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 ‘암살’ 1000만 돌파를 기념하는 자리에서 제작사 케이퍼필름의 안수현 대표가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올여름은 다시 한 번 한국영화의 저력을 보여준 시간이었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지난달 15일 ‘암살’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보름 후인 지난달 30일 영화 ‘베테랑’까지 1000만 영화 대열에 합류했다. 한화와 외화의 전세가 역전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올 상반기 한국 영화는 유난히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나오는 족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밀려 죽을 쒔고 본전도 못찾은 채 뒷걸음질 쳤다. 그렇게 암울한 시기를 보내던 중 극장가 성수기인 여름이 왔고, 국내 4대 배급사는 저마다 숨겨둔 텐트폴 작품을 꺼내기 시작했다.
기대 속에 리스트에 오른 작품은 ‘암살’(쇼박스)과 ‘베테랑’(CJ E&M), ‘협녀, 칼의 기억’(롯데엔터테인먼트), ‘뷰티 인사이드’(NEW)다. 이들은 지난 7월22일 ‘암살’을 시작으로 일주일 간격으로 베일을 벗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못해 비정한 법. 모두가 웃을 수는 없었다. 한 달 만에 두 편의 1000만 영화가 탄생했지만, 역으로 흥행 참패를 맞본 작품도 있다. 이에 올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네 영화의 흥행 성적을 정리해봤다.
◆‘암살’ ‘베테랑’ 1000만 관객 돌파…그래도 관객수 1위는 ‘암살’
이들 중 흥행 1위는 역대 한국영화 스코어 8위에 이름을 올린 ‘암살’이다.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 전지현, 이정재의 재회에 하정우까지 가세하면서 ‘암살’은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개봉 후에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암살’은 광복 70주년이라는 시기적 호재와 탄탄한 스토리, 배우들의 열연으로 지금까지 총 관객 1219만3121(8월31일 오전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명을 모았다. 한국영화 흥행 7위인 ‘왕의 남자’(1230만 2831명)도 곧 넘을 기세다.
이에 질세라 지난달 5일 개봉한 ‘베테랑’도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언론 시사 후 극찬이 쏟아졌던 ‘베테랑’은 류승완 표 액션과 코미디, 여기에 서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스토리와 대사,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지며 단숨에 극장가를 사로잡았다. 지금까지 동원한 관객수는 모두 1081만3495명. 특히 ‘베테랑’의 경우 개봉 이후 4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흥행세라면 ‘암살’을 따라잡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 3, 4위를 차지한 작품들은 1, 2위와 관객수 차이가 크다. 먼저 지난 20일 개봉한 ‘뷰티 인사이드’의 누적관객수는 139만887명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이보다 일주일 앞서 개봉한 ‘협녀, 칼의 기억’은 그야말로 참패 수준.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이라는 환상의 라인업을 구축했지만, 누적관객수 42만8155명으로 네 작품 중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흥행을 넘어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건 ‘베테랑’이다. ‘베테랑’은 순제작비 60억 원, 총 제작비 95억 원이 들어간 작품. 지금까지 누적매출액은 847억8386만8626원에 달한다. 단순히 누적매출액에 총 제작비를 뺀 금액은 물론, 영화발전기금·부가가치세·극장 수익 등을 제외하고 배급사와 제작사가 가져오는 약 40%의 돈만 따져도 가장 많은 금액이다. 말 그대로 저비용 고수익 작품인 셈이다.
‘암살’ 역시 손익분기점(700만)을 뛰어넘고 수익을 낸 지 오래다. 올여름 기대작 중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간 ‘암살’은 순제작비로 180억 원, 총제작비로 220억 원을 쏟아 부었다. 이후 ‘암살’이 현재까지 벌어들인 누적매출액은 945억6626만4326원. 높은 제작비 탓에 ‘베테랑’보다 수익률은 낮지만 결코 만만한 수치가 아니다.
이와 달리 ‘뷰티 인사이드’와 ‘협녀, 칼의 기억’는 아직 손익분기점도 넘기지 못했다. 물론 ‘뷰티 인사이드’의 경우 현재 ‘베테랑’의 뒤를 이어 박스오피스 2위를 지키고 있고 관람객 평도 나쁘지 않다. 또한 손익분기점(200만)과 누적관객수(139만)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2주 앞서 개봉한 ‘베테랑’의 힘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면 손익분기점은 무리 없이 도달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협녀, 칼의 기억’은 상황이 다르다. 이미 박스오피스 순위권 밖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순제작비 120억 원을 쏟은 대작인지라 350만 관객을 넘어야 하지만,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애석하게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50만 관객도 모으기 힘들어 보인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