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남자답고 듬직한 외모에 넘치는 정의감을 지닌 에이스 검사 구동치. 실제로 만난 배우 최진혁과 그리 달라보이지 않았다. 극 초반 장난스럽거나 껄렁한 면까지 합치면 거의 완벽히 흡사한 느낌이다. 이만큼 놀라운 싱크로율엔 그만한 비결이 있었을 테다.
MBC 월화드라마 '오만과 편견'이 결국 희생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악의 축인 박만근을 무너뜨리며 정의감으로 장식된 결말을 맺었다. 이 드라마에서 원톱 남자 주인공 구동치를 연기한 최진혁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종영 후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일적으로 완벽하면서도 끝없이 속으로 갈등하고 정의 구현을 위해 나아가는 동치 역을 소화하면서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가장 고민을 많이 했고 애를 많이 썼던 작품이죠. 혼자 속을 많이 끓였거든요. 가벼운 장르가 아니기도 했고, 친절하지 않은 성격의 드라마였달까요. 극중 엘리트 검사다보니 사건을 끌고가는 입장이었고, 대사로 또 연기로 풀어나가야 하는 비중이 상당했죠. 장면 하나, 대사 한 마디가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앞서 '오만과 편견'이 시작할 당시 취재진 사이에선 또 '검사가 사랑하는 얘기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 드라마는 그런 편견을 보기 좋게 비껴갔다. 최진혁은 "그래서 더 힘들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오히려 극 초반 약간은 가벼웠던 동치의 모습이나 설정이 편하고 마음에 들었다고 털어놨다.
"나름대로는 막중한 책임이 있었죠. 최민수 선배와도 얘길 많이 했어요. 검사란 직업이나 이미지를 연기로 보여줘야 하니까 신경이 쓰였고요. 정의감이나 책임감을 보여줘야 했고,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하게 되서 고민이 깊었죠. 오히려 전 초반에 동치가 껄렁껄렁하게 나오는 설정이 맘에 들었어요. 말장난도 하고, 그런 사람이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잖아요. 매사에 무심하고 관심 없는 듯한데 자기 할 일 똑 부러지게하는 동치의 매력이 좋았고 잘 살려보고 싶었죠."
최진혁은 이런 얘길 하면서 "실제 성격이 사실 말장난을 많이 한다"면서 의외의 면을 내보였다. 다부진 몸매와 남자답게 선 굵은 외모, 낮고 진중한 목소리 탓에 잘 부각되지 않은 그의 매력이 궁금해졌다.
"그간 무거운 역할을 많이 맡아서 잘 못보여줬죠. 데뷔 한 지 얼마 안됐을 땐 더더욱 거의 실장님 같은 역할만 주시더라고요. 그런 게 제 캐릭터가 아닌데, '응급남녀' 정도의 가벼움이 딱 맞는데 말예요. 다들 잘 모르셨어요. 실제로 장난스러운 성격이고, 진지하게 깔린 분위기를 잘 못견뎌요. 말 해서 그걸 깨야 하는 편이죠."
반전되는 최진혁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잠시 온라인에 회자됐던 지난해 MBC 연기대상 시상식 축하 무대가 떠올랐다. 당시 최진혁은 걸그룹 AOA의 축하 무대 도중 동료 배우 정일우와 함께 카메라에 웃는 얼굴이 잡히며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약간의 오해가 있어요. 걸그룹을 보고 좋아서 웃은 건 아녜요. 거기서 배우들이 앉아서 폼잡고 있는 게 아니고 사실 어쩔 줄 몰라하는 거예요. 우리도 가수들을 보면 신기하고 연예인 같고 설레거든요. 진지하게 보고 있었는데 카메라 들고 오셔서 손짓을 하더라고요. 정일우 씨가 '리액션 좀 해달라고 하는 거 같은데요' 해서 제가 웃음이 터졌어요. '무슨 리액션을 해' 이렇게 말한 건데 정말 억울하네요."
