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스페인 채권에 적극 '입질'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그리스가 디폴트 리스크를 가까스로 모면하자 월가 투자가들은 주변국 채권을 적극 베팅하고 나섰다.
3차 구제금융과 무관하게 채무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유로 동전[출처=AP/뉴시스] |
그리스 의회가 채권국의 3차 구제금융 협상안을 승인한 데 따라 급한 불을 끈 것으로 판단, 채권시장의 반등에 베팅하는 움직임이다.
이미 전략은 적중하는 모습이다. 바닥권으로 떨어졌던 그리스 채권 가격이 뚜렷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록의 마이클 크로츠버거 유로존 채권 헤드는 “보다 공격적으로 추가 수익률을 창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고, 이 같은 맥락에서 그리스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며 “그리스의 부채 위기가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지만 채권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지나치게 비관적이고, 이 때문에 가격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리스의 국채시장은 최근 12개월 사이 23%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세계 국채 가운데 최악의 기록에 해당한다. 그리스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리스가 채권국과 3차 구제금융 협상에 대한 타결을 이끌어냈지만 고강도 긴축에 따라 경기 후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책자와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본 규제와 은행권 영업 중단에 따른 충격이 이미 실물경기를 강타한 데다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 위한 세금 인상 및 예산 축소에 따라 성장을 회복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리스 경제는 올해 4%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2017년까지 성장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그리스 채권시장이 반등의 여지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블랙록의 진단이다.
그리스와 함께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채권시장은 스페인이다. JP모간은 스페인 채권 비중을 대폭 늘리고 있다.
이른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리스크가 진정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스페인 경제가 강한 회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깔린 움직임이다.
반면 그리스 위기가 고조됐을 때 뭉칫돈이 몰렸던 독일 국채에서는 발을 빼고 있다.
JP모간은 이날 투자자 보고서를 통해 “8년 만기 독일 국채를 매도하고 있으며, 동일한 만기의 스페인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며 “불과 1개월 전까지만 해도 유로존 주변국 채권의 비중을 축소했지만 그렉시트 리스크가 꺾인 만큼 전략을 수정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 유럽의 하이일드 본드 역시 상승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7월 첫 2주간 유럽의 하이일드 본드 발행은 3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 이후 주간 평균치인 13억4000만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부채위기가 진정된 만큼 발행과 매매가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