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왕성기. 이름부터 의미심장한(?) 그의 직업은 산부인과 전문의다. 그것도 예쁜이 수술계의 일인자로 온 동네 아주머니들을 다 불러 모으는 능력자. 학벌, 외모, 키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으니 여자들이 줄줄 따르는 거야 당연지사다.
그런데 세상 모든 남성이 부러워할 이 상황에 정작 본인은 시큰둥하다. 다가오는 여자를 환영하지는 못할망정 철벽 치기 바쁘다. 아무리 예쁜 여자가, 아무리 섹시한 여자가 들이대도 한결같다. 낮이밤무(無). 7년째 여자에게 반응하지 못해 밤이 없는 남자의 슬픈 사연을 누가 알까.
배우 오지호(39)가 발기부전 훈남 의사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연애의 맛’(제작 청우필름, 제공·배급 ㈜와우픽쳐서)은 여자 속만 알고 정작 여자 마음은 모르는 산부인과 전문의 왕성기와 남성의 은밀한 곳을 진단하면서도 정작 제대로 된 연애 경험은 전무한 비뇨기과 전문의 길신설의 좌충우돌 코믹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출연을 놓고 걱정이 많았어요. 대중이 좋아해 줄까 싶었죠. 그래서 처음엔 출연을 고사했고요. 그러다 수정 과정에서 대본이 조금씩 바뀌었고 출연하게 됐어요. 물론 결정하고 나서는 감독님, (강)예원이와 열심히 만들어 나갔고요. 사실 소재 자체가 선입견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거라 재미없으면 정말 답도 없잖아요(웃음). 해놓고 욕먹는 건 안하느니만 못하니 출연을 결정하고는 신경을 썼죠.”
실제 그는 왕성기 캐릭터를 위해서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상황과 역할에 어울리는 애드리브는 물론, 전라 노출까지 감행한 것. 아무리 남자 배우일지라도 노출신 앞에서는 민망했을 거로 생각했지만 의외로 그는 태연했다. 오히려 더 강하게 찍지 못해 아쉬운 눈치였다.
“TV 로맨틱 코미디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잖아요. 19금으로 가기는 힘들죠. 하지만 영화는 아니잖아요. 그리고 이왕 19금으로 간 거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민망한 건 없었어요. 그냥 어떻게 재밌게 풀어야 하는가가 숙제였죠. 오히려 지금은 더 후회돼요. 노출신이 나올 때 쿠션 말고 손으로 좀 가릴 걸 하고요(웃음). 관객이 재밌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전라 노출신이 나오지만 사실 영화 전체를 봤을 때 오지호의 신들은 그렇게 야하지 않다. 그러나 오지호는 앞서 공식 석상에서 “아직 아내에게 키스신 밖에 말을 못했다” “베드신을 말해야 하는데 큰일” 등의 발언으로 수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터. 너무 약한 거 아니냐는 핀잔에 “그래서 걱정”이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러니까 관객이 배신감 느끼면 어쩌죠(웃음). 사실 처음엔 (강)예원 씨랑 베드신이 있었어요. 근데 스토리상 아무런 의미가 없어서 재고를 부탁했죠. 만약 한다면 ‘미인’ 때처럼 해야 하는 건데 영화에서 필요성을 못 느낀 거예요. 물론 당시 연애 중이던 아내도 신경이 쓰였고요. 아내가 영화 보고 뭐라고 했느냐고요? 아무 말도 안해서 제가 어떠냐고 물었죠. 그러고 재밌다기에 바로 다른 이야기로 넘겼어요. 키스신 말할까 봐(웃음).”
이어진 아내 이야기에 뭐가 그리 행복한지 연신 싱글벙글. 깨가 쏟아지는 신혼 이야기를 하는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결혼 후 전체적으로 여유가 생겼다는 오지호는 확실히 더 편안해 보였다. 물론 이는 연기에 있어서도 꽤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결혼하니까 확실히 성격도 유해지더라고요. 전에는 좀 까칠한 편이라 후배들도 어려워했죠. 또 책임감이 생기니까 연기하는 데도 확실히 도움이 되고요. 총각 때는 연기하면서도 쉬고 싶고 마치고 놀러 갈 생각하고 그랬는데 이젠 그런 생각들이 전혀 없으니까 집중력이 더 생겨요. 연기에 대한 태도 자체가 달라졌죠.”
연기에 대한 태도가 달려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여유와 책임감이 생겼기 때문일까. 그는 요즘 쉬지 않고 열심히 달리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쯤 ‘연애의 맛’을 찍은 후 장르와 국경을 가리지 않고 연기에 매진하고 있는 것. 앞으로도 힘차게 달려나갈 거라는 그는 우선 그 전에 이번 영화의 흥행이 먼저라고 했다.
“우리 영화를 보고 재미와 함께 사랑의 감정에 대해 느꼈으면 좋겠어요. 왜 난 사랑을 못하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꼭 보고 연애의 맛을 느껴봤으면 하죠. 전 사실 연애가 쓴맛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게 제일 행복한 순간이죠. 결혼은 무슨 맛이냐고요? 복합적인 맛이죠. 생전 처음 보는 맛도 있고 당연히 단맛도 있고요(웃음).”
영화 속 싱크로율, 왕성기 vs 오지호 ◆이벤트 극중 왕성기는 사랑하는 여자 길신설을 잡기 위해 공개 프러포즈를 한다. 아파트 단지에서 확성기를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 오해를 풀기 위해 시작된 그의 공개 발언은 손발을 오글(?)거리게 하는 다정한 고백으로 변한다. “사랑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봐요. 표현 방법이 다를 뿐이지 사랑에 빠지면 남자들은 적극적으로 구애하기 마련이죠. 사실 제가 무뚝뚝한 성격이라 사랑한다고 말도 잘 못해요. 그래서 결혼 전에 고생도 많이 했고요. 프러포즈도 얼마 전에야 했어요. 결혼 전에 촬영도 많고 계획이 틀어져서 못했거든요. 그래서 결혼 1주년을 맞아서 했죠. 친구들 부르고 꽃 뿌리고 삼단 케이크 준비하고 음악 깔고 편지 쓰고 사진도 빔으로 쐈죠. 반응이요? 티는 안냈지만 좋지 않았을까요?(웃음)” ◆트라우마 극중 왕성기는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다. 발기 부전은 물론이거니와 (스포일러 관계상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으나) 예쁜이 수술계의 일인자가 된 이유에도 나름의 슬픈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전 다행히 특별한 트라우마는 없어요. 다만 이 일을 하면서 징크스는 있었어요. 처음 ‘미인’을 선보이고 연기 못한다고 욕을 엄청나게 먹었거든요(웃음). 너무 화도 나고 속상해서 포기할까 생각도 했죠. 근데 이왕 했으니 끝까지 해보자 싶더라고요. 그 덕에 다행히 징크스를 깰 수 있었고요. 특별한 방법은 없었어요. 그냥 열심히 하는 것, 그리고 내 장점을 부각해서 단점까지 끌어안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죠.”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