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수주량 75% 급감...융자난도 심각해
[뉴스핌=이승환 기자] 중국 증시가 거시경제 불확실성으로 신음하는 사이에 실물 경제 부문 주요 산업도 극심한 불황에 빠져들고 있다. 대표적 성장 지주산업으로 꼽히는 자동차와 철강업의 생산 판매 현장 곳곳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중국 제조가 휘청거리고 있다. 임대료와 인건비 환경규제로 생산단가가 높아지고 시장 경쟁이 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에는 중국의 방직공장들이 치솟는 코스트를 피해 미국의 면화 생산기지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는 뉴스가 서방언론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주요 제조 산업 불황에는 코스트요인 외에도 수출 부진과 함께 내수 침체라는 요인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을 더해주고 있다. 제조업 경기동향을 말해주는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전혀 개선될 조짐없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중국 성장의 중심축 역할을 해온 산업들이 현재 어떤 환경변화와 영업난을 겪고 있는지 자동차 철강 선박 등 주요 산업별로 조명해 본다. <편집자주>
지난 10년 호황을 누려 온 중국 조선업계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글로벌 불황으로 인한 급격한 선박 수요 감소와 더불어 융자난, 수익률 감소 등 내부적인 문제도 표면화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중국 장쑤성(江蘇省) 난퉁(南通)시 정부는 선박제조 기업 밍더(明德)중공업의 파산을 공식 선언했다. ‘중화인민공화국기업파산법’ 제78조에 의거, 구조조정을 통한 밍더중공업의 회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지난 7월 18일 밍더중공업의 워크아웃을 주관해온 슌톈(舜天)선박은 밍더중공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을 일체 중단하고 공시했다. 이날 순천선박은 밍더중공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29억위안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중국 매일경제(每日經濟)신문은 유명 경제학자 송치후이를 인용, "밍더중곡업의 파산은 과잉생산이 만연한 중국 조선업계의 현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중국 조선업계가 처한 상황은 단기간 내 개선되기 힘들다"며 "부실 기업 퇴출이 이어지며 점차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파산한 밍더중공업 외에도 지난 1년 간 둥팡(東方)중공업, 정허(正和)조선 등 중국의 대규모 조선 기업들이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바이두(百度)> |
◆수주량 급감, 조선업계 실적 악화 우려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 선박 수주량이 중국 조선업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수주 잔량은 물론 신규 수주도 크게 감소하며 조선업계 전반에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상반기 중국 조선업계의 신규 수주량은 전년동기대비 72.6% 감소한 1119만DWT(재화중량톤수)로 집계됐다. 지난 2월에는 월별 선박 수주량 점유율이 23.1%로 줄어들며 수주 점유율 1위 자리를 한국에 내줬다. 중국의 글로벌 점유율이 감소한 것은 지난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중국 조선 업계에 따르면, 2015년 전체 신규 수주량은 2000~2500DWT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50~60% 하락한 수치로, 업계 전망이 밝지 않아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상반기 중국의 선박 수주량이 감소한 것은 글로벌 경기가 악화되면서 중국의 주력 선종인 벌크선(철광석, 석탄, 곡물 등 원자재를 운반하는 선박)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반기 글로벌 벌크선 수주량은 20년래 최저수준까지 위축됐다. 지난 10년 연평균 600만DWT에 달했던 월 평균 수주량은 올해 40만DWT로 90% 넘게 감소했다.
6월말 기준 중국의 선박 수주잔량은 4096만CGT로(표준환산톤수) 세계 1위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주량 감소 추세가 지속되면 내년 상반기 한국(3280만CGT)에 선두자리를 빼앗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중국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규 수주량 감소는 중국 선박제조 기업의 실적 부진으로 연결되 향후 중국 조선시장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며 “동시에 선박 가격도 떨어지고 있어 기업의 수익구조가 악화가 가속화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매일경제 신문은 업계 전문가를 인용해 “엔화가치 하락으로 일본 조선업계로 신규 선박 수주량이 쏠리고 있다”며 ”중국과 일본이 전세계 선박시장의 50%를 놓고 다투는 가운데 일본의 가격 경쟁력 강화가 중국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박 인도율이 감소하고 있는 점도 위험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상반기 중국 조선업계의 선박 인도 규모는 1853만DWT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말 예상치인 4300만DWT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 몇 년 집중적으로 발주된 친환경 선박에 대한 인도 지연과 발주 철회 가능성이 부각되며 조선업계의 위기감이 더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중국선박공업산업협회> |
◆고질적인 융자난·낮은 수익성 해결 시급해
중국 조선업계의 내부적 문제인 낮은 수익성과 고질적인 융자난도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선박공업산업협회는 최근 "올 들어서도 선박제조업체들의 높은 자금조달 비용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며 "상당수 기업의 현금 유동성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주문을 돌려보내야 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시장 수요가 줄고 선박 가격이 하락하면서 발주 측이 제조업체에 지불하는 선지급금이 감소했고, 이에 선박기업들의 융자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중국정부는 지난 상반기 ‘금융지원을 통한 선박제조산업의 구조조정 및 수준향상 촉진 지도의견’을 관련부처에 하달하는 등 조선업계 융자난 해결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매일경제에 따르면, 신규 선박 제조 가격을 나타내는 클락슨 신조선가(新造船價) 지수는 7월말 기준 133을 기록했다. 지난 1월 137.5에 머물던 지수가 7개월 새 5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이는 조선업체들이 그만큼 싼 가격에 배를 건조해 줄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인건비 상승과 장비구매가격, 기업 경영비용 등 자본가격 상승이 더해지면서 선박제조기업들의 수익성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5월, 88개 국가 중점 조선기업의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4.5%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오히려 3.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 범위를 넓혀 보면 수익률 악화 추세는 더욱 뚜렷해진다. 같은 기간 중국의 주요 선박제조업체 1442곳의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6.8% 증가한 2908억위안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3.3% 감소한 83억4000만위안을 나타냈다.
중국 선박업계의 한 전문가는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항운시장이 급격한 조정을 겪으면 선박 제조가격이 낮은 수준에서 제자리 걸음을 이어가고 있다"며 "반면 인건비와 장비가격은 오르는 동시에 위안화 강세도 지속되고 있어 업체들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의 현금 유동성은 감소하고 자금조달비용은 늘어나는 이중고가 업계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