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현경 기자] “단순한 스펙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에 한 마디 해주고 싶었어요.”
흔히들 이야기한다. ‘개그맨은 참 똑똑한 사람이야. 사람을 웃기는 일이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니까’라고. 하지만 실상 개그맨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그렇지만도 않다. 외모에 대해 칭찬할 때도 ‘개그맨 치고 예쁘다’라고 가볍게 말하고 개그맨들이 유식함을 뽐내면 ‘이런 것도 아냐’라며 놀라워한다. 아마 우리는 웃음을 주는 사람들을 우습게 생각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이를 제대로 간파한 개그맨 장동민(36)이 두 번이나 허를 찔렀다. tvN ‘더 지니어스: 블랙 가넷’과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에 출전해 모두 우승하면서 ‘갓동민’의 위엄을 제대로 보여줬다. 특히 그는 ‘더 지니어스’의 왕중왕전 격인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에 우승자로 확정된 후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진짜 개그맨들이 조금 더 높게 평가됐으면 좋겠고 ‘장동민이 머리 좋다’가 아니라 ‘대한민국에 현존하는 개그맨들이 다 머리가 좋더라’가 되길 바란다”고 말이다. 최근 진행된 장동민과 인터뷰에서 ‘더 지니어스’에서 두 번의 우승을 이룬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저도 감격스러워요. 그렇지만 시즌 3때 우승했을 때와 이번 우승의 느낌은 또 다르더라고요. 시즌3 때는 제가 워낙 게임하는 걸 좋아하고 또 지는 걸 싫어하는 성향이라 ‘나도 이런 거 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도전했어요. 그리고 승리해서 기뻤죠. 그런데 시즌4의 우승자가 된 후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다행인 건 개인의 기쁨보다 저를 응원해준 분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뿌듯했어요. 꿈과 희망을 드린 것 같아서요.”
장동민은 온라인에 ‘더 지니어스’ 출연진들의 스펙을 비교해놓은 게시물을 보고서 놀라움과 동시에 서운함을 느꼈을 때를 떠올렸다. 초, 중, 고, 그리고 대학까지 나온 장동민의 스펙은 ‘개그맨’이 다였다. 그는 이를 보고 씁쓸했지만 ‘이건 현실이다’라고 인정했다. 그래서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의 출전에는 개인 장동민이 아니라 개그맨의 대표, 단순히 사회가 보는 잣대로 평가 절하된 사람들의 대표, 후진 대학 출신의 대표로 나왔다는 의미가 더해졌다.
“좋은 대학, 후진 대학이 뭔지 모르겠지만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판단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기 위해 더 노력했어요. 저도 절대 할 수 없을 줄 알았지만 그 노력의 결과가 우승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해요. 제가 ‘더 지니어스’에서 우승한 후에 인터넷에 이런 글이 올라왔더라고요. 카이스트, 서울대,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 동아방송대학(장동민이 졸업한 학교)이라고요.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기왕이면 사회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편견을 깨고 세상을 봤으면 좋겠어요.”
노력과는 거리가 멀었던 장동민이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에서 우승하기 위해 부단히 연습에 매진했다. 이번 시즌은 데스매치 게임이 미리 공개됐고 그 중 장동민이 지난 시즌3의 결승전 1라운드에서 오현민에게 패한 십이장기도 포함돼 있었다. 보는 순간 짜증이 났다. ‘피할 수 없다면 극복하자’라고 생각을 바꿨고 연습 때마다 ‘상대는 오현민’이라고 주문을 걸었다. 마침내 장동민은 오현민과 십이장기로 준결승전 데스매치에서 붙게 됐다. 결전의 순간이 다가오자 사실 두려웠지만 그는 자신만 믿고 게임을 진행했다. 떨림을 극복한 결과 짜릿한 승리의 맛을 배가 되어 돌아왔다.
“데스매치가 공개된 이유를 여러 가지로 생각해봤는데 ‘노력해라’는 메시지 같았어요. 다른 출연자들도 했겠지만 저도 엄청나게 준비했어요. 준결승전 데스매치에서 (오)현민이와 십이장기로 만났을 때 아마 스태프들도 ‘아 장동민이 졌구나’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저 자신을 믿고 했어요. 이겼을 때 뿌듯함을 말로 다 할 수 없죠. 그리고 노력의 결실을 맺었을 때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죠.”
‘지니어스’를 통해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 장동민. 그는 더 업그레이드된 장동민을 만난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상금 1억3200만원은 어디에 쓰겠냐고 물으니 조심스럽게 “회사와 얘기를 해보려 한다. 큰돈을 가장 좋은 방법으로 쓰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자신은 “평범하고, 평범 이하의 사람이다. 누구든지 노력하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희망을 강조했다.
“이번 승리의 가장 큰 요인은 집중력이었던 것 같아요. 사람의 능력은 무한대다 싶더라고요. 저는 아이큐가 높은 편도 아니고 수재도 아니었어요. 저는 평범하거나 그 이하의 사람이에요. 그런 제가 이번 ‘더 지니어스’에서 집중해서 게임에 임했죠. 그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은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평범한 사람들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였죠. 그러니까 우리 모두 희망을 놓지 않고 편견 없이 노력했으면 해요.”
지난 4월 장동민의 막말 논란이 일면서 장동민은 MBC '무한도전' 식스맨 편에 자진 하차했다. 그러나 tvN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에는 하차 없이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 [사진=코엔스타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