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긴축 앞두고 신흥시장 혼란 가속화 우려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중국 증시 급락과 원자재 가격 약세 장기화의 여파를 감당하지 못한 신흥시장 통화들이 15년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져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달러 대비 이머징 통화 환율 비교 (이머징 통화가치와 반대) <출처 = 야후> |
28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원유, 구리, 철광석 등 주요 상품가격 급락세가 이번 주에도 이어지면서 브라질, 러시아, 콜롬비아 등 원자재 수출국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보도했다.
19개 주요 국제상품 가격을 종합한 CRB지수는 지난해 6월 고점 대비 34%가 넘게 빠진 상태다.
올 들어 현재까지 브라질 헤알화와 콜롬비아 페소화 가치는 각각 22%, 17%씩 떨어졌으며, 미국 달러화에 대한 주요 신흥시장 통화 가치를 측정하는 JP모간이머징마켓 통화지수는 집계가 시작된 1999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최근 폭락장을 연출한 중국 증시도 이머징 통화를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무라 통화리서치 담당이사 옌스 노드빅은 "중국 관련 뉴스와 상품 약세로 리스크 회피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이머징 통화에 상당한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JP모간 이머징마켓 전략대표 마이클 마리스는 "브라질과 러시아처럼 심각한 경기 침체 상황까지 겹쳐 해당 통화 가치가 더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머징 통화 약세는 원자재 수출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시리아 난민 유입에 ISIS 및 쿠르드 분리주의 세력(PKK)과의 갈등까지 겪고 있는 터키의 리라화는 올 초 대비 15% 넘게 빠진 상태다.
◆ 본 게임 시작도 전에 '혼란'… 우려
특히 이머징 통화 혼란은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에 나서는 순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라 우려를 사고 있다.
모간스탠리 이머징마켓 전략가 제임스 로드는 연준 변수가 "항상 존재하는 리스크"라며 "미국의 경제 지표 개선으로 인상 시점이 앞당겨진다면 변동성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외환시장 움직임이 투자심리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이 같은 환율 흐름은 이머징 주식 및 채권 시장에서의 급격한 매도 가능성이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현재까지 MSCI이머징마켓지수는 10.9%가 빠졌고 브라질, 터키, 러시아 등 이머징 시장 채권 금리(가격과 반대)는 상승했다.
RBS 알베르토 갈로는 "중국 금융시장의 변동성 지속으로 글로벌 자본시장이 추가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피탈이코노믹스 이머징 이코노미스트 윌리엄 잭슨은 "이머징 마켓 내 깊게 뿌리내린 문제들이 있다"며 "통화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이들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변했음을 시사할 지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신흥시장은 통화약세로 인한 수출개선 효과도 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유럽, 중국의 부진한 경제 성장에 상품가격도 내리고 있어 이머징 국가들의 수출 기대감이 꺾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피탈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최근 신흥시장 수출 성장세는 5년여래 최저 수준까지 더뎌진 것으로 확인됐다.
런던캐피탈그룹 애널리스트 아이펙 오즈카르데스카야는 가격 약세로 원자재 수출입이 줄다 보니 제조업 또는 산업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측면을 고려하면 향후 1년 내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 인도네시아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인도와 터키는 성장 잠재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터키의 경우 정치적 불안이라는 악재를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오즈카르데스카야 분석가는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