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배우 오연서가 '빛나거나 미치거나'로 사극 주연 배우로도 거듭났다. '왔다 장보리'에 이어 동시간대 1위를 놓치지 않으며 명실상부 '시청률의 여왕'으로도 재차 인정 받았다. 큰 수확이다.
오연서는 최근 종영한 MBC 사극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 신율 역을 맡아 남장과 공주를 오가는 팔색조 매력을 보여준 덕에 생애 첫 팬미팅도 하게 됐다며 웃었다. 그간은 여자 팬들이 많았다고 털어놓으며 남성팬들의 사랑에 새삼스레 기분좋은 표정을 지었다.
"이번 드라마 하면서 남자 팬들이 많이 늘었어요. 원래는 여자분들이 많았죠. 여전히 팬카페 운영진들은 여자들이에요. 언니들은 별로 없는 듯 한데, 글 읽어보면 확실히 남자들이 많아졌죠. '오연서가 이렇게 예쁜 줄 몰랐다'는 글이 많아요.(웃음) 그거 보면 '예전에 나 그렇게 별로였나?' 싶기도 하고, 이번에 감독님이랑 스태프들이 예쁘게 나올지 고민 많이 해서 찍어주신 덕인듯 해요."
이번 작품을 통해 그렇게나 사랑받은 이유가 무얼까 오연서에게 물으니 "아무래도 신율이 완벽한 여성상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예쁘고 똑똑하고 지혜롭고 기대지도 않고 돈도 많다. 개봉이일 때는 발랄하고 애교스럽기까지 하다"고 신율의 장점을 늘어놨다.
"저는 사실 신율보다 개봉이랑 오히려 비슷해요.(웃음) 율이를 연기하게 된 이유는 진취적이라 좋았어요. 그간의 사극 여자 캐릭터들과는 다른 면이 부각됐고, 남자들 사이에서 주눅들지 않았죠. 캐릭터 자체가 너무 끌렸어요. 처음에 4부까지 대본 봤는데 개봉이가 사랑스럽고 귀여웠죠. 더 욕심이 났고, 기존 남장 캐릭터랑은 좀 차별화 됐다고도 생각했어요. 남장하면서도 은근히 알아봐주길 바라고, 다 안속는데 한 사람만 속잖아요. 옷도 더 중성적이고 남자 말투가 어색해도 상관없는 캐릭터라 개봉이가 더 편하고 재밌었어요. 신나게 연기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좋은 결과와 성적을 받아 들었지만, 사실 '빛나거나 미치거나'를 선택하며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오연서는 '왔다 장보리'가 대히트를 친 직후였고 어쩔 수 없는 부담감에도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사극에서 좀처럼 만날 수 없는 귀한 역할을 만나 '공주 대접'을 받았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부담감이 사실 컸죠. 저 하나 잘한다고 드라마가 잘 되는 것도 아니고 못한다고 잘 안되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요. 타이틀롤이니 왠지 못돼면 내 탓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전작이 잘 된 것도 한 몫했고요. 그래도 사극에선 볼 만한 여자 캐릭터가 별로 없었는데 귀한 작품이었어요. 또 여자가 하늬 언니랑 저밖에 없어서 진짜 공주님 대접을 받기도 했죠. 우리 걸어만 가도 빛이 난다고 농담도 많이 해주셨어요. 하하."
오연서는 전작 '왔다 장보리'를 통해서 개성 강한 연기를 선보였고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타이틀롤이란 입지를 쌓았다. 애써 안하려던 걱정을 이제야 털어놓으며 그는 연기적으로든 시청률로든 "보리를 벗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많았다"고 말했다.
"뿌듯한 점은 보리만 생각하셨던 많은 분들이 새로운 면을 봐주신 것 같아요. '이런 여성스러운 캐릭터도 할 수 있구나' 하시는 데서 만족감을 느껴요. 전작에 묻히거나 안 어울린다고 하실 수도 있는 건데 마음을 열고 받아들여 주셨죠. 시청률 부담요? 어떤 작품을 하든 간에 항상 있는 거겠죠. 물론 시청률이 잘 나와서 이렇게 인터뷰도 할 수 있고 감사하지만.(웃음) 다음에도 당연히 부담은 느끼겠지만 그냥 좋은 연기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인터뷰 진행 내내 오연서는 "많이 배운 작품"이라는 말로 계속해서 이번 드라마를 설명했다. 지난 2013년 '넝쿨째 들어온 당신'으로 무명 생활을 청산한 치 2-3년 차에 주연급 여배우로 우뚝 선 만큼 상황적으로나 마음 속으로 뭔가 달라진 점도 당연히 있었다.
