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입된 정구호 부사장, 리뉴얼 진두지휘...5년 내 국내 매출 8000억·기업가치 두 배 목표
[뉴스핌=함지현 기자] "한가지 컨셉으로 100년의 시간이 흘러야 '헤리티지'라 불릴 수 있는데, 그런면에서 스포츠 관련 정신을 잊지 않고 유지해 온 휠라의 헤리티지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뿌리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진화하는 휠라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흰색 바탕에 빨강색과 파랑색 줄이 가로질러진 저지. 힙합 스타일의 청바지·모자에 휠라의 흰색 농구화까지. 눈에 띄게 젊은 스타일로 나타난 정구호 휠라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부사장은 이같이 말했다.
제일모직 여성복 브랜드 '구호'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지난 6월부터 휠라의 부사장을 맡아 '젊고 핫한 스포츠 브랜드 휠라'로 거듭나기 위한 리뉴얼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비슷한 시기에 휠라 코리아 사장으로 임명된 김진면 사장의 '십고초려' 끝에 휠라행을 결정한 그는 불과 몇 개월 사이에 휠라의 리뉴얼 작업을 완료해 냈다. "제가 일을 빨리하기로 유명한데도 이번 작업은 힘들었다"던 그의 표정은 다소 상기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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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호 휠라코리아 CD·부사장. 사진=휠라코리아> |
'기린'이라는 가수의 'My Fila (Fila Gang)' 음악 소리가 공간을 가득채운 이 물류센터는 이번 행사를 마지막으로 모두 허물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휠라가 그동안의 이미지를 벗고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이같은 공간을 선택한 듯 보였다.
휠라코리아에 따르면 이번 브랜드 리뉴얼은 1992년 휠라 브랜드 국내 론칭 후 23년 만에 처음 시행되는 것이다. 패션의 주기는 보통 10년으로 본다. 유행 변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인데, 휠라는 그런점에서 다소 부족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번 리뉴얼 작업이 진행됐다.
휠라는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100여년 이상 이어진 브랜드 자산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감성을 더한 '스타일리시 퍼포먼스' 브랜드로 BI(Brand Identity)를 재정립했다. 여기서 말하는 '퍼포먼스'란 스포츠 브랜드의 본연에 맞도록 운동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능성과 디자인을 뜻한다. 젊고 핫한 스포츠 브랜드로 거듭나 국내 스포츠업계 리딩 브랜드로 재도약하고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로서의 위상도 공고히 할 계획이다.
스포츠를 즐기는 20~30대 초를 주 타깃으로 젊어진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매출에 도움이 될지라도 브랜드 정체성에 맞지 않는 캐주얼한 스웨터나 팬츠, 액세서리 가방 등은 내년부터 과감히 정리, 출시하지 않을 방침이다.
제품 라인 구성을 브랜드 정체성에 맞춰 '퍼포먼스(Performance)'에 집중해 재편했다. 휠라 브랜드는 3개의 '퍼포먼스' 라인으로 구성하고, '휠라 오리지날레(FILA ORIGINALE)'라는 라이프스타일 라인은 별도로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휠라 브랜드 전체 제품군은 '트랙 퍼포먼스'(일반 트랙 스포츠용), '피트니스 퍼포먼스'(패션성 강화된 인도어 스포츠용), '하이브리드 퍼포먼스'(프리미엄급의 선수 및 전문가용) 등 3개의 라인으로 분류해 전문 스포츠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휠라 오리지날레(FILA ORIGINALE)'는 브랜드 전통성을 보여주는 '헤리티지' 라인의 새로운 이름으로 '핫한' 감성을 반영한 젊은층 대상의 라이프스타일 라인이다. 시대적 감성을 반영해 데님이나 배기 팬츠, 오버사이즈 티셔츠 등도 선보인다. 유통망 또한 기존 휠라 매장이 아닌 주요 백화점 내 팝업스토어 또는 별도 섹션 형태로 입점할 예정이며, 향후 추이를 보고 별도 서브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휠라 골프(FILA GOLF), 휠라 키즈(FILA KIDS) 등 휠라코리아의 다른 패밀리 브랜드도 모(母)브랜드인 휠라의 변화에 따라 '스타일리시 퍼포먼스' 컨셉트를 기초로 바뀐다. 휠라 언더웨어(FILA UNDERWEAR)라는 백화점용 언더웨어 브랜드도 내년부터 선보일 계획이다. 새 컨셉트가 반영된 스포츠웨어와 골프웨어, 유아동복, 언더웨어 등의 제품은 빠르면 내년초 전국 각 브랜드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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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휠라코리아> |
새로운 로고체도 선보였다. 네이비 계열 색상에 기존보다 날렵해진 각과 폰트 디자인으로 모던한 느낌을 강화한 새 휠라 로고는 앞으로 출시되는 대부분의 제품과 매장 디자인에 적용된다. 이전 화이트·네이비·레드 색상의 'F박스'와 'FILA리니어' 로고체는 기업용 CI와 일부 제품에 제한적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휠라는 변화된 브랜드의 실체를 고객들에게 다각도로 보여주기 위한 영업전략도 새롭게 준비했다. 대표적으로 2016년 5월경, 서울 이태원에 '휠라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할 계획이다.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은 지난 2007년, 3층 규모로 운영됐던 서울 명동점 폐점 이후 무려 9년만의 개점이다. 내년 상반기 이태원점 개점을 시작으로 2017년 홍대입구, 부산 광복동 등에 추가로 오픈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휠라코리아는 이번 리뉴얼을 시작으로 기업 및 브랜드 가치를 높여 스포츠업계 리딩 업체로 재도약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현재 7935억원의 휠라코리아 기업 매출 중 약 4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부문 매출을 오는 2020년까지 8000억원대로 끌어 올려, 국내 스포츠웨어 시장 3위권 내 재진입을 목표로 두고 있다. 또 현재 1조2500억원대인 기업가치도 5년내 2배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번 리뉴얼을 총괄한 정 부사장은 "오랜 역사와 소중한 자산을 보유한 브랜드 오리지널리티에 새로운 감성을 입혀 브랜드를 재탄생시키고자 했다"며 "이번 리뉴얼 프로젝트는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포착해 브랜드 정신에 투영한 결과물로, 소비자가 새롭게 휠라를 인식하게 하고 나아가 스포츠웨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