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건설사업 재편 급물살…합병 재추진 등 3가지 시나리오
[뉴스핌=김연순 기자] 삼성그룹 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합병 건도 재조명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이후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사업구조 재편을 바라보는 기업 전문가들의 시각은 어떨까. 증권가에서는 이른 시일 내에 이들 기업의 합병 재추진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향후 삼성엔지니어링의 유력한 합병 상대 역시 삼성중공업을 꼽았다. 물론 삼성엔지니어링의 사업부문을 떼내 삼성물산과 통합시키고 독자생존하는 방안, 한화와의 빅딜 사례처럼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 유력 시나리오로 엔지니어링·중공업 합병 진행형
26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이날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하고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내에서 건설과 상사 부문을 담당하는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키로 했다. 그룹 내 건설사업을 영위하는 4개 계열사 중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면서 자연스럽게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향후 사업구조 재편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9월 합병을 발표했으나,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합병 계약상 예정된 한도를 초과하면서, 계약을 해제한 바 있다.
이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달 28일 각각 공시를 통해 "합병을 재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또 지난 19일에는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은 당분간 없다"고 못을 박으면서 합병 재추진설에 쐐기를 박았다.
증권가에서도 합병의 주체인 이들 기업이 합병 재추진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한 만큼, 당분간 합병 이슈는 수면 아래에서 진행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A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배구조상 (삼성에서) 핵심기업은 아니다"면서 "펀더멘털에 문제가 생기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지금 당장 합병 얘기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B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중공업 입장에선 합병이 한번 실패한 사안이어서 내부적으로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며 "(삼성 내부에서) 밸류에이션상 (합병을) 빨리 하면 (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시간의 문제일 뿐 어떤 식으로든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사업구조 재편이 정리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선 및 해양플랜트부문 불황과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삼성그룹 전체적으로도 사업구조 재편에 대한 요구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구조 재편의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여전히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이 제시되고 있다.
B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중공업 임원을 통해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을 검토는 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삼성엔지니어링과) 재협상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고 향후 우회적으로 다른 방법을 써서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증권사 애널리스트 역시 "삼성엔지니어링 부진으로 사업적으로 피해를 많이 보고 있기 때문에 사업의 유사성이나 시너지를 위해서는 삼성중공업과의 합병이 말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향후 가장 가능성 있는 합병 대상은 삼성중공업"이라고 분석했다.
A증권사 애널리스트 또한 "삼성그룹 내 똑같은 산업을 영위하는 계열사가 여려 개 있을 필요는 없기 때문에 결국 (합병을) 하게 될 것"이라며 "삼성엔지니어링이 향후 합병된다면 가능성 있는 기업은 삼성중공업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지난달 공시 이후 지난주 사장님이 합병 관련 입장을 표명했던 내용에서 달라진 것은 없고 현재 상황은 똑같다"고 전했다.
◆ 엔지니어링 사업부서 분리·독자생존·매각설도 제기
동시에 삼성엔지니어링을 해양플랜트 부문과 석유화학 플랜트 및 건설부문 2개 부문으로 쪼개 해양 쪽은 조선계열사인 삼성중공업으로, 석유화학플랜트·건설은 삼성물산으로 통합시킬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이 자체 사업구조 개편으로 몸을 가볍한 만든 후 자체 생존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을 합병할 경우 통합법인이 너무 비대해진다는 측면해서 현실화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A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얘기도 하나의 시나리오로 시장에서 언급된 적은 있다"면서도 "다만 대주주 입장에서 관심사는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한화그룹과의 빅딜처럼 큰 틀의 사업재편 방향으로 일각에선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매각 시나리오인데 삼성그룹이 중공업부문을 계속 안기 어렵다는 전략적 판단과 함께 현실화될 경우에도 지배구조 차원에서 큰 부담은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삼성그룹 내부 관계자는 "업황 자체가 안좋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시장에서 매물을 받아줄 기업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