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공안당국과 합동 단속 실시…지난해 불법 유통업체 적발
[뉴스핌=송주오 기자] #중국의 한 자동차 부품업소. 겉보기엔 평범한 부품 판매점이지만 내부에 숨겨진 비밀문을 통과하니 거대한 창고가 드러난다. 와이퍼, 오일필터 등의 소모품부터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 등의 대단위까지 다양한 자동차 부품들이 창고를 가득 메우고 있다. 빼곡히 쌓인 부품의 포장에는 모두 현대모비스 순정부품 스티커가 부착돼 있지만 이는 모두 중국에서 자체 제작한 ‘짝퉁부품’이다.
'짝퉁천국' 중국에서 가짜 자동차 부품이 유통돼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에서 3위를 달리는 현대기아차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이들 차종의 A/S부품들이 모조품으로 생산돼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짝통부품은 완성차 초기 설계 단계에서 함께 만들어져 자동차에 최적화 되도록 각종 시험을 거친 순정부품과 태생적으로 다르다. 따라서 낮은 품질의 기능은 물론 취약한 내구성이 수반될 수 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불완전한 부품이 '짝퉁'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순정품의 탈을 쓰고 소비자들에게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짝퉁부품을 사용하게 되면 부품에 대한 품질을 보장받을 수 없으며, 운행 시 기능적 오류를 일으켜 사고를 초래할 수 도 있다.
◆ 모조품 단속 강화 …국내로도 유입
현대모비스는 순정부품으로 위장한 모조품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매년 중국 사천성, 광동성, 강소성 등 총 17개 지역에서 현지 공안 당국과 협동해 단속 조사를 펼치고 있다.
짝퉁부품은 현재 중국 동부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히 생산되고 있다. 필터와 패드 등의 소모품부터 내비게이션 및 에어백 등의 안전기능 부품까지 종류도 광범위하다. 이들 제품은 순정부품 대비 30~50% 저렴한 가격으로 중국 전역에 유통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주요 항구도시와 국경도시를 경유해 해외로도 수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에는 약 2억원 상당의 현대기아차의 짝퉁부품이 부산항을 통해 들어오다 적발된 사례가 있어 소비자들의 경각심을 부추기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중국에서 현지 당국과 짝퉁 부품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모비스> |
중국의 짝퉁 부품 창고.<사진제공=현대모비스> |
현대모비스는 모조품 유통의 근절을 위해 중국 당국과 합동조사를 펼쳐 지난해 총 86개 짝퉁부품 업체를 적발했다. 불법 모조품 생산 및 유통으로 연간 4000만 달러 규모의 짝퉁부품 시장으로 형성하고 있는 업체들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적발을 통해 총 620만달러에 달하는 모조품을 압수해 전량 폐기 처분했다.
하지만 해마다 실시되는 단속에도 불구하고 모조품의 유통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한국 완성차의 급성장에 따라 자동차 부품의 수요도 늘어가고 있는 까닭이다. 현대모비스는 중국 내 현대·기아차의 짝퉁부품 시장이 현재 2억2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현대모비스는 소비자들의 잠재적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올해도 각 현지법인 및 중국 공안국과 함께 단속을 확대 실시한다. 특히 해외로의 수출거점으로 확인된 북경, 상해, 광주, 우루무치 등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집중 단속을 매월 실시할 방침이다.
◆ 디자인만 본떠 소비자 혼란 부추겨…"대응책 준비중"
순정부품으로 위장한 모조품 외에도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유사품이 있다. 순정부품의 외형 디자인을 그대로 베껴 만든 것으로, 중국 현지 업체들이 자체 상표를 부착해 판매하는 것이다.
짝퉁 부품의 단속을 강화하고 있음에도 적발업체는 줄고 있지 않다.<자료=현대모비스> |
이들 제품은 모조품과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순정품 대비 저렴한 가격과 유사한 디자인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현혹시키지만, 순정부품을 대체할 수 있는 품질과 기능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어날수록 국내 산업계 전반의 경쟁력도 덩달아 악화된다. 유사품 사용으로 인한 고장은 원 제조사의 브랜드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유사품은 제품 개발 및 마케팅 등에 소요된 원 제조사의 투자비용과 노력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는 국내업체들의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힌다.
이 때문에 자동차 외 IT·전자 등의 산업계에서도 자사 제품에 대한 디자인권 보호가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별로 디자인권 유효기간에 차이가 있지만 지난 2011년 미국 애플社와 삼성의 디자인 특허 소송전을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산업계 전반의 디자인 권리 보호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유사품에 대한 법적기준이 현재까지 명확히 수립되지 않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불법 유통경로를 통해 시중에 판매되는 유사품에 대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짝퉁부품과 유사품의 유통을 완벽히 근절하기에는 힘든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시세보다 많이 저렴한 부품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으며, 검증된 대리점에서 순정부품을 증명하는 입체 홀로그램 등을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현대모비스는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도 도입할 계획이다. 각 제품에 고유 QR코드를 부여해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정품여부를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소비자들은 각 판매처에서 전용 앱으로 QR코드를 스캔해 정품여부를 즉각 확인할 수 있으며, 정품등록은 물론 가품일 경우 즉시 신고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정품 인증 시스템과 서버 구축을 올 상반기 중 완료하고 시범운영을 거쳐 오는 하반기에 정식 서비스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새롭게 도입될 시스템이 모조품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부품 물류센터 전경.<사진제공=현대모비스> |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