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피노키오’까지 무사히 잘 마친 이종석(26)을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이종석의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위한 형식적인 인사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장난스레 건네는 것도 아닌 조금 더 성숙해진 배우의 모습에 가까웠다.
그간 드라마에서 주로 사연 많은 남자 역할만을 해온 이종석이 조수원 감독과 박혜련 감독과 ‘피노키오’로 다시 조우했다. 앞서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통해 한 번 합을 맞춰본 이들은 이번에도 보란 듯이 혼란스러운 세상의 틈에서 다소 무거운 사회적 메시지를 청춘 로맨스에 녹이며 수, 목요일 밤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모이게 했다.드라마 ‘닥터 이방인’ 종영 후 또다시 안방극장의 문을 두드린 이종석, 또다시 ‘피노키오’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피노키오’에 들어가기 전이 연기 때문에 슬럼프에 빠졌던 때였어요. ‘닥터 이방인’에서 거의 원톱으로 드라마를 끌고 가면서 부담이 됐나 봐요. 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겠죠. 그러던 중 박혜련 작가님과 조수원 감독님이 또한번 뭉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쁜 마음으로 합류하게 됐어요. 사실 기자를 소재로 한 드라마는 흥하지 않는다는 방송가의 말이 있는데 저는 그런 말에 휘둘리지 않았어요. 작가님과 감독님을 믿었고 그 결과도 좋았고요. ‘피노키오’는 제가 가장 힘들 때 만나 저의 마음을 치유 시켜준 작품이죠.”
이종석은 ‘피노키오’에서 허위 보도의 피해자였다. 그가 맡은 극중 하명은 유년시절 거짓이름으로 살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소외됐고 버림 받았다. 사연은 길다. 소방관이었던 아버지를 화재 사고에서 잃었고 이 사건은 세상에 오역된 채 알려졌다. 화재 현장에서 피해자룰 구하러 간 아버지는 졸지에 사건의 피의자가 된 것이다. 그 이후 달평이라는 거짓 이름으로 살면서 최공필(변희봉)의 아들로 살았고 자신의 아버지의 사건을 잘못 세상에 알린 송차옥(진경)의 딸인 인하(박신혜)와 만나 인연이 됐다. 두 사람은 사회부 기자로 성장해 사랑과 함께 진실을 세상에 다시 알린다.
‘피노키오’에서도 말 못한 아픔이 있는 역할을 했고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리니’ 영화 ‘관상’ 등 다소 평범하지 않은 인물을 연기했다. 이 같은 캐릭터를 맡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물어봤다.
“인터뷰를 하면서 새삼 깨달았어요.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을 제외하고는 부모님이 다 살아 계신 적도 없었고 늘 사연이나 트라우마가 있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그쪽이 더 끌리긴 하나 봐요. 감정 연기가 중요해서 힘들지만 동시에 이 점이 매력이기도 하죠(웃음).”
사연도 탈도 많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이종석. 그의 실제 성격도 조용한 편이다. 하지만 친한 사람들에게 보통 남자들보다 다정한 편이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시간이 나면 주로 드라마에 빠져 산다. 배우여서인지 아무래도 드라마를 볼 때면 극중의 상황과 캐릭터에 쉽게 몰입한다. 한 마디로 그는 드라마 애청자다. 드라마의 매력은 현실과는 다른 세계와 마주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현실에서 겪어보지 못할 감정과 세상과의 만남이 그의 낙이자 흥미로운 놀이 시간이다.
“원래 돌아다니는 자체를 좋아하지 않아요. 해외에 나가도 관광지를 다니기보다 주로 호텔에서 머무는 시간이 대부분이죠. 제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시간이 나면 드라마를 즐겨 봐요. 작품 속 인물이 내뱉는 대사 속에 다 의미가 있잖아요. 보고 있으면 현실 속 ‘이종석’은 아무것도 아닌 거 같아요. 마치 비행기에서 땅을 내려다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듯이요. 그래서 먼지만도 못한 존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혼자 하기도 해요. 그런데 작품 속에 들어가 있으면 다른 삶을 사는 기분이 들어 새롭죠. 그래서 작품을 더 꾸준히 해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지난해 3월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에 게재된 기사에 따르면 창의력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나타난 공통된 18가지 특징 중 하나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대본을 통해 본 인물의 특징을 구성하고 만들고 표현해야하는 직업인 배우에게도 창의성은 필수 조건일 것이다. 이 때문에 이종석은 20대 배우 중 멜로 연기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남자 배우 으뜸권에 속할 수 있는 이었던 것이다. 그는 ‘스타 이종석’이 아닌 ‘배우 이종석’으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그 수식어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고픈 바람을 전했다.
“스타는 된 것 같은데 배우로 불리기엔 아직 제 스스로가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면 말랑말랑한 멜로가 아니라 선 굵은 남자의 모습도 보여드려야겠죠. 제 이미지를 넘어 한계에 부딪히지 않고 자유자재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는 항상 있어요. 욕심도 많은 편이기도 하고요. 연기로 말할 수 있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제가 치청 멜로에도 관심이 많아요. '이 죽일 놈의 사랑'을 쓰신 이경희 작가님의 작품을 좋아해요. 현장에서도 뵌 적 있는데 꼭 한 번 작품을 함께 하고 싶어요(웃음).”
"윤균상 형과 형제 연기, 웃음 때문에 NG! 여러번 혼났죠" “극중에서 기명과 하명이 마주치는 장면이 많았죠. 대부분 심각하고 보기만 해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이 안타까운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사실 저희는 만날 아웅다웅, 티격태격 되는 사이라 감정 장면을 찍을 때마다 NG가 나는 거예요. 실제로는 막역한데 극중에서는 애처롭기 짝이 없는 형제를 그리려니 그 상황 자체가 말이 안되는 거예요. 그래서 ‘도대체 몇 번째 찍고 있냐고, 다 형 때문이라고’ 몰아세우면서 또 한 번 웃고요. 그래도 그림으로 보면 균상이 형이 저보다 크고 제가 위로 올려다보니까 상대적으로 정말 어린 동생처럼 보이니까 감독님이 캐스팅은 정말 잘 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형만 보면 극과 현실 속에서 혼란스러웠죠(웃음). 오랜 친구였던 균상이 형과 함께 작업해서 잊지 못할 추억이 또 하나 만들어졌어요.” |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 [사진=웰메이드 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