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언젠가 ‘궁’이라는 만화가 대한민국 여심을 흔들던 때가 있었다.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라면’이라는 가정에서 시작되는 판타지 로맨스물. 당시 이 만화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드라마로까지 제작됐다.
조금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영화 ‘조선 마술사’를 보면서 떠오른 작품이 바로 ‘궁’이었다. 당연히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2016년 대한민국에 공주가 있다면, 그건 아마 스크린 속 고아라(26)와 가장 흡사하리라 생각했다. 러닝타임 내내 유승호와 마술보다 눈길을 끈건 다름 아닌 공주 고아라였으니까. 성동일의 ‘개딸’(드라마 ‘응답하라 1994’)은 만찢녀(만화를 찢고 나온 여자)가 돼 스크린에 들어가 있었다.
고아라의 신작 ‘조선 마술사’는 조선 최고의 마술사를 둘러싼 사랑과 대결, 모든 운명을 거스르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지난달 30일 베일을 벗은 이 영화에서 고아라는 운명을 거스르려는 공주 청명 역을 맡았다.
“하하하. 그러게요, 제가 공주를(웃음). 로맨스지만 역할이 역할이다 보니 캐릭터 만들 때는 공주부터 시작해서 해석해나갔어요. 물론 실화를 직접 공부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요. 또 예절교육, 세트 등 모든 게 답답함, 간절함, 슬픔 등의 감정 몰입을 도왔죠. 특히 의상 덕을 많이 봤어요. 신마다 색감, 소재가 달랐죠. 스무 벌 정도 입었는데 입으면서도 신기하고 예뻐서 감탄했어요.”
영화를 본 후라면 ‘공주 고아라’에게 시선을 빼앗기겠지만, 사실 영화를 보기 전이라면 아마 관객은 오직 이 두 가지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거다. 마술, 그리고 고아라와 유승호의 멜로 연기. 그래서 이 두 가지 질문을 차례로 그에게 던졌다.
“두 살 아래 친동생이 마술을 전공해요. 한번 (유)승호 씨랑 같이 마술을 배우러 갔는데 선생님이 동생 마술하지 않느냐고 가서 배우라고 해서(웃음) 가서 배웠죠. 예전에는 알려주지도 않았어요. 직업 정신이 있어서 마술사는 이런 거 알려주면 안된다고 거절했거든요. 그나마 이번엔 연기 때문에 배운 거죠. 근데 정말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마술은 직접 배워 익혔다면, 로맨스는 글(시나리오)로 보고 익혔다. 믿기 힘든 말에 몇 번이고 똑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고아라는 한결같이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 없다”고 답했다. 이는 (역시 믿을 수 없지만) 유승호도 마찬가지다. 경험해보지 못한 것도 표현하는 게 배우의 숙명이라지만, 사랑 이야기는 또 다른 법. 상상만으로도 어색했다.
“경험이 없어서 첫사랑의 풋풋한 느낌이 더 잘 나온 듯해요.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낸 셈이죠. 사랑을 꿈꾸는 저로서는 ‘나중에 이렇게 해야지’ ‘사랑하면 이렇겠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실 전 아직도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거든요. 특별한 이상형은 없고 그냥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죠. 근데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연애가 쉽지는 않네요. 그래도 늘 기다리고 있어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싶지만, 아직 한창이니까. 남자들이 대시 안하느냐고요? 아뇨, 그냥 막 놔두던데(웃음).”
유승호의 이야기가 나온 김에 두 사람의 키스신 이야기도 직접 듣고 싶었다. 현장 스태프조차 궁금해서 몰려들었다던 이들의 키스신. 당사자인 고아라는 어땠을까.
“그게 이별을 앞둔 상황이라 진지하게 임했어요. 다행히 승호가 잘 리드해줘서 잘할 수 있었죠. 현장에서 유승호 씨는 항상 듬직했어요. 조교를 해서 그런지 힘도 세고 남자답고 늠름했죠. 와이어나 액션신이 유독 많았는데 배려도 많이 해줬고요. 또 둘 다 어릴 때부터 일해서 공감대가 많다 보니 더 돈독해질 수 있었죠. 지금 드라마(유승호는 현재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에 출연 중이다) 찍는다고 바쁜데 승호한테 뭐 궁금한 거 있으세요? 제가 바로 연락해서 물어볼게요(웃음).”
사실 고아라는 너무 길어 다 받아 적지 못할 만큼, 인터뷰 내내 정말 많은 말을 쏟아냈다. 그리고 질문 중 열에 아홉은 어떻게든 영화 홍보로 끝났다. ‘기승전 조선마술사’ ‘기승전 영화홍보’라는 타박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때로는 역사 강의를 듣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의순공주(청명의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와 당시 상황과 관련된 많은 정보를 쏟아냈다. 그야말로 작품에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정말 이번 촬영에서 많은 사람이 고생했어요. 무대 장치도 3년을 준비했고요. 완성과정에서 초고보다 시나리오가 함축되긴 했어요. 원래는 더 판타지스러웠거든요. 아무튼 정말 스태프들이 너무 고생이 많았죠. 배우들도 마술, 액션신 등을 소화한다고 힘들었고요. 그런 노력이 느껴져서 이러는가 봐요. 그리고 다 같이 만들었지만, 아무래도 제가 소통을 할 기회가 많으니까 더 절박한 거죠.”
결국 고아라에 말을 따르면, 그의 열혈 홍보는 함께한 이들의 노력과 시간 때문이었다. 하지만 ‘응답하라 1994’ 이후 다시 한 번 연기력과 흥행력을 입증해야 하는 그에게 중요한 기회인 것도 사실. 의심(?)을 떨칠 수 없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고아라는 망설임 없이 “단 한 번도 중요하지 않은 작품은 없었다”고 말했다. 우문현답이었다.
“매번 중요해요. 간혹 시험대에 올랐다, 부담감을 느끼겠다고들 하는데 그런 걸 느끼기엔 멀었죠. 아직 시험대에 올라가는 과정이니까요. 다만 모든 작품에 책임감이 있는 거죠. 당연히 하고 싶은 역할도 다양하고요. 이번 영화를 하면서 정통사극도 해보고 싶었죠. 또 악역이나 ‘엽기적인 그녀’와 같은 재밌는 장르,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아직 못해본 게 많잖아요. 기회가 되면 연극도 해보고 싶고요. 지금 검토 중인 차기작도 아마 재밌는 작품이 될 거예요(웃음).”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SM엔터테인먼트·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