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통한 산업구조 고도화·내수기반 확충해야
[뉴스핌=김남현 기자] 신흥국과 한국 등 수출주도 경제가 더 이상 고환율에 의존한 수출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경기둔화에 직면하면서 세계 수입수요 감소 등 구조적 요인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국제금융연구팀 김충화 과장과 구병수 조사역이 22일 발표한 ‘최근 신흥국 금융·경제의 취약 요인 점검 및 대응 방향’ 자료에 따르면 최근 신흥국 경제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실물경기도 금년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둔화되는 모습이다.
실제 신흥국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8~9월중 466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한해동안 빠져나간 유출액 403억달러를 넘어서는 것이다. 또 신흥국 경제성장률도 지난해 4.6%에서 올해 4.0%에 그칠 것(국제통화기금 IMF 기준)으로 내다봤다. 이는 미국 금리인상이 예상되면서 금융부문 충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중국 경기가 둔화됨에 따라 실물부문까지도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데 기인한다.
또 신흥국 경제 둔화에는 ▲세계 수입수요 감소와 ▲수출경쟁력 약화 ▲내수 부진 ▲중국에 대한 높은 수출 의존도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 ▲기업부문의 금융취약성 증대 등 성장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2000년 이후 신흥국 경제성장에 기여했던 원자재가격은 2014년 이후 부(-)의 효과로 전환했다. 올 1월부터 7월까지 원자재 생산 신흥국의 수출증가율을 보면 콜롬비아가 전년동기대비 32.6% 하락했고, 러시아가 -30.7%, 브라질이 -16.7%, 인도네시아가 -12.0%를 기록했다.
민간투자 및 세계 수입수요의 신흥국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도도 축소됐다. 실제 글로벌 공급사슬에서 중국의 역할이 변하고 있는데다 미국도 셰일가스·원유개발 등에 힘입어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위치가 바뀌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 기반이 강화되면서 상품 수출에서 부품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도 1990년대 중반 60% 가량에서 현재 약 35% 수준으로 하락했다. 수출이 생산 및 고용확대 등을 통해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나타내는 무역승수도 꾸준히 하락, 2012년 이후 1배를 밑돌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생산성 증가율이 낮은데다 임금상승률은 여전히 높아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특히 남미 신흥국의 경우 만성적인 인플레이션까지 겹쳐 수출품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들 역시 최근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와 엔저 지속 등으로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의 국가간 수출경합도를 보면 2012년말 기준 중국과는 44.3%, 일본과는 59.9%, 미국과는 47.0%를 보이고 있다. 수출경합도는 경쟁이 없는 0%에서 완전경쟁인 100%까지 분포한다.
<자료제공 = 한국은행> |
김충화 한은 과장은 “신흥국 경제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실물·금융 사이클의 동반 하강 압력, 잠재성장률 하락, 선진국 경기회복의 긍정적 효과 감소 등 리스크 요인이 잠재해 있다”며 “환율절하로 손쉽게 수출 증대를 꽤하고자 노력도 과거와 같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중국경제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완화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원자재 및 저임금 등에 의존한 수출주도 성장전략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내수기반을 확충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남현 기자 (kimnh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