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배추 가격 100%↑…외식업계 "소비자 가격 유지할 것"
[뉴스핌=한태희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소비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농산물 가격 상승로 외식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뭄으로 농산물 가격은 급등하는데 무턱대고 소비자 가격을 올릴 수 없어서다.
16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기업들의 원자재 가격 부담이 심해지고 있다. 재고와 미리 정한 가격에 계약해 둔 물량이 있기 때문에 현재까진 압박이 덜하지만 가뭄이 길어지면 손실도 피할 수 없다는 게 외식업계의 분석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김가네 관계자는 "현재 원가 부담은 없으나 가뭄이 지속되면 농산물 가격은 지금보다 더 오를 것"이라며 "소비자 가격 책정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랜드 외식사업부 관계자는 "가뭄 등 자연재해로 산지에 큰 피해가 있을 경우 실태를 파악해 적정 수준의 단가 인상 조정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지와의 장기 계획으로 안정적 물량 확보와 가격 유지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현재 농산물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비가 내리지 않아서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이날 기준 시금치와 쪽파, 대파 가격은 지난달보다 40% 넘게 올랐다.
특히 배추가격이 심상치 않다. 배추는 다른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주는 품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이달 서울 가락시장의 배추 평균 도매가격은 10㎏ 기준 평균 7500원으로 지난해(3746원)보다 100% 올랐다. 평년(4141원)보다도 81% 비싸다.
서울 가락시장 안에 있는 서울청과 관계자는 "가뭄 때문에 작황이 안 좋다"며 "물량이 적어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적인 원인은 배추가격 상승"이라며 "가뭄이 지속되면 농산물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은 내달 초까지 가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농산물 가격 급등이 예고됐지만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진 않을 전망이다. 외식업계가 원가 상승에 따른 손실이 있어도 소비자 가격은 올리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서다.
김가네 관계자는 "소비자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 없기 때문에 본사에서 원가 상승 부담을 떠 안고 소비자 가격을 유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랜드 외식사업부 관계자는 "매입 원가가 불가피하게 인상되더라도 자사의 판매 원가는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죽 등을 판매하는 본아이에프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 급등 등의 이유로 갑자기 소비자 가격을 올린 적은 없다"며 "산지 농가 및 협력업체와 협력해 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