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4000cc 외제차 판매 비중 6.2%..대배기량 일수록 ‘손해’
[뉴스핌=김기락 기자] 혼다코리아가 야심차게 출시한 대형 SUV 파일럿이 경쟁 차종인 포드 익스플로러의 아성공략에 번번히 실패하고 있다. 소비자 선호도가 약한 가솔린 대(大)배기량 엔진을 파일럿에 탑재한 점이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4일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지난달 파일럿이 24대 판매됐다”며 “이를 포함한 파일럿의 총 계약대수는 144대”라고 말했다. 혼다코리아는 지난 10월 파일럿을 출시하면서 파일럿의 판매 목표를 연간 600대, 매월 50대로 세웠다. 출시 첫달 성적이 당초 목표의 절반에 그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파일럿의 국내 공급 물량이 부족한 탓, 내년 1~2월부터 공급 (지체가) 해소될 것”이라며 ‘차가 잘 팔리는 상황’임을 거듭 강조했다.
반면, 익스플로러는 지난 9월 349대에 이어 10월에도 345대 판매되며 파일럿이 들어올 틈을 주지 않고 있다. 다만, 익스플로러의 지난달 판매는 107대로 줄어들었다.
익스플로러는 포드의 간판 모델로, 지난 10월 대형 SUV 중 유일하게 수입 베스트셀링카 10위권에 들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차 브랜드가 베스트셀링카를 장악한 가운데 유일무이한 미국차이기도 하다.
파일럿의 판매 부진은 엔진 배기량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으로 보인다. 파일럿은 가솔린 3500cc 엔진을 달았고, 익스플로러는 가솔린 2300cc 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전 세계적으로 엔진 배기량을 줄이면서 성능을 높이는 ‘다운사이징’ 추세를 혼다가 파일럿에 반영하지 않은 결과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들어 11월까지 3000~4000cc 자동차 판매 비중은 6.2%에 불과하다. 3000cc 미만의 수입차가 90%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특히 전체 수입차의 55%는 2000cc 미만 엔진을 장착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배기량 가솔린 자동차 수요는 세단 및 SUV 관계없이 감소세”라며 “파일럿과 익스플로러의 판매량 차이가 10배 이상이 나는 만큼,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