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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경성학교” 엄지원 “이정재에게 영감 받고 기무라 타쿠야에게 배웠죠”

기사입력 : 2015년06월19일 08:23

최종수정 : 2015년12월29일 17:29

 

[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촬영장을 누비던 후배 소녀들 이야기에 연신 싱글벙글 미소를 짓더니 이내 까르르 웃는다. 스크린 속의 날카롭고 냉랭한 얼굴은 어느새 부드럽고 온화한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고 “지도”를 외치던 카랑카랑한 목소리 대신 애교 가득한 콧소리가 흘러나왔다. 직접 마주한 그는 영화 속 여느 소녀들보다 더 ‘소녀’ 같은, 몹시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배우 엄지원(38)이 신작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을 통해 첫 악역에 도전했다. 18일 개봉한 영화는 1938년 경성의 한 기숙학교에서 사라지는 소녀들과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담았다.

극중 엄지원이 연기한 인물은 비밀을 간직한 기숙학교의 총 책임자인 교장이다. 오로지 우수한 학생을 뽑아 일본 도쿄로 보내는 것이 삶의 유일한 목표이자 낙인 사람이다. 그는 여학생들이 동경하는 기품과 지성을 모두 갖췄지만, 자상한 눈빛과 미소 뒤에 감춰놓은 속내는 따로 있다.

“악역을 일부러 찾은 건 아니에요. 감독님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 소녀 하고 싶은데 안시켜줄테니까 교장 할게’라고 했는데 진짜 교장으로 절 생각하고 쓰셨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악역이었죠(웃음). 물론 저로서는 안해봤던 캐릭터이고 재밌게 끌고 갈 수 있을 듯해서 선택했어요.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으니 비중은 상관없었고요.”

엄지원의 말처럼 사실 영화에서 교장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엄지원은 관객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물론 여기에는 그의 남다른 노력이 숨어있다. 엄지원은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을 입고자 다이어트를 했고 자연스러운 일본어 연기를 위해 새벽까지 일본 드라마를 봤다. 게다가 헤어·메이크업에만 매일 3시간씩 공을 들였다.

“‘소원’ 다음이라 살을 많이 빼야 했죠. 물론 인생은 늘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생각만큼 못빼고 촬영했지만요(웃음). 어쨌든 교장의 여성성을 부각하고 싶었어요. 섹시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이요. ‘관상’ 속 이정재 씨에게 영감을 많이 받아서 그런 존재감과 느낌으로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고요. 일본어는 드라마 도움을 받았죠. 기무라 타쿠야의 ‘러브 제네레이션’부터 ‘히어로’까지 다 봤죠. 일본어를 물 흐르듯 말하면서도 커브를 정확하게 찍거든요. 근데 연기도 정말 잘하는 거예요. 언어 때문에 본 건데 연기적인 면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죠.”

엄지원의 캐릭터 준비과정을 듣고 있으니 어쩐지 ‘완벽주의자’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게다가 이렇게 캐릭터에 공을 들이는 게 처음도 아니었다. 첼리스트로 나왔던 ‘주홍글씨’ 때는 첼로 주법을 익혔고 영어 강사를 열연했던 ‘페스티벌’ 때는 영어 공부에 매진, 원어민을 능가하는 실력을 선보였던 사람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 정도는 아니다”고 손을 내저었다.      

“그냥 열심히 하고 싶었어요. 이왕 주어진 거 할 수 있는데 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었죠. 그게 제 일이기도 하니까 꼼꼼한 준비 과정을 거친 거예요. 건축으로 치면 설계도를 촘촘하게 그렸던 거죠. 어떻게 설계하면 조금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고요. 또 때로는 ‘감정을 이렇게 갈 거야’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그림을 그려갔어요. 근데 무엇보다 이 과정이 아주 재밌었죠.”

캐릭터 구축 과정을 망설임 없이 ‘건축’에 비유하는 그에게 결혼 이야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엄지원은 지난해 5월27일 ‘오기사’로 잘 알려진 건축가 겸 여행 작가 오영욱과 결혼식을 올렸다. 이제 건축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모양이라는 농에도 마냥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신랑 때문에 건축에 더 관심을 두게 됐죠. 신랑이 건축과 영화가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인테리어는 드라마고 영화는 건축 설계도 같다고요. 저 역시 공감했죠. 사실 이 분야 사람들만 만나다가 감성과 이성을 함께 쓰는 직업군의 사람을 만나니까 확실히 도움이 돼요. 근데 또 막상 결혼 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어요. 아직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연애할 때와 비슷하죠. 남자친구가 집에 놀러 와서 안가는 기분이랄까. 차이점이라면 제가 청소도 밥도 해야 한다는 거?(웃음) 물론 분명한 내 편이 있다는 것, 거기서 오는 심적 편안함은 있죠.”

남편 이야기에 마주한 엄지원의 얼굴은 한결 환해졌다. 하지만 그러면 무얼 하리. 정작 그는 달콤한 신혼을 즐길 시간이 부족하다. 현재 엄지원은 ‘경성학교’ 홍보 활동과 함께 영화 ‘더폰’ 촬영에 한창이다. 손현주와 호흡을 맞추는 ‘더폰’도 이번 작품처럼 미스터리 스릴러다. 물론 엄지원은 이번 작품과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요즘 완전 디졸브 되는 느낌이죠. 당장 내일 새벽에도 촬영이 있어요. 이번엔 타임 스릴러인데 일 년 전 죽은 아내로부터 다시 일 년 뒤에 전화가 오면서 시작하죠. 현재와 과거의 시간이 공존하는 작품이에요. 이것도 새로워서 선택한 거죠. 제게는 정복하고 싶은 열정이 있으니까요. 잘할 수 있을지 없을진 모르겠지만 해보고 싶었죠. 물론 고난도 따르지만 새로운 건 언제나 묘한 설렘을 주니까요(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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