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적 지배구조·불공정거래 등 불용납"
[뉴스핌=정탁윤 기자] "재벌들의 황제경영과 족벌세습경영, 후진적 지배구조에 따른 재벌일가의 다툼과 갈등은 많은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4대 개혁이 국민적인 지지를 받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벌개혁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김무성(사진) 새누리당 대표가 2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한 말이다. 평소 재벌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김 대표가 재벌을 공개 비판해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노동개혁 문제에 상당부분 시간을 할애하면서도 재벌개혁 문제도 함께 거론했다. 김 대표는 "후진적인 지배구조와 시장지배력 남용, 불공정거래를 통해 불법적으로 또는 편법적으로 부를 쌓는 재벌들의 행위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러한 행위는 우리 새누리당부터 앞장서서 근절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대표는 "그렇다고 재벌개혁이 반기업정책으로 변질돼서는 안된다"며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은 나라 경제 발전을 위해 자제해야 한다"고 다소 톤을 누그러뜨렸다.
김 대표가 이날 이례적으로 재벌개혁 화두를 꺼낸 것은 우선 최근 롯데그룹 사태가 한 몫했다는 평가다. 새누리당은 현재 올해 국정감사에서 롯데그룹 등 재벌의 비정상적인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진=뉴시스> |
김 대표는 이번 연설에서 재벌개혁 문제와 함께 금융개혁 등을 새 의제로 제시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이를 위해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을 비롯한 경제 참모들에게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노동개혁 문제를 언급하며 노동조합에 적대적인 의식을 드러낸 부분과 교육개혁 관련 국정교과서 도입을 주장한 것 등은 지나치게 수구적이란 비판도 나온다.
당장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김 대표의 연설에 대해 "여러 대목에서 아주 극우적이고 수구적인 인식을 보여줬다"고 우려했다.
문 대표는 "특히 노동조합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가 아주 우려스럽다"며 "10%에 지나지않는 노동조합의 기득권 때문에 나머지 90% 노동자들의 삶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은 노동현실을 너무나 모르고, 또 정부의 노동정책 실패를 노조에 전가하는 위험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또 "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거꾸로가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로 되돌아가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이날 김 대표의 연설에 대해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느라 고심한 흔적은 있으나 알맹이는 없는 공허한 연설이었다"고 혹평했다.
유 대변인은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지난 2년 반 박근혜정부의 국정실패에 대해 그 어떤 성찰과 반성도 없고 일말의 책임감도 드러나지 않은 몰염치한 연설이었다"며 "특히 비정규직 해법은 단 한 줄도 없었다. 청년일자리와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의 원인을 노조 조합원들에게 전가하고 노동자들의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매우 비열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