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같은 공간 다른 시간대에서 벌어지는 부부의 몸부림을 담은 숨 가쁜 스릴러가 늦가을 극장가를 습격한다.
김봉주 감독의 데뷔작 ‘더 폰’은 성공한 변호사 고동호(손현주)가 의문의 강도사건으로 아내를 잃고 난 1년 뒤 이야기를 담았다.
스릴러와 SF를 결합한 ‘더 폰’은 태양폭풍으로 통신기기가 오작동하면서 시나리오의 속살을 꺼내놓는다. 상처 후 자포자기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고동호는 어느 날 걸려온 죽은 아내 연수(엄지원)의 전화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아내가 죽은 지 딱 1년 만에 걸려온 의문의 전화. 반신반의하던 고동호는 자신의 행동, 그리고 아내의 대처에 따라 얼마든 현재가 뒤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아내 연수를 살린다는 일념으로 고동호는 자신의 집에 침입했던 강도를 뒤쫓기 시작하고, 동시에 서늘한 심리전이 막을 올린다. 과연 처절한 이 싸움의 최종승자는 고동호일까, 아니면 정체불명의 강도일까.
‘더 폰’은 소송전문 변호사와 그의 집에 침입한 괴한의 추격전 하나만으로 꽤 묵직한 스릴을 선사한다. 주인공 고동호가 아내를 살리려 할수록 둘의 숨통을 죄는 도재현(배성우)의 집요함은 ‘추격자’의 하정우와 맞먹는다. 이미 여러 차례 스릴러로 팬들과 만난 손현주와, 요즘 물을 만난 배성우의 압도적인 존재감은 과연 기대한 만큼 뭔가를 보여준다.
‘숨바꼭질’ ‘악의 연대기’ 등 근래 유독 범죄 스릴러로 팬들과 자주 만나온 손현주는 ‘더 폰’에서 극한의 감정이입과 고강도 액션을 소화했다. 때리고 맞고 구르고 찔리는 것도 모자라 이젠 자전거 추격 신까지 도전했다. 서울 도심을 중심으로 손현주가 벌이는 한밤중의 추격신은 이 영화 속 액션의 백미다.
손현주 이상으로 요즘 센 영화를 찍어온 배성우의 존재감은 ‘더 폰’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이다. 어떻게든 일을 마무리하려는 도재현의 악다구니 같은 행동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부정에서 말미암는다. 가장으로서 책임과 비틀린 부정 탓에 악행을 저지르는 도재현 자체의 비정상을 해석한 배성우의 연기는 합격점이다.
다만 ‘더 폰’이 한국 스릴러의 새 장을 열었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배우 때문에 본다”는 개봉 전 평가가 적지 않다는 건 그만큼 시나리오가 식상하다는 소리. 물론 제작진은 영화의 시나리오가 참신 그 자체라고 홍보하지만, ‘프라이멀 피어’(1996)로 스릴러 연출이 무엇인지 보여준 그레고리 호블릿의 ‘프리퀀시’(2000)와 상당히 닮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과연 ‘더 폰’의 스토리라인에 영화 팬들이 “새롭다” “신선하다”를 연발할까? 글쎄다. 작품의 바탕, 혹은 원동력이 되는 시나리오가 되레 배우들의 연기를 감당하기 못해 아쉬운 ‘더 폰’은 22일 개봉한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