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RBC 하락 우려로 투자 못해... 은행권 자본확충 어려움
[뉴스핌=한기진 기자] 시중은행이 금리 4~5%를 줘가며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를 내놨지만, 판매 미달이 발생하는 등 체면을 구기고 있다. 통상 만기가 5년에서 최대 30년에 이르는 장기 증권에 투자할 기관과 개인투자자의 ‘씨’가 말라 생긴 일이다. 또 코코본드가 위험자본으로 분류되면서 보험사 등이 투자를 꺼리고 있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제1회 상각형 코코본드를 총 2000억원어치 발행하면서 금리를 국고채10년물에 1.90%포인트를 더한 4.38%에 발행했다. 만기는 2045년으로 30년이지만 발행 10년 후부터 상환이 가능한 점을 고려해 국고채 10년물이 기준금리가 됐다.
발행물량 100%를 메리츠종금증권, 교보증권, KB투자증권이 수수료(총발행금액의 0.15%)를 받고 인수했다. 앞으로 개인투자자에게 직접 판매하거나 특정금전신탁으로 운용된다.
신한금융의 이번 코코본드 발행은 계획된 물량을 모두 판매했다. 하지만, 금리가 높아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다.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1.41대1의 경쟁률을 보여 ‘완전판매’가 예고됐다. 불과 1주일 전에 0.9대1을 기록한 BNK금융지주보다는 상황이 다소 나은 편이다.
그러나 기준금리 1.50%의 초저금리 상황에서 4.38%의 발행금리는 적잖은 부담이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장기채권 투자자는 생명보험사인데 신종자본증권 투자가 어려워 은행의 코코본드 금리가 0.40~0.60%포인트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2013년 9월 한국회계기준원이 코코본드와 같은 하이브리드채권은 자본으로 회계처리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채권에 투자한 게 아니라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분류되다 보니, 생보사는 위험자본이 늘어 지급여력비율(RBC)이 하락해 건전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우리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생보사는 개인연금과 같은 장기자산이 늘어나면서, 여기에 매칭시키기 위한 장기채권에 투자해야 하는데 내부 의사결정과정에서 코코본드 투자가 어려워진다”면서 “해외시장은 코코본드와 비교 가능한 상품이 많기 때문에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해 채권발행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코코본드를 국내서는 2400억원어치, 해외서 5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
또 코코본드 매각이 어려운 이유는 발행자가 중대한 위기 시 원금이 상각되거나 이자 지급이 정지나 취소될 수 있다는 조건을 붙이기 때문이다. 투자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BNK금융지주가 2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한다고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가 실제 판매는 절반에 불과한 1100억원어치에 그친것도 회사에 대한 리스크가 고려돼서다. 채권 만기 30년 동안 지방 금융지주사의 존속 여부에 대한 위험이 반영된 것이다. BNK금융지주는 결국 2회에 걸쳐 4.60%와 5.10%의 고금리로 발행한 바 있다.
내년 바젤III 시행을 앞두고 과거에 발행된 신종자본증권의 자본인정비율은 매년 액면의 10%씩 차감된다.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감소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코코본드를 발행해야 하는 수요가 올해만 4조~6조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코코본드에 시장 수요가 부족하고 이에 따라 금리가 오르자, 업계에서는 합리적인 투자환경 조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에서도 코코본드는 채권(bond)이 아니라 증권(security)으로 본다”면서 “주식투자자도 투자할 수 있는 비교모델을 마련해 투자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