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항명' 영향…계열사 대표 첫 사표수리
[뉴스핌=황세준 기자] 포스코가 전병일 대우인터 사장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10일 포스코에 따르면 포스코그룹 수뇌부는 전 사장을 해임키로 의견을 모았으며 현재 법률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다. 해임은 전 사장이 지난달 권오준 회장 앞으로 제줄한 사표를 수리하는 형식이 될 예정이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달 14일 권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발족했고 25개 계열사 대표들은 일괄 사표를 제출하면서 '사즉생'의 경영 쇄신 의지를 표명했다. 전 사장이 해임되면 계열사 대표 중 첫 사표수리 사례가 된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사표는 수일내 수리가 될 예정이고, 이후 후임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CEO 교체 이후에도 대우인터는 비상경영쇄신위원회 멤버로서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포스코센터 <사진제공=포스코> |
관련업계는 사표 제출이 퍼포먼스가 아닌 실제 해임 추진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배경으로 지난달 벌어진 전 사장의 이른바 '항명 사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비상경영쇄신위원회 위원 중 1명인 전 사장이 포스코가 추진 중인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 분할매각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 전 사장은 지난달 26일 대우인터 사내게시판에 ‘미얀마가스전 매각설에 대한 적극적 대응 시작’이라는 글을 남겼다.
전 사장은 게시글에서 미얀마 가스전 매각은 그룹차원의 대의명분이 부족하고 재무적 실리도 없으며 절차상 실현가능성도 없다며 오히려 포스코의 과다한 홍보비용과 힘에 부치는 사회공헌, 연수원의 타 기업 연수유치 등을 통한 비용절감을 추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 사장이 반발한 까닭은 대우인터내셔널이 지난 2013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한 미얀마 가스전은 향후 25년간 연간 3000억~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알짜사업이기 때문이다.
미안마 가스전은 지난해 12월부터 일일 8만3000배럴(bbl) 가량의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올해 1분기 올린 941억원의 영업이익 중 85%를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서 창출했다.
하지만 포스코로서도 미얀마 가스전 매각은 구미가 당기는 방안이다. 대우인터내셔널 통매각은 시장에 매수자가 없어 어렵지만 알짜 사업만을 분리매각하면 한결 수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전날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철의 날 기념행사에서 미얀마 가스전 매각에 대해 "당장은 아니다"라면서도 "검토한 것은 맞고 포스코를 제외한 모든 계열사가 구조조정 대상"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내부적으로는 가뜩이나 최근 검찰 수사 등으로 인해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계열사 사장이 공개적으로 구조조정에 반발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속내는 괘씸죄지만 적법한 해임 절차를 갖추는 중으로 보이며 절차는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 사장은 지난 1977년 대우중공업에 입사해 지난 2009년부터 대우인터내셔널 영업2부문장에 이어 2012년 3월 사장으로 승진한 전통 대우맨이다.
전 사장의 후임자는 현재 알려지지 않았으나 관련업계는 포스코측 인사의 승진 발령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