조 재정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최초 천연가스 추진 컨테이너선 ‘이슬라벨라’호 시운전 모습<사진=대우조선해양> |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1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을 국내 기업이 인수하기는 향후 1~2년에 어려울 것으로 평가했다.
IB업계의 관계자는 "지난 2008년 인수 시도가 있었던 한화그룹과 포스코그룹 뿐 아니라 사업구조상 가능한 그룹을 보면 다른 방향으로의 사업조정이나 재무구조 정비를 진행중이다"라며 "한동안 국내기업 중에서 인수자가 나오기는 어려워 보이고 이런 점을 산은도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우선 지난해말 대우조선 인수설에 휘말렸던 SK그룹은 태양광 등 에너지사업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스위스 다보스포럼 참석한 최태현 그룹 회장이 에너지, 전기차용 배터리와 무인자율주행차 등에 대해 다국적 기업과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에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한화그룹도 사실상 후보자가 아니다. 지난해 삼성그룹에서 한화테크윈 등 방산과 한화토탈 등 화학부문을 인수해 올해는 부채관리등 속도 조절이 필요한 상태다.
한화그룹과 함께 당시 인수전에 참가했던 포스코그룹은 현재 고강도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포스코 1조3000억을 포함해 계열사 전체 만기도래 회사채 규모가 2조원에 가깝다. 권오준 회장이 취임때 '상각전영업이익(EBITDA)대비 차입금 3배'로 부채축소 목표를 제시한 것을 달성하려면 올해 순상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은 자금사정이 어려워 현대오일뱅크 매각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삼성중공업도 업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양사가 대우조선해양의 방산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분리매각의 가능성은 없다.
산은 관계자도 이에대해 "전체매출에서 방산 비중이 5% 미안으로 미미해 분리매각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삼성그룹을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하고 있지만, 관련업계에서는 고개를 젓는다. 삼성그룹은 방산 중 항공분야에 관심이 있었고, 이 또한 이미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한국항공우주(KAI)의 주축 인력이 옛 삼성항공 인력일 정도로 삼성이 집중했지만 최근 삼성테크윈을 한화로 넘기는 등 방산에서 손을 떼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삼성그룹이 방산에 관심이 있다면 대우조선해양보다는 KAI를 인수한다는 얘기다.
잠수함과 함정 등 방산부문이 자체비중은 미미하지만 전략적 기능이 있어 국내 기업이 인수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산은이 난처해지는 대목이다.
산은의 관계자는 "만일 삼성그룹이 방산에 관심이 있다면 KAI를 인수하려 했을 것"이라며 "현재 국내 산업계 분위기로는 대우조선해양의 인수가 한동안은 어려워 보인다"고 산은의 분위기를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