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현경 기자] SBS 드라마 ‘펀치’가 월, 화요일 밤 강한 펀치를 날리고 있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는 물론 “세상에는 덜 나쁜 사람과 나쁜 사람만이 존재해” “세상에 법은 하나야 나한테도 당신한테도” 등 차가운 세상에 소리치는 듯한 명장면‧명대사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펀치’의 흥행을 끌 수 있는 요인은 드라마 ‘추적자’ ‘황금의 제국’ 등을 집필한 박경수 작가의 긴장감 넘치를 구성과 이명우 감독의 사실적인 연출력, 그리고 조재현, 김아중, 김래원, 최명길을 비롯한 연기파 배우진의 힘이 극을 더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주연배우들의 활약뿐만 아니라 검찰 총장 이태준과 법무부 장관 윤지숙 그리고 이 사이에 정부의 대표 입장을 전하는 극중 대통령 비서실장 김성찬(박정우)의 존재도 눈에 띈다.
지난달 26일 방송한 SBS ‘펀치’ 12회에서 박정환(김래원)은 김성찬(박정우) 비서실장의 손을 잡고 이태준(조재현)을 퇴임시키려했지만 실패했다. 이날 방송에서 박정환은 노용진 학과장 성추행 사건을 뉴스 보도하는데 성공했고 청와대의 손을 빌려 이태준을 총장직에서 몰아내려했다.
박정환은 김성찬 비서실장의 도움을 얻어 이태준을 뇌물 공제 혐의로 긴급 체포했고, 퇴임식까지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 했지만 김성찬과 윤지숙이 변심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이태준이 대권에 야욕을 품고 대통령 비서실장 김성찬에게 딸의 교수 임용 의혹을 제기하며 위협했다. 김성찬은 어쩔 수 없이 이태준의 검은 손을 잡게 됐다.
박정환이 세상을 향한 펀치로 이태준과 윤지숙의 치부를 공개하기 위해 시작한 복수전이 돌입된 가운데 김성찬의 자리가 넓혀졌다. 대통령 비서실장 역을 맡은 배우 박정우(47)의 정보는 ‘펀치’ 속 인물 소개에도 없다. 약 20년간 연기를 하면서 수많은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채운 박정우가 ‘펀치’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극중에서 선굵은 연기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 ‘펀치’의 인물 소개에 그가 맡은 김성찬의 정보가 없다. 이 때문에 시작된 박정우와의 전화 인터뷰다.
박정우가 이에 대해 그는 “드라마 제작 초기, 시놉시스 단계에서만 해도 김성찬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회를 거듭할수록 권력에 맞서기 위한 박정환의 서사가 진행되면서 김성찬도 빠질 수 없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무명 생활이 길었던 박정우는 누구보다도 김성찬에 대한 애착이 크다. 대사 한 마디 한마디도 그냥 놓치지 않는다. 특히나 권력의 축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그동안 그가 배우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울분과 감정을 드라마를 통해서 또 한번 곱씹고 있다고 했다.
본래 사람 사는 이야기에도 항상 귀를 열어두고 사는 박정우이기 때문에 사회‧정치적 성향의 드라마 ‘펀치’에 출연한 소감도 남달랐다. “좋은 배우들, 박경수 작가와 함께하는 작업만으로 흥미롭다”라고 운을 뗀 뒤 그는 “원래 세상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며 힘겨루기가 한창인 드라마 ‘펀치’에 대한 현재까지의 생각을 밝혔다.
“답답한 세상의 이야기를 떠들다 보면 화가 납니다. 무엇보다 요즘같이 세상에 답답함을 느끼는 때에 ‘펀치’는 시청자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누군가는 ‘분노 유발 드라마’라고도 하더라고요. 또 어떻게 권력의 무게 중심이 변화하는지도 보는 재미를 더하죠.”
신뢰감을 주는 외모에 대통령 비서실장의 이미지를 제대로 갖춘 듯한 박정우는 김성찬을 그리기 위해 제대로 마음 먹었다. 그는 따로 대통령 비서실장의 롤모델을 정해두지는 않았지만 실제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과 관련한 영상과 뉴스를 참고 했다고 했다. 그리고 새로운 비서실장의 인물을 그려내고 싶은 마음도 내비쳤다.
“사실 털어도 먼지 안 날 것 같은 ‘착한 정치인’도 있다는 일종의 판타지를 보여주고 싶기도 했습니다. 김성찬 캐릭터에 대해서 감독님과도 많이 상의했고요. 극 초반에는 청와대의 입장을 전하는 대통령 비서실장의 모습으로 청렴결백한 인물이었지만 결국 김성찬도 뒤가 구린 사람이라는 게 드러나죠. 13회에서 박정환이 김성찬에게 ‘서울대 총학장도 하셨는데, 차비 많이 쓰셨더라고요’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결국 뒷돈을 썼다는 거잖아요. 하지만 윤지숙 장관의 명대사처럼 이 세상에는 더 나쁜 놈과 덜 나쁜 놈을 구별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펀치’는 선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윤지숙 장관의 야욕이 드러났고 그는 이태준 검찰 총장과의 대권 기 싸움에 돌입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야망은 자연스럽게 청와대에 시선이 쏠렸다. 이 갈등이 조장에 박정우의 역할도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앞으로의 ‘펀치’에서 선보일 모습과 드라마의 이야기에 더 집중해달라는 당부의 말도 전했다.
“앞으로도 대통령은 나오지 않을 거예요. 청와대의 대표 입장은 제가 계속 전할 예정입니다(웃음). 이제는 검찰 총장과 윤지숙 법무부 장관, 그리고 이 두 사람을 노리는 박정환의 복수극을 기대해주세요. 배우들과 스태프가 힘을 모아 열심히 준비하고 촬영하고 있습니다. 세상 사는 이야기에 지치신 분들, 좋은 세상을 바라는 분들이 모두 ‘펀치’를 통해 위로 받고 안정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윤지숙vs이태준의 야망 대결, 이태준vs박정환의 복수 구도 등이 맞물리면서 인물간의 연결고리는 현 사회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갑과 을, 야망, 권력의 다툼와 암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러 수를 두는 이들이 이야기 ‘펀치’는 매주 월, 화요일 밤 10시 방송한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 [사진제공=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