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헤지펀드 행보에 공매도 '백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투자의 리스크 요인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숏커버링이다. 하락을 점친 종목의 주가가 오를 때 공매도자들이 포지션을 청산하면서 주가를 더욱 띄우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같은 전통적인 투자 리스크 이외에 최근 새로운 복병이 공매도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로 통하는 헤지펀드 ‘큰손’들이 지분 인수 및 기업 매각 압박으로 주가를 띄우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한 것.
연초 이후 공매도 비율이 높은 종목이 예상밖 강세를 보인 데 이어 행동주의 헤지펀드 투자가들의 행보가 하락 베팅의 손실 리스크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출처:블룸버그통신] |
격주로 발표되는 공매도 관련 데이터에 따르면 조에티스에 대한 주가 하락 베팅이 지난달 이후 44%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매니저로 꼽히는 빌 애크만 퍼싱 스퀘어 캐피탈 매니지먼트 대표가 지난달 조에티스의 지분 10%를 매입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애크만이 사켐 헤드 캐피탈 매니지먼트와 함께 약 20억달러를 투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이들 투자자가 기업 매각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 급속하게 번졌다.
월가 투자자들은 애크만이 조에티스 경영진에 발렌트 파머수티칼 인터내셔널에 매각할 것을 종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제약사 화이자로부터 분사한 조에티스는 지난해 46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발렌트는 최근 기업 외형을 세 배 확장할 의사를 밝힌 바 있어 기업 매각 추진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애크만의 지분 인수 소식이 전해진 이후 조에티스의 주가는 10% 이내의 오름세를 기록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조에티스를 공매도한 트레이더들은 상당한 손실을 떠안은 상태.
주가 추가 상승을 점친 공매도자들이 포지션을 청산, 숏커버링에 나서면서 주가가 더욱 상승 탄력을 받는 한편 공매도에 따른 손실은 확대되고 있다.
미디어 광고 업체인 인터퍼블릭 그룹의 공매도 물량 역시 최근 가파르게 축소, 지난 5월 이후 최저치로 줄어들었다.
엘리어트 매니지먼트가 위임장 대결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엘리어트는 지난 여름 기준 인터퍼블릭의 지분 6.7%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행동주의 헤지펀드 가운데 하나인 엘리어트 매니지먼트가 인터퍼블릭 그룹의 기업 매각을 목적으로 위임장 대결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주가는 16% 가량 뛰었다.
엘리어트는 기업 매각에 필요한 이사회 의석을 주주 위임장을 통해 확보한 뒤 기업 매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기업 매각은 통상 투자자들 사이에 주가 호재로 인식되는 만큼 매출액 기준 광고 업계 4위 업체인 인터퍼블릭에 대한 ‘사자’가 몰렸다.
애완 용품 업체인 펫스마트 역시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움직임에 공매도자들이 일격을 당한 사례에 해당한다.
지난 6월30일 기준 펫스마트에 대한 공매도 비율은 18%에 달했다. 하지만 자나 파트너스가 지분을 보유한 소식이 드러나면서 주가가 15% 뛰었고, 실제로 6주 이후 펫스마트는 기업 매각 추진에 나섰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지분 매입은 기업 또는 자산 매각이나 경영진 교체와 같은 구조적인 변화로 이어질 여지가 높다.
최근 이 같은 움직임이 공매도 타깃에 집중되면서 숏베팅에 나선 트레이더들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