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개봉한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왼쪽)과 ‘그날의 분위기’ 포스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주)쇼박스> |
[뉴스핌=장주연 기자] ‘조선 마술사’ ‘나를 잊지 말아요’, 그리고 ‘그날의 분위기’까지, 올겨울 야심 차게 관객을 찾았던 멜로 영화들이 하나같이 제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자취를 감추고 있다.
가장 먼저 눈물을 삼킨 작품은 ‘조선 마술사’였다. 지난해 12월30일 개봉한 이 영화는 유승호의 전역 후 첫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개봉 4주차에 접어든 현재까지 동원한 관객수는 62만6397명(1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에 불과하다. 분위기상 개봉 끝물인 데다 손익분기점이 300만이란 점을 고려하면 실패에 가깝다.
속단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정우성·김하늘 주연의 ‘나를 잊지 말아요’나 지난주 개봉한 ‘그날의 분위기’도 상황은 좋지 않다. 순제작비 29억 원에 달하는 ‘나를 잊지 말아요’는 17일까지 41만4102명의 관객을, 총 55억 원을 투자한 ‘그날의 분위기’는 35만4921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이처럼 멜로 영화의 연이은 흥행 실패 원인으로는 시대적 흐름이 꼽힌다. 사실 멜로는 최근 충무로에서 꺼리는 장르다. 이유야 간단하다. 흥행으로 이어지는 안전한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관객의 선호도를 살펴봐도 멜로보다는 현 사회의 부패와 비리를 꼬집는 범죄 드라마, 혹은 눈물 절절한 감동 실화가 우위에 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관객 취향이 멜로보다는 휴머니즘, 코믹, 범죄 스릴러로 가고 있다. 원래가 멜로는 여성 관객만 좋아하는 장르인데 그들마저도 멜로를 식상하게 생각하고 다른 장르에 관심을 두다 보니 멜로가 더 외면받게 됐다. 또 사는 게 어렵다 보니 극장에서까지 낭만적 이야기를 보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그것보다는 현실적 공감이 가는 작품을 선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2년 개봉해 큰 사랑을 받은 영화 ‘건축학개론’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이 같은 현상은 지난 2012년 박스오피스를 봐도 알 수 있다. 4년 전만 해도 극장가에는 ‘늑대소년’(665만명) ‘내 아내의 모든 것’(459만명) ‘건축학개론’(411만명) 등 멜로 영화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반면 요즘은 멜로 영화가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계속 유지하는 경우가 드물다. 확실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렇다고 멜로 영화 실패의 원인을 온전히 관객의 취향 변화로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지난해 8월 개봉한 ‘뷰티 인사이드’의 경우, 대박까지는 아니지만 205만2595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손익분기점을 돌파, 흥행에 성공했다. 또한 주연 배우 한효주의 패션과 헤어스타일 등도 연일 연관 검색어에 등장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렇다면 최근 쓴맛을 본 멜로 영화들의 ‘진짜’ 실패 원인은 무엇일까. 대다수 관계자는 스토리를 이유로 꼽는다. 더욱이 관객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영화를 보는 눈 자체도 높아진 상황. 탄탄하지 않은 이야기가 이들에게 통할 리 없다. 실제 ‘조선 마술사’와 ‘나를 잊지 말아요’ 역시 허술한 전개로 관객에게 혹평받았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개봉 후 ‘나를 낚지 말아요’라는 굴욕적인 별칭(?)까지 얻었다.
최근 개봉한 두 편의 멜로 영화를 봤다는 이유리(28·직장인) 씨는 “내용은 버려두고 너무 스타성에 의존한 듯하다. 유승호·고아라, 정우성·김하늘로 포장해놓고 막상 보니 이들 외에 볼 게 없는 거다. 또 멜로 영화니까 괜찮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이 완성도 낮은 작품을 만들고 이것이 흥행 부진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어색하게 장르를 섞는 것 역시 아쉽다”고 지적했다.
오늘 2월 개봉을 앞둔 영화 ‘좋아해줘’(왼쪽)과 ‘남과 여’ 포스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주)쇼박스> |
다행히 아직 극장가 판도를 뒤집을 기회는 남아있다. 다양한 멜로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둔 것. 가장 먼저 오는 2월18일 옴니버스 멜로 ‘좋아해줘’가 베일을 벗는다. 요즘 관객에게 친구만큼 친근하고 가까운 SNS를 소재로 했다는 강점이 있다.
디오와 김소현이 함께한 ‘순정’도 오는 2월24일 개봉을 앞뒀다. ‘순정’은 애틋한 첫사랑을 그렸다는 점에서 영화 ‘건축학 개론’을 연상, 관객의 감성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건축학 개론’은 개봉 당시 흥행은 물론, 여주인공 수지를 단숨에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등극시킨 바 있다.
올겨울을 장식할 공유와 전도연 주연의 ‘남과 여’는 정통 멜로라는 점에서 희망이 보인다. 특히 ‘멋진 하루’(2008)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2011) 등 그간 정통 멜로 연출에 남다른 장기를 보여온 이윤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서 더욱 전망이 밝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