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생긴 것과 달리 스릴러 마니아에요.”
푸근한 인상과 사람 좋은 미소로 유명한 배우 손현주(50)가 또 스릴러를 선보였다. 3년 전, 그러니까 2012년 SBS 드라마 ‘추적자’로 막을 올린 손현주의 스릴러 커리어가 어느덧 네 번째 작품에 다다랐다. 그간 ‘숨바꼭질’(2013)과 ‘악의 연대기’(2015)까지 강도깨나 높은 작품을 소화했던 손현주. 이번엔 살해된 아내를 살리려고 고군분투하는 변호사로 변신했다.
손현주의 신작 ‘더 폰’은 1년 전 강도 살해사건에 휘말려 숨진 아내(엄지원)가 변호사 남편 고동호(손현주)에게 전화를 하면서 시작된다. 태양폭풍으로 통신기기가 오작동을 일으킨다는 SF 설정이 눈에 띄는 이 영화는 아내를 살리려는 자와 비밀을 덮기 위해 그를 죽이려는 자의 공방을 담았다.
“그러게요. 하다 보니 또 스릴러에요. 생긴 것과 달리 스릴러가 어울리는지 비슷한 작품이 많이 들어와요. 물론 이미지가 굳어지리라는 우려도 있죠. 스스로도 이젠 밝은 걸 하고 싶어요. 한 템포 쉬어가야 할 때랄까요. 아, 내년엔 편한 드라마로 돌아올 겁니다.”
사실 손현주는 본능적으로 스릴러와 친하다. 오죽했으면 시나리오를 고르는 기준도 긴박함일까. 사람 하나 못 때릴 것 같은 얼굴과 정반대의 취향. 스릴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손현주의 눈빛이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번득였다.
“생긴 것과 달리 스릴러가 정말 좋아요. 배우도 그렇고요. 해리슨 포드나 브루스 윌리스 보세요. 10분 이내, 아니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긴박감이 철철 흐르잖아요? ‘이 사람 정말 살 수 있을까’ 보는 제가 다 걱정이 될 정도로 말이죠. 그런 느낌이 참 좋아요.”
‘더 폰’에서 손현주는 악역 배성우(43)와 시종일관 부딪힌다. 구르고 때리고 달리고 찔리고. 그야말로 한바탕 난리가 난다. 알게 모르게 형사 역을 많이 했던 손현주는 이번엔 전직 형사에게 호되게 당한다.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체감하는 액션의 무게가 제법 묵직하다.
“배성우 그 친구가 힘이 엄청나거든요. 예전에 제가 형사 역할하면서 범인들 쫓아다니곤 했는데 정반대가 되니까 묘하더군요.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이라 신경도 쓰였고요. 어떡하면 보다 리얼하게 극의 느낌을 전달할까 많이 고민했어요.”
영화에서 엘리트 변호사를 연기한 손현주는 숱한 직업을 경험해본 배우로 유명하다. ‘쓰리 데이즈’에서는 무려 대통령까지 연기했으니 직업으로만 따지면 더 올라갈 곳이 없을 정도다. 물론 혹자는 그에게 거지 역할이 가장 어울린다지만. 문득 이 길을 택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뭘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솔직히 이거 말고 다른 길을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이게 아니라면 아마 장사를 했을 거예요. 일전에 연극을 쉴 때 곱창집도 해봤고요. 아침마다 마장동에서 고기 떼다가 손질하는 게 재밌었죠. 몸은 힘든데 최선을 다해 음식을 올렸을 때 기분 좋게 드시는 걸 보면 참 좋았어요.”
알려진 것처럼 손현주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앞서 극단에 몸을 담았다. 그 유명한 미추 출신이다. 대학졸업 즈음 어떤 극단에 들어갈까 고민깨나 했다는 그는 친형이 원서를 갖다 주는 바람에 KBS 공채 탤런트 시험을 봤다. 이병헌과 김호진이 손현주의 KBS 14기 동기다.
“어떤 곳에서 연기하느냐, 혹은 내가 어디에 있는가를 늘 염두에 두고 있어요. 근데 제가 워낙 두 가지를 한 번에 못해요. 두 세 개씩 장르나 포맷을 오가는 친구들 보면 그저 신기하죠. 만약 제가 무대로 돌아간다면, 그건 지금 하는 걸 모두 내려놓고 나서야 가능할 겁니다. 아마 간다면 꽤 오래 있을 거고요. 지금은 영화를 할 때죠.”
영화 '더 폰'의 한 장면. 보기 드문 자전거 추격전까지 담아냈다. <사진=NEW> |
“손톱이 빠진 건 애교였어요. 청계천에서 뛰어내리다 갈비뼈에 문제가 생겼어요. 딱 드는 생각이 ‘더 판을 벌리다간 죽겠다’였죠. 배성우 씨도 다쳤어요. 인대가 거의 끊어진 상황에서 절 쫓아다녔더라고요. 물론 저희로서는 고생인데, 이게 극의 리얼리티를 높이는 과정이니 감내하는 거죠. 사실 액션영화에서 사고는 막을 방법이 별로 없어요. 대역이 있지만 전 티가 나서 싫어요. 근데 나이 먹으면 저도 언젠간 대역을 써야겠죠?”
지난해 ‘악의 연대기’ 촬영 당시 건강검진을 했다가 병이 있단 걸 알았어요. 촬영이 저 때문에 지연돼 미안한 마음뿐이었는데, 지금은 잘 추스르고 좋아졌답니다. 평소에 산을 타면서 힐링을 해요. 북한산, 도봉산에 일본, 중국, 네팔 가리지 않고 산을 찾아다니죠. 골프도 요즘 배우는 중이고요. 산에서 건강을 찾는다면, 가족을 통해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힘을 얻어요. 특히 고등학교 다니는 딸이 든든해요. 음악 전공을 준비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제 영화 모니터도 해주고 직설적으로 조언도 아끼지 않거든요. 글쎄 ‘더 폰’ 일부를 보더니 “정말 재밌겠다”며 웃었어요. 제가 실컫 얻어터지고 도망치는 장면 보고 좋아하더라고요. 어째 이번 영화 느낌이 좋네요. |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 사진=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