어두운 면이 부각됐다고 안타까워 했지만, 최진혁은 사실 앞서 여배우들과 깊은 로맨스 연기를 통해 대중에게 각인돼 왔다. 그를 이 자리에 있게 한 '구가의 서'에서 이연희와 호흡이 그랬고, '상속자들'에서 임주은과, '응급남녀'에서 송지효와 환상의 케미로 주목받았다. 군입대를 앞둔 지금, 그는 이제 방향을 바꿔 '악역'에 도전해보고 싶은 포부를 밝혔다.
"앞으론 로맨스보다 악랄한 역을 맡아보고 싶어요. 물론 악역은 엄청 많지만, 영화 '신세계' 같은 느와르 장르에 흥미가 생겨요. 군대 다녀와선 그런 걸 더 잘할 수 있겠죠. 더 굵고 진해진 남성미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고, 더 구수해져서 나오면 꼭 도전해보고 싶죠."
액션에 로맨스, 검사 역할까지 다양한 연기를 소화하느라 고생 많았던 '오만과 편견'. 아쉬움이나 회한이 남지는 않았을까. 최진혁은 "이번엔 다 쏟았어요. 미련도 아쉬움도 없네요"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딱히 코앞에 닥친 군입대 때문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여러 가지로 후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정말 아쉬움이 없을 정도로 다 쏟았어요. 촬영이 없을 때도 생각에 잠겨있느라 '왜 멍때리냐'는 말을 들을 정도였죠. 입체적인 부분을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라, 단편적으로 보이면 재미 없을 것 같았거든요. 어떻게 질리지 않게 연기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했었죠. 그래서 미련도 없어요.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촬영 끝나고 집에 갔는데 잠이 오지 않는건 다 쏟아낸 게 아니다'고요. 다행히 저는 항상 가자마자 쓰러져서 잠이 들었어요. 모든 걸 다 쏟아냈다는 증거겠죠."
최진혁이 밝힌 '군입대와 팬 커뮤니티 인증설'의 진실 최진혁은 '오만과 편견' 촬영 전부터, 나이가 꽉 찬 탓에 군입대 관련해서 괜시리 대중의 입에 오르내렸다. 하필 '연예병사' 특혜 논란이 불거질 당시에 타이밍을 잘못 만난 탓에 경찰 홍보단으로 지원했던 사실마저 비난받았다. 3월 현역 군입대를 앞두고 이젠 "할 말은 하겠다"고 그가 직접 나섰다. "이 드라마 끝나고 갈 걸 알고 있었고, 먼저 얘길 안했을 뿐이에요. 사실 제 입장에선 당연히 가는 것이고 특별한 일도 아닌데 먼저 얘길 꺼낼 리가 없죠. 인터뷰랑 맞물려 다들 물어보시니까 답변을 하게 되고, 그러니 기사가 나갔죠. 전혀 거부감도 없고, 당연히 가는 걸로 여기고 있는데 여러분들이 일부러 언급하고, 피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하시거나 와전되는 게 아쉽고 속상해요. 본뜻이 왜곡되는게 제일 힘들죠. 성격 자체가 남자답지 못하고, 좀 남자 자존심에 금가는 얘길 들으면 약간 욱하거든요.(웃음) 그래서 SNS도 없앴어요. 원래 선을 지키면서도 할 말은 하는 스타일이라서요." 오해와 비난을 일삼는 대중에게 서운함을 드러내면서도, 최진혁은 틈 날 때마다 팬카페와 디씨라 불리는 특정 커뮤니티를 자주 들어간다며 팬들에게 애정을 표했다. 그는 "몇번 인증도 했는데 안믿어요"라면서 익숙하게 커뮤니티 용어를 말해 웃음을 줬다. "사실 인증도 했고, 맨날 보고 있는데 자기들은 안본다고 생각해요. 누가 욕하는지도 다 보고 있어요. 카페랑 커뮤니티에 습관처럼 들어가요. 몇 번 본다고 얘기해도 안믿으시더라고요. 아마 기사 나가도 안믿으시겠죠. 한 세 번정도 글을 남겼어요. '고닉'이라고 하나요? 제 아이디도 있어요. 지켜보고 있으니 조심들 하세요.(웃음)" |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레드브릭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