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고용지표·TPP 합의 여부 주목
6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양호한 경기지표에 힘입어 125.01엔을 돌파했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진 구로다 라인(124.63엔)을 2개월 만에 넘어선 셈이다. 이어진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달러/엔 환율은 강한 추이를 보이며 124.80엔선에서 움직였다.
최근 3년간 달러/엔 환율 추이 <출처=CNBC> |
'구로다라인'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과도한 엔화를 우려하는 발언을 할 무렵인 지난 6월 10일 달러/엔 환율 수준을 말한다.
시장 관계자들은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을 뚫어낸 이후 어느 선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일 공급관리자협회(ISM)이 발표한 미국의 7월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0.3으로 2005년 8월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전월 대비로는 4.3포인트나 앞선 수치로 고용지수가 6.9포인트로 큰 폭의 개선을 거뒀다.
아오조라은행의 쇼와 아키라 시장상품부 부장은 "긍정적 지표에 일시적으로 125엔까지 올라섰다"며 "다만 차익실현에 나선 투자자들로 달러 매도, 엔 매수 흐름으로 전환되며 달러/엔 오름세가 잠시 소강됐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움직임에 더해 달러 매수를 추가로 늘리는 데 대한 경계감도 다소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양호한 지표에 이어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미국의 7월 고용지표다. 시장은 7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22만3000명 증가하고 평균 임금은 0.2% 상승했을 것으로 전망한다.
미즈호증권의 스즈키 켄고 수석 외환 전략가는 "전망치를 웃돌 경우 달러/엔은 6월 5일 도달했던 13년래 최고치인 125.86엔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최근 성명에서 노동 시장의 개선과 물가 상승에 대한 합리적 확신을 금리 인상 핵심 조건으로 꼽았다"며 "시장 관계자 대부분이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확신이 없는 만큼 지표에 따른 환율 추이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125엔부터는 정치적 이벤트가 더욱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IG증권의 이시카와 준이치 애널리스트는 "125엔은 정치적 영역"이라며 "124.5엔 이상에서는 견제 발언이 언제 나오더라도 이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주요 재료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합의 여부로 TPP가 합의에 이를 경우 정치적 압력이 완화돼 125엔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앞서 지난달 31일 미국 하와이에서 각료회의를 가진 12개 당사국은 낙농품과 자동차, 신약 등 시장개방에 커다란 이견을 보이며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시장 관계자 대다수는 TPP 합의가 일본 경제에 긍정적 효과라는 데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TPP 합의로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오는 2025년 1.2%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미즈호은행의 카라카마 다이스케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TPP가 큰 틀의 합의에 이르면 환율에 대한 견제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아베 신조 내각의 돈풀기 정책인 아베노믹스에 있어 좋은 재료는 엔화약세와 주가상승으로 이어졌다"며 "구조개혁 패키지의 일환인 TPP 합의는 아베노믹스가 원동력을 얻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로다 총재의 발언처럼 과도한 엔저에 대한 경계감을 배제하긴 어려운 부분도 있다. 최근 아베 내각에 대한 반대 여론이 내각 출범 이후 처음으로 찬성 여론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베 내각과 연립여당이 자위권 행사를 골자로 한 안보법안 관련 법제 심의와 도쿄 올림픽 경기장 신축 예산 문제에 물러서지 않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정부도 엔저가 추가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IMF는 일본과의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구조개혁과 신뢰할 수 있는 중기 재정 강화 없이는 추가 통화 완화가 내수 둔화와 엔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올해와 내년 달러/엔 환율을 각각 120.0엔과 119.2엔으로 예상했으며 올해와 내년 일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각각 0.8%와 1.2%로 전망했다.
당시 칼파타 코차르 IMF 아태국 부국장은 "미국과 중국의 미약한 경제 성장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난기류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엔화의 절상으로 이어져 회복을 일부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크레디트아그리콜의 사이토 나카유지 전무 이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과도한 엔화 약세는 내년에 있을 참의원 선거에서 내각과 연립여당에 역풍이 될 수 있다"며 "TPP가 합의에 이르더라도 엔저에 대한 견제 발언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