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전세자금의 보수적 성향상 투자상품으로 이동 쉽지 않아"
[뉴스핌=한기진 기자] ‘신(神)이 만든 펀드?’
지난 19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의도하지 않게 '시장주의자'임을 밝혀야만 했다. 핀테크 홍보대사인 임시완씨가 출연한 영화 '오빠생각' 시사회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임 위원장은 '전세보증금 펀드'는 원금을 보장하는 상품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연 3~4% 확정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강조했다. 단지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연기금 풀(연 수익률 3.7%) 수준의 수익률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임 위원장은 “그런 돈을(월세로 전환해 남는 전세보증금) 어디로 굴려야 할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 하나의 투자방법을 제안해주는 정도"라며 “정부가 운용하는 게 아니라 민간운용사에 맡기는 것으로 반시장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의 해명에 대해 금융권 종사자들은 전세금의 보수적 성격에 비춰봐서 전세보증금 펀드는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
시중은행 부동산금융 담당자는 “전세금은 장기 주택구입자금으로 보기 때문에 금융권에서 가장 ‘보수적’인 자금인데 수익률 1~2%p 더 얻자고 투자상품으로 절대로 이동하지 않는다”면서 “투자상품 중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가장 안전하다고 하는데, 이 상품도 구조적으로 원금손실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월세로 전환한다고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손에 쥘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중은행 전세자금대출 계약서 약관은 전세보증기간이 끝나면 전세계약서를 다시 제출해 대출 갱신을 해야 하는데, 만일 월세로 전환해 전세대출 잔액이 남는다면 그 즉시 은행에 원금을 상환하도록 돼 있다.
금융권에서는 또한 월세가 증가추세이지만 여전히 대출을 받아 전세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여전한 것도 전세보증금 펀드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게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대출보다 금리(3% 안팎)는 높지만 한도가 많은 시중은행이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받아 취급하는 전세자금대출이 늘었다. 최대 3억원까지 빌려주는데 신규 보증금액을 기준으로 2013년 3조7947억원에서 작년 1~11월 기준 6조3927억원으로 급증했다. 건당 보증금액 역시 같은 기간 8600만원에서 1억1800만원으로 증가했다.
업계에서 “원금보장이 되는 3~4% 투자상품은 신이 만든 펀드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