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해외업체에 팔릴 뻔..현대차그룹 편입 후 '기사회생·환골탈태'
[뉴스핌=이동훈 기자] 건설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현대엔지니어링이 거침없는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74년 창립 이후 41년만인 올해 말 해외 누적수주 400억 달러(한화 약43조6000억원)를 돌파할 전망.
특히 이가운데 80%에 해당하는 320억 달러(약 34조8000억원)를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지난 2011년 이후 불과 4년 동안 거둬 놀라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같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영광'은 지난 2010년 자칫 해외업체에 팔려나갈 뻔 했던 아픔을 딛고 '기사회생'한 것이라 더욱 뜻깊은 일인 셈이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1·4분기말 기준 해외 누적 수주액 341억 달러(약 37조1000억원)를 기록했다.
1분기를 제외한 올해 연간 해외수주 목표액이 64억 달러(약 6조9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400억 달러 돌파가 유력한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 수주액은 지난 2011년을 기점으로 대폭 증가했다. 2011년은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과 함께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해이다. 현대차그룹은 그 해 4월 현대건설을 인수하면서 현대엔지니어링도 품에 안았다.
지난 1974년 해외 진출을 시작한 현대엔지니어링은 2010년까지 36년간 누적 해외 수주금액이 80억123만 달러(약 8조700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1년부터 해외 수주액이 급증했다. 2011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약 4년 3개월 동안 해외 누적 수주액은 261억1554만 달러(약 28조4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과거 36년간 수주액 보다 무려 226.4%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말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전체 사업금액 26억6000만 달러(약 2조8000억원)에 달하는 칸딤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건설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최근 4년간 괄목상대한 성장을 현대차그룹 편입 효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현대엔지어링은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첫 해인 2011년 우즈베키스탄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모두 5건 총 40억9800만 달러(약 4조4000억원)의 프로젝트를 따냈다. 이라크 전력청으로부터는 가스터빈 발전소 3개(총 6억2000만 달러)를 동시에 수주했고 케냐에서는 지열발전소를 수주하며 신재생에너지 시장에도 발판을 마련했다.
다른 지표도 놀라울 만큼 변화했다. 매출액의 경우 2010년 1조2372억원에 불과했지만 2014년에는 6조3854억원을 기록, 5배 가량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10년 1592억원에서 2014년 4084억으로 크게 늘었다. 세계 유수의 건설·엔지니어링 전문 매체인 미국 ENR紙의 해외설계 부문 평가가 2010년 69위에서 2014년 아시아 최고수준인 33위로 대폭 상승했다.
국내 건설업체 시공능력 평가도 같은 기간 51위에서 10위로 41계단 상승했다. 해외건설 수주 규모도 국내업체 중 7위에서 2위로 올라 섰으며,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국내 업체 누적수주 1위를 차지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의 신용등급도 ‘A-(긍정적)’에서 2014년 ‘AA-(안정적)’으로 상향됐다. 특히 2014년 불황에 직면한 건설업계에서 이례적으로 신용등급이 상향돼 주목을 받았다.
이같은 현대엔지니어링의 두각은 전세계 주요 시장에 생산과 판매거점을 구축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위상에 힘을 입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2014년 주택·건축 전문기업인 현대엠코와의 통합으로 국내와 해외에서 더욱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 점도 경쟁력으로 평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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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위철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
지난 2010년 현대건설 채권단의 현대건설 매각 과정에서 당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독일기업에 현대건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넘기는 방안을 논의한 사실이 공개됐다.
현대그룹은 당시 독일 기업으로부터 1조원을 투자 받는 대신 2년 후 현대엔지니어링을 매각하는 내용의 협의서에 서명했다. 현대그룹과 독일기업간 양측의 협의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당시 현대엔지니어링 직원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는 게 현대엔지니어링의 설명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열악한 건설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4년만에 260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수주를 달성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며 “그야말로 기사회생 환골탈태인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만약 현대엔지니어링이 당시 해외기업에 팔려 나갔다면, 오늘날 현대엔지니어링 신화는 없었을 것”이라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