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공급과잉 여전…단기 오름세에 그칠 것"
[뉴스핌=배효진 기자] 날개 잃은 추락을 거듭하던 철광석의 반등 조짐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철광석 가격이 최저점에서 25%까지 치솟자 수요둔화와 공급과잉 우려를 걷어내고 상승세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기대가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승세를 뒷받침할 재료 부족과 수급 불균형을 이유로 '데드 캣 바운스(Dead Cat Bounce)'에 불과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데드 캣 바운스'는 죽은 고양이를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면 튀어오르는 것처럼 급격히 떨어진 자산가격이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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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광석 채굴 현장 <출처=신화/뉴시스> |
27일(현지시각) 중국 텐진항으로 수입되는 철광석 현물가격은 톤(t)당 58.70달러로 60달러에 근접했다. 지난달 5일 이후 최고치로 철광석은 2주 반째 오름세다. 철광석의 상승세에 이날 주요 철광석 수출국인 호주 증시는 종가 기준 7년래 최고치인 5948.500에 마감했다.
최근 상승세의 배경으로는 주요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철강공업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 동안 중국의 철광석 생산량은 전월 같은 기간에 비해 5.1% 증가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 조치에 인프라 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도 상승세를 지지했다.
또 세계 4대 철강업체 BHP 빌리턴이 호주 포트허들랜드 투자계획 연기를 발표한 후 중장기 철광석 공급과잉 우려가 완화된 점도 반등요인이다. BHP 빌리턴의 발표 후 철광석 가격은 7% 가까이 뛰었다.
릭 스푼서 CMC마켓 수석 애널리스트는 "철광석 가격이 현재 수준에서 크게 오르지 않더라도 t당 50달러대에서 상승 가능성이 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수급구조에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철광석이 하락세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전망은 여전히 탄탄하다.
가우라브 소디 인텔리전트인베스터 애널리스트는 "철광석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60%나 낮은 수준이고 수급상황도 변함이 없어 반등에 너무 들뜰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근 랠리가 철광석의 방향성 변화를 시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반 루카스 IG 시장 전략가는 "BHP 빌리턴과 발레, 리오틴토, 포테스큐의 세계 4대 업체의 올 1분기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으며 한 해로는 전년 대비 10% 증가할 것"이라며 "공급과잉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 최대 철광석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 감소도 철광석 가격의 추가 하락을 예상케 하는 배경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5일 올해 1~3월 중국 철강 생산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서 1.7% 감소한 2억10만t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분기 철강 생산이 감소한 것은 1995년 이후 20년 만이다.
중국이 서비스 중심 경제로 전환하고 당국이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과잉생산 관리에 나섰다는 점에서 철강 생산은 물론 원자재인 철광석 소비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국제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철광석 수요는 전년 대비 0.5% 감소한 7억700만t이다. 내년에는 7억370만t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