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딱 몸친, 거기까지만. 열 개 다 채우고 빠이빠이, 어때?”
전 애인 결혼식장에서 우연히 만난 정훈(윤계상)과 시후(한예리)는 술잔을 기울이며 실연의 고통을 나눈다. 그러다 두 사람은 술김에 몸까지 나누게 된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기엔 너무나 기막혔던 하룻밤. 결국 시후는 커피 쿠폰 10개를 채울 때까지 더 자자는 당돌한 제안을 한다. 하지만 쿠폰 도장이 늘어갈수록 두 사람의 마음은 미묘해진다.
영화 ‘극적인 하룻밤’은 지난 2009년 초연한 동명의 연극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원나잇 스탠드’라는 발칙한 소재와 ‘몸친’이 ‘맘친’이 된다는 스토리는 원작의 틀을 그대로 따랐다. 반면 전체적인 톤에는 살짝 변화가 생겼다. 각색 과정을 거치면서 현실적 장면들이 연애에서 사회로 확대됐다.
예컨대 연극 속 현실이 잠자리로 인해 생긴 아이를 지우는 일 등이라면 영화 속 현실은 처지에 따라 정해지는 연애 계급, 비정규직 등 사회 구조적 문제다. 즉 영화는 단순 사랑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연애조차 버거운 요즘 청년들의 세태까지 담았다. 덕분에 관객은 현실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현 젊은이들의 고충을 들여다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장점인 동시에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이야기가 길을 잃는 원인이기 때문. 그 탓에 ‘극적인 하룻밤’은 때때로 어색한 사회드라마로 읽힌다. 자연스레 도발적인 시작과 달리 전개는 무난해진다. 그렇다고 또 마냥 귀엽고 아름다운 로맨스라고 소개하자니 배우들의 솔직하다 못해 직설적인 대사(주로 이는 조복래의 역할이다)가 거슬린다.
그래도 배우들의 열연 덕에 몰입도는 높다. 한 소속사에서 몸담으며 친분을 쌓아온 윤계상과 한예리는 완벽한 호흡과 현실감 있는 연기로 정훈과 시후를 소화해낸다. 여기에 조복래, 정수영, 박병은, 박효주의 연기 또한 적재적소에 펼쳐진다.
원작이 하고자 했던 말, 하기호 감독이 하고자 했던 말 역시 (물론 이는 단도직입적인 윤계상의 내레이션 때문이겠지만) 관객의 마음에 확실히 박힌다. 현실에 얽매이지 말고, “오늘을 살아라.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을 살아라”라는. 젊은 우리에겐 주어진 오늘이,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랑이 더 소중하다는 삶의 가장 중요한 진리를 이 영화가 알려준다. 오는 3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CGV아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