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일본계 SUV 선점 대약진, 현대 기아는 멈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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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지연 기자] 2015년 중국 승용차 시장이 ‘V’형 성장세를 나타내며 예상외의 호조를 보였다. 4분기 승용차(세단/SUV/MPV) 판매량의 경우, 한해 전체 판매량의 30.72%를 차지했다. 특히 12월 한달엔 승용차 판매량이 동기대비 17.5% 증가한 228만1700대를 기록해 2015년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린 달이 됐다. 이로써 대다수 자동차 업체는 제12차 5개년 계획(2011~2015년) 목표와 한해 목표치를 동시에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 중국 승용차 시장, SUV덕에 '쌩생'
지난 연말 승용차 판매량 호조의 배경에 대해 추이둥수(崔東樹) 중국 전국승용차시장정보합동위원회 사무총장은 ▲에너지 절약 자동차 보조금 지급기한 만료 ▲신에너지 자동차 보조금 조정기 ▲구매세 보조금 지급시기가 맞물려 나타난 전형적인 연말 정책 효과라고 분석했다.
2015년 중국 내 승용차별 판매량을 살펴보면 ▲세단은 동기대비 5.2% 하락한 1146만5000대 ▲SUV는 동기대비 59.9% 증가한 612만700대 ▲MPV는 동기대비 11.2% 증가한 204만8500대를 기록했다.
추이둥수 사무총장은 “지금은 중국 토종 브랜드가 SUV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2017년이나 그이후에는 외국 합자사 반격이 거세질 것”이라며 “로컬업체가 SUV의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메이저 세단 시장에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며 경쟁력을 제고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춘제(春節 설) 전의 높은 구매력이 2016년 1분기 승용차 시장을 지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2015년 중국 토종 기업이 판매한 승용차 수는 전년 대비 15.3% 증가한 873만7600대로 전체 승용차 판매량의 41.3%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SUV 판매량은 동기대비 무려 82.8% 증가한 334만3000대를 기록해 SUV 총판매량의 53.7%를 차지했다. SUV가 중국 토종 브랜드의 성장을 견인하는 강력한 엔진인 셈.
한 통계에 따르면 150개가 넘는 SUV 모델 가운데 중국 로컬 브랜드의 제품이 100개 이상에 달했다. 전체 SUV 시장의 65% 이상을 중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것. 2015년 12월 SUV 베스트10 명단에서 엔비전(Envision)을 제외한 나머지 9개 모두 중국 토종업체가 생산한 제품이었다.
중국 로컬 업체들은 침체 기미가 완연한 자동차 시장에서 SUV를 통해 영업을 호전시키는데 성공했다. 장화이자동차(江淮汽車, JAC)의 경우 ‘루이펑(瑞風) S3’가 승승장구하면서 2015년 SUV 누계 판매량이 전년 대비 252% 급증한 25만3100대에 달했다. 한해 승용차 총 판매량은 75% 이상 성장률을 달성하며 35만1900대를 기록했다.
창청자동차(長城汽車)는 2015년 한해 총 85만2700대의 자동차를 팔았는데, 이중 SUV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이 34.6% 증가한 82%에 달했다. 한편 광치촨치(廣汽傳祺)는 ‘GS4’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한해 판매량이 44.85% 늘었다.
지난해 하이라이트는 창안자동차(長安汽車)가 일으킨 돌풍이다. 창안자동차의 2015년 승용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9% 증가한 100만7000대를 기록, ‘100만대 클럽’에 당당히 입성했다. 특히 SUV 차량 ‘CS75’와 ‘CS35’ 판매량이 동기대비 각각 252%, 68.4%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기업이 눈부신 성장을 거둔데 대해 중국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로컬 업체들이 최근 2년간 다양한 SUV 모델을 출시하는 전략으로 고성장세의 SUV 시장을 석권하고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현대 기아 중국판매 10년만에 하락, 일본은 약진
외국계중에서는 일본 자동차 기업들이 지난해 SUV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선전했다. 일본계 간판기업인 토요타, 닛산, 혼다의 판매량이 모두 100만대를 넘어섰다. 특히 혼다는 동기대비 32.5% 증가한 100만6300대를 판매해 중국 영업사상 최고의 판매량 기록을 세웠다.
반면 한국과 프랑스 자동차 기업은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중국 현지법인인 베이징현대와 둥펑웨다기아의 2015년 판매량은 각각 106만2800대, 61만6100대였다. 주목할것은 2007년 이후 한국 자동차 기업의 중국 내 판매량이 처음으로 동기대비 하락했다는 점이다.
베이징현대, 둥펑웨다기아, 선룽(프랑스 시트로엥 합자사) 등 한국과 프랑스 기업들도 비록 세단판매에서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SUV 분야에서만큼은 판매 증가세를 나타냈다. 베이징현대와 둥펑웨다기아는 2015년 중국내 SUV 판매 증가율이 각각 10.5%, 15.7%에 달했다.
한국과 프랑스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 약화로 고전했다. 중국 토종 기업의 SUV 가격은 7~12만 위안 선에 걸쳐있는 반면 한국과 프랑스 기업은 대개 15~24만 위안 선이다. 중국 업체의 소형 SUV는 6~10만 위안, 중형 SUV는 9~16만 위안인데, 한국 및 프랑스 기업의 경우 이보다 최고 약 10만 위안 비싼 편이다.
중국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과 프랑스 기업이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SUV 시장을 잡지 못 한다면 앞으로 더 큰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 신에너지차와 고가차 시장 상황은?
신에너지차(순수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연료전지 자동차) 산업은 최근 몇 년간 각 도시 별로 보급 정책을 내놓았지만, 짙은 지역보호주의 때문에 성장 제약을 받고 있다.
중국 토종 브랜드 비야디(比亞迪, BYD)의 경우 본사가 위치한 선전(深圳)에서는 각종 보조금 혜택을 받고 있는 반면, 연고가 없는 베이징에서는 신에너지차 판매율 전국 1위에 빛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친(秦)의 판매량이 거의 ‘제로’로 떨어진다.
지역보호주의에 기반한 선별적 보조금 혜택으로 인해 중국 내 우수한 신에너지차의 보급이 늦어지며 소비자의 선택권 또한 제한됐다. 때문에 지방정부와 신에너지차 시장에 대한 중앙정부의 감독관리를 강화해 신에너지차 보조금을 공평하게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편 고가 외제 수입차 판매량은 2015년 1~11월 동안 20.6% 떨어진 83만2900대를 기록하며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2015년 중국 외제차 수입량은 10년만에 첫 감소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중국증시 폭락 사태가 고가 외제차 소비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 중국의 고가차 시장은 대체로 호조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중국에서 고가차 소비여건을 갖춘 가정은 1500만 가구에 달하고, 2025년이 되면 4600만 가구로 늘어나기 때문. 또한 미국의 경우 고급차 시장의 비중이 13%인데 반해 중국은 아직 9% 정도에 머물고 있어 고가차 시장이 향후 더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다.
[뉴스핌 Newspim] 이지연 기자 (bubbli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