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인식에 유동성 더해져…중장기 아닌 단기적 접근 양상
[뉴스핌=정경환 기자] 국내 조선사들의 주가가 연일 오르고 있다. 실적 전망이 밝지 않음에도 꾸준히 상승하는 주가를 두고 시장은 바닥을 쳤다는 인식에 유동성이 더해진 결과로 보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주가는 이달 들어 21.3% 상승하며 이날 14만8000원으로 마감했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주가도 각각 10.0%, 10.5% 올랐고, 한진중공업은 21.8% 뛰었다.
조선사들의 이 같은 주가 상승은 해당 조선사의 펀더멘탈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조선업 전망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인데, 유가 하락과 경기 침체로 인해 해양플랜트부문과 상선부문 모두 당분간은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해양플랜트부문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해양 쪽은 발주 자체가 아예 없고, 기존 예정된 발주 물량들도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며 "우리도 올 상반기 '라바카 베이(Lavaca Bay) 부유식 액화저장하역설비(FLSO)' 프로젝트 수주가 예정돼 있었으나 연기됐다"고 말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으로 인해 조선업이 당분간은 고생할 것 같다"며 "국내 조선사들이 해양부문에 50% 이상 기대고 있는데, 해양 쪽은 유가 절대 수준이 낮아지면 손실"이라고 전했다.
상선 수주는 그나마 해양보다는 낫지만, 그렇다고 크게 좋아질 것도 없는 상황이다. 세계 경기 회복세가 더딘 탓이다.
실제 최근 수주 물량이 크게 줄고 있다. 국제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선박 수주량은 562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1619만CGT)보다 187% 감소했다. 그 중 한국 조선사의 수주량은 231만CGT로, 이 역시 전년동기(455만CGT) 대비 97% 줄었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조선사 실적 전망치는 하향 조정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올해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30억원으로 3개월 전 예상치보다 107.41% 내려갔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이익도 3개월 전보다 각각 32.53%, 0.79% 하향 조정된 1095억원, 1125억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사들의 주가가 크게 오르는 것은 실적 바닥 근접 인식과 유동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더 나아질 것이 없다 해도 적어도 여기서 더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 더해 저금리 시대를 맞아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 한몫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주가가 작년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로, 바닥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중장기까지 내다보기 전에 일단 현재 시점에서 바닥을 확인했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김형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더 나빠지진 않을 것이란 인식에 더해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시작된 영향"이라며 "가치로는 바닥에 이르렀지만, 업황 개선이 더딜 것으로 보여 장기적으로 접근하진 않고, 단기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