"욕심이 많이 생겼어요. 절절하고 애절한 사랑을 표현하는 멜로를 처음 해봤거든요. 나한테도 이런 면이 있었구나 싶었죠. 감정적으로도 많이 왔다 갔다 했고, 많은 걸 경험했어요. 끝날 때 아쉬워서 울기도 울었고요. 3년간 6개월밖에 쉬지 못했지만 오히려 더 달리고 뭘 하고싶다는 욕심이 생겨요.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가장 달라진 것도 제가 연기 욕심이 더 많이 생겼다는 거예요. 아직도 가장 속상한 댓글은 연기를 못한다는 거죠. 외모적인 지적은 많이 상처 안받아요. 더 잘해야겠단 부담감과 책임감이 생긴 거죠."
최근 오연서는 '왔다 장보리'의 전작인 '메디컬 탑팀'부터 총 3편의 드라마를 MBC에서 해왔다. 시청률로는 별다른 성과가 없던 '메디컬 탑팀'에서는 "사람을 얻었다. 아직까지 가장 많은 배우들과 연락한다"고 돌아봤다. 이렇게 MBC만 하면 다른 데서 싫어하지 않냐는 물음에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저었다. 곧 10년차를 맞는 여배우의 여유가 느껴졌다.
"MBC 오기 전에는 17세부터 KBS만 했어요. 거기서 한 게 8개쯤 돼요.(웃음) SBS만 아직 안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좋은 분들 많이 만나고 즐거운 시간이 기대돼요. 물론 MBC에서 또 불러주시면 저야 감사한 일이죠. 제가 26세 때 '넝쿨당' 신인상 받고 28세에 최우수상 받은게 말도 안되는 일이잖아요. 어마어마한 걸 이룬 느낌이에요. 사실 좀 많이 운이 좋은 편이에요. 그래서 아직 오래 쉬고 싶지는 않고 달리고 싶어요. 연기하는 게 더 재밌고 현장 가면 살아있는 느낌이 들어요. 연기 안하면 할 것도 없고요.(웃음)"
취미가 만화책 읽기라는 오연서. 연기해보고 싶은 만화 속 캐릭터가 있느냐고 물어보니 이런 저런 만화 작품과 웹툰의 제목을 술술 말하며 놀라움을 줬다. 인터넷 상에서는 드라마 제작 소식이 들려오는 인기 웹툰 '치즈인더트랩'의 여주인공 홍설 역에 외모 싱크로율이 가장 잘 맞는 연기자로 꼽히고도 있다. "만화를 좋아해서 웹툰도 즐겨 봐요. '치인트'도 저도 재밌게 봤어요. 홍설이랑 유정이 굉장히 복잡미묘한 캐릭터라서요. 팬들이 언급해주시는 건 외형이 많이 닮아서 그런가봐요.(웃음) '치인트'를 시켜주시면 정말 감사하지만 아직 좀 더 말랑말랑한 걸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그 웹툰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이 뭔가 복잡하고 어렵더라고요. '호구의 사랑'이나 '이웃집 꽃미남'도 다 먼저 웹툰으로 봤었어요. 요즘 천계영 작가님 작품을 보고 있는데 정말 재밌어요. 단점은 드라마화 돼도 제가 할 수 없는 고등학생 역할이라는 점이죠. 하하. 요즘 가장 하고 싶은 건 로맨틱 코미디 장르예요. '환상의 커플'에 나오는 나상실같은 캐릭터를 정말 사랑해요. 로코의 많은 여주인공들이 망가져서 사랑스럽잖아요. 그게 예뻐 보여요. 아니면 '로맨스가 필요해'나 '연애의 발견'처럼 사실적이고 진짜 같은 연애를 그리는 작품도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보면서 공감을 많이 할 수 있게, 사실적으로 잘 표현해보고 싶어요. 상대 배우요? 연하나 연상 가리지 않고 멋진 분이라면 누구든 좋네요.(웃음)" |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웰메이드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