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개발투자공사 'DNA' 바꾼다, 투자 전문기업 변신
[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 경제체제 개혁의 핵심인 중앙 국유기업 개혁 시범 방안 발표를 앞두고 국유기업 지배구조 재편에 시장 안팎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산업계와 증시에서는 중앙정부 산하 국유기업 대형 지주사인 '국가개발투자공사'가 가장 먼저 개혁의 수술대에 오를 것이며, 이는 비효율 중앙 국유기업체제 구조재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 알려진 중국 정부의 국유기업 개혁의 밑그림은 ▲ 중앙 국유기업 분류 정의 ▲ 국영 투자회사 구축 ▲ 혼합소유제(국유지분 축소, 민간지분 유치 혹은 확대를 통한 지배구조 개편) 도입 ▲ 우리사주 제도 도입 등이다.
중앙 국유기업 개혁 시범운영 방안은 쉽게 말해 중앙 정부 소속 국유기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가리킨다. 중국 정부는 이미 여러 국유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이미 완료된 중국의 양대 고속철 국유기업인 중국북차와 남차의 합병이다. 6월 8일 남북차의 통합으로 탄생한 중국중차(中國中車. 601390)가 증시에 상장 거래를 시작했다. 중국중차의 등장이 중앙 국유기업 개혁의 '신호탄'이라면 본격적인 '구조조정 레이스'의 첫 주자는 국가개발투자공사(國家開發投資公司 SDIC)가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 국영 투자 회사 구조조정 박차, 국가개발투자공사는 어떤 곳
국가개발투자공사는 1995년 5월에 설립된 중앙 직속의 중요 국유기업으로, 완전자회사와 종속자회사 등 170여 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대형 지주회다. 2012년 말 기준 자산총액 3115억 위안(약 55조 9900억 원), 종업원만 8만 명에 달한다.
주로 인프라·자원 등 실업분야 투자, 자산관리와 컨설팅 등 금융 서비스 제공 그리고 국유기업 지분에 투자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국가개발투자공사가 중앙 소속 국유기업 개혁의 첫 주자로 꼽히는 이유는 최근 추진되고 있는 주요 상장 자회사의 구조조정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투전력(國投電力 600886.SH), 국투신집(國投新集 601918.SH), 국투중로(國投中魯 600962.SH),중방투자(中紡投資 600061.SH),중성고빈(中成股份 000151.SH)의 5개 자회사는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회사는 중대 변동 사항을 이유로 주식 거래를 잠정 중단했다.
이들 5개 상장사는'국투계열' 종목으로 분류돼 주식 투자자금이 밀물처럼 유입되고 있다. 26일 중국 증시가 대폭락장을 연출하면서 국투계열 종목의 주가도 큰 폭으로 내려갔지만, 6월 셋째 주 조정장 이후 A주의 '반짝' 반등세 속에서 자금이 몰리며 주가가 연이틀 상한가를 치기도 했다. 이들 상장사의 최근 1년 간 주가 상승률은 100~500%에 달한다.
◆ '국투계열' 상장사 구조조정 현황 분석
구조조정 상황이 가장 뚜렷하고 빠른 자회사는 중방투자다. 2014년 이 회사는 안신(安信)증권의 지분 100%를 인수한데 이어, 이번달 25일 기업 내 섬유무역 부문과 관련 자산을 국가개발투자공사의 다른 자회사인 SDIC캐피탈(國投資本)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대금은 6억 4600만 위안이다. 중방투자는 안신증권 지분과 이성투자공사(毅勝投資) 지분 자산만 보유하면서 순수 증권회사로 재탄생하게 된다. 회사명도 증권업에 어울리는 이름으로 변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계기로 국가개발투자공사 산하의 재무, 신탁, 펀드, 보험 중개 등 금융 서비스업 관련 부분도 상장사와의 합병이 추진될 전망이다. 이로써 중국은 싱가포르 테마섹홀딩스와 유사한 구조의 국영 투자회사 시스템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국투전력의 구조조정도 이미 시작됐다. 올해 5월 국투전력은 지분투자 방식으로 장시성(江西省) 전력기업 감능고빈(贛能股份)의 증자에 참여했다.
중국 국투중로는 구조조정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2014년 9월 의료정보화·의료시설 구축 기업 장쑤환야(江蘇環亞)의 지분 100%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올해 4월 구조조정을 중단한다고 밝히며 의료산업 진출에 고배를 마셨다.
아직 구조조정에 착수하지 않은 곳은 국투신집과 중성고빈 두 회사다. 이는 앞으로 이 두 회사를 중심으로 국유기업 개혁의 속도가 빨라질 것임을 시사한다.
석탄 업체인 국투신집은 최근 손실폭이 확대하는 등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국가개발투자공사의 기업 개혁으로 새로운 자산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개발투자공사는 국투신집이 상장 초기 "그룹 내 동일 업종 간 경쟁을 피하기 위해 유사 업종의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국투신집과 국투매탄(國投煤炭) 등 그룹 내 기타 석탄 업종 기업의 대합병을 전